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넷플릭스가 일으킨 WWE 붐

넷플릭스가 WWE 중계권을 사기 위해 50억 달러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OTT 중 최초로 전 세계 유료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했다. ‘WWE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WWE 위클리 이벤트 ‘먼데이 나이트 로(Monday Night Raw)’가 넷플릭스 시대를 맞이했다. 1993년 1월부터 TV 전파를 타고 북미 시청자의 안방극장을 찾아간 지 32년째. 이제 넷플릭스에서 ‘날것의 로’를 감상할 수 있다. 10년간 중계권을 사기 위해 넷플릭스가 투자한 금액은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덩치를 키워온 콘텐츠 괴물이 스포츠 라이브 중계에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약 35년 전만 해도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 WWE의 옛 명칭)를 보기 위해 비디오 가게를 수시로 들락거린 이들이 있었다. 이젠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스마트폰으로 WWE 프로레슬링을 볼 수 있으니 가히 상전벽해다.

넷플릭스가 로에 눈을 돌린 건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지닌 흡입력 때문이다. 다양한 스토리라인이 얽혀 긴장감을 주는 액션 드라마니까. 우정과 사랑, 배신과 분노 그리고 