닫기

JACOB&CO 제품 자세히보기

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알칸타라라는 소재적 세계

알칸타라, 기능을 넘어 기억을 만들다.

알칸타라가 밀란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 선보인 ‘Le Icone’.

알칸타라를 깊이 접할 수 있었던 건 약 2년 전이었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와 손잡고 <알칸타라:경계를 넘어> 전시를 진행한 이들의 첫인상은 더없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소재 브랜드로 한정 짓기엔 예술적 사고가 유연한 데다 수많은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확장성이 큰 회사였다.

지난 4월 초 이탈리아 밀란에 위치한 알칸타라 본사로 향하는데, 그날의 인상과 감각이 되살아났다. 메체나테 거리에 자리한 본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널찍한 직사각형 형태의 창을 사선으로 에워싼 붉은색 철제 프레임이 시선을 끌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영화 <서브스턴스> 속 장면이 연상되는, 인공적이고 기다란 복도가 나왔다. 양 끝의 벽은 겉보기에 콘크리트 같은 모양새지만, 만져보니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졌 다. 놀랍게도 알칸타라 소재를 활용한 벽이었다.

슈퍼스튜디오 파우의 외관.
슈퍼스튜디오 파우에서 접한 ‘Alcantara-Wood’ 전시물.
알칸타라 소재를 활용해 건축한 브랜드 본사 내부.

회장 겸 CEO와 만나기 위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대표이사(CEO)인 알칸타라 유지니오 롤리가 들어왔다. 2023년 7월에 부임한 롤리 회장은 알칸타라의 지속가능성을 다채롭게 확장 중이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그는 2019년부터 영업, 기술 및 운영이사로서 알칸타라의 상업, 생산 및 연구 활동을 이끌어왔다. 말쑥한 이미지의 롤리 회장이 미소 지으며 말을 꺼냈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마케팅이 아닌 철학입니다.” 거대한 산업이 아니라 손끝의 가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기술·예술·지속가능성의 가치에 대해 말했고, 이 세 가지가 공존하는 언어가 바로 ‘알칸타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랜드가 지닌 정통성을 설명했다.

네라 몬토로, 우브리아 언덕 중턱에 자리한 알칸타라 공장은 소재의 탄생지이자 브랜드 철학이 체화된 곳이다. 1972년 이후 단 하나의 소재만 만들어왔지만 자동차, 예술 전시, 하이엔드 가구, IT 기기 등 새로운 장르와 함께 소재는 끊임없이 외형이 바뀌었다. LVMH, 마이크로소프트, 페라리, 현대자동차와의 협업 등이 대표적 예다. 많은 대형 브랜드가 알칸타라와 협업한 이유는 단순히 소재만이 아니라 지난 53년간 이어온 역사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속가능성에 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TÜVSÜD에 의해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이탈리아 기업, 68%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구성한 페라리 푸로산게 시트, 그리고 순환 경제를 위한 스타트업과의 협업까지. 그는 “알칸타라가 친환경보다 넓은 의미인 지속가능성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차별화된 노력과 방향성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À.Ria. A Medium For Connection> 전시에서 만난 알칸타라 소재 작품.
<À.Ria. A Medium For Connection> 전시에서 만난 알칸타라 소재 작품.
<À.Ria. A Medium For Connection> 전시에서 만난 알칸타라 소재 작품.

공간을 입은 소재, 알칸타라의 밀란 전시 기록

밀란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 개최한 2025 카 디자인 어워드 및 특별 설치 전시물 ‘Le Icone’.
밀란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 개최한 2025 카 디자인 어워드 및 특별 설치 전시물 ‘Le Icone’.

곧이어 시즌 컬렉션으로 선보이는 소재 샘플을 발표했다.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 아키프로덕츠(Archiproducts) 스튜디오와의 협업 전시에서 선보일 샘플이었다. 3년 연속 이어진 이번 협업 전시명은 ‘À.Ria. A Medium for Connection’. 비아 토르토나 31에 위치한 아트 스튜디오를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환경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적이다. ‘테라톤’(대지, 흙 등 자연의 깊이와 질감을 담은), ‘네뷸러’(몽환적이고 은은한 광택), ‘임펄사’(기하학적, 테크니컬한 질감을 지닌) 등 수십가지 샘플을 하나둘 만질 때마다 알칸타라가 지닌 디자인의 다양성과 공감각적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아키프로덕츠에서는 각각 샘플 소재가 어떻게 설치미술로 구현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3D 열성형 기술로 제작한 양각 패턴의 부냐토 벽면, Egas의 Pelle 3D 기술을 활용한 3차원 표면 등 알칸타라의 기술적 진보가 몰입형 예술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커튼, 출입구, 월 패널, 소파 등도 알칸타라로 마감해 소재 자체가 중심이 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한편 그곳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지점인 슈퍼스튜디오 피우(Superstudio Più)에서는 브랜드가 지닌 타임리스적 가치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산업의 흐름과 공간의 기억을 돌아보는 전시 <잊을 수 없는 순간들: 해피 디자인 25년(Unforgettable: 25 Years of Happy Design)>이 열렸는데, 알칸타라는 2015년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Nendo)가 제작한 ‘Alcantara-Wood’ 프로젝트를 다시 공개했다. 이 작품은 전통 장인의 목재 인레이 기법을 일본식 절제미로 재해석한 것으로, 소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고한 바 있다.

그날 일정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오토 앤 디자인이 주최한 ‘2025 카 디자인 어워드’였다. 밀란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 개최한 이 시상식에서 알칸타라는 ‘Le Icone’이라는 특별한 설치물을 선보였다. 자사의 소재적 표현력과 잠재력을 부각하기 위함이었다. 스톤 아일랜드 2025 S/S 컬렉션의 알칸타라 재킷, 마르셀 반더스의 실버 알칸타라로 감싼 튤립 암체어, 알칸타라 키보드 커버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톱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협업한 제품이 브랜드의 무한한 확장성을 방증하는 듯했다.

트랙 위 협업, 알칸타라와 달라라의 조우

차량 내부에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달라라 스트라달레.
차량 내부에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달라라 스트라달레.
차량 내부에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달라라 스트라달레.

밀란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몬자에 위치한 달라라 본사였다. 이곳에서 브랜드 콘퍼런스, 제조 과정을 접한 뒤 약 40분 거리의 몬자 서킷을 달라라 차량으로 시승할 수 있는 코스였다. 이탈리아 정통 레이싱카 제조업체인 달라라는 유명 자동차 기자들도 접하기 어려울 만큼 국내에선 낯선 영역이다. F1 그랑프리 성지인 몬자 서킷을 방문하는 것도 설레는데, 그곳에서 달라라 레이싱카를 몰아볼 수 있다니! 아이처럼 설레는 게 당연했다. 트랙 옆 공간에는 알칸타라와 협업한 2025년형 달라라 스트라달레가 고고히 자리해 있었다. 시트에는 레이저 커팅 패턴을 더한 펀칭 버전 알칸타라, ‘Traforato(트라포라토)’ 디자인이 유려하게 빛났다. 스트라달레의 두 트림, 랩스(레이스 자체를 위한 트랙용)와 랜드스케이프(여정을 즐기기 위한 쿠페) 모두 알칸타라의 높은 접지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곧이어 달라라의 브랜드 방향성과 제원 등을 설명하는 담당자가 ‘왜 알칸타라여야 했는지’ 설명했다. 이유는 소재 자체의 고급스러움과 경량성,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미학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학은 페라리, 맥라렌 등 다양한 스포츠카 브랜드가 알칸타라를 사랑하는 지점과 맞닿은 듯 보였다. 기술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스포츠카가 지녀야 할 가치를 포괄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달라라 스트라달레를 체험할 수 있었다. 차에 올라타 스티어링 휠을 잡자 고급스러운 그립감이 느껴졌다. 묘하게도 트랙 위 어디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전석 내부의 시팅 포지션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알칸타라 소재였다. 시동을 건 뒤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패들 시프트를 지그시 누르며 가속감을 느꼈다. 촘촘한 토크 아래 고무 타는 냄새,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엔진음이 차례로 들렸다. 이전까지는 ‘자동차 브랜드만이 전할 수 있다고 믿던’ 가치였다. 하지만 재밌게도, 그 감동의 중심에는 소재 브랜드인 알칸타라가 자리했다. 디자인 위크 전시 안에서 몰입형 예술을 완성한 것처럼. 어디에도 닿을 수 있는 확장성, 그것이 알칸타라가 지닌 고유한 가치가 아닐까. 이렇듯 걸출한 소재는 기능을 넘어 기억을 만든다.

에디터 박찬 사진 알칸타라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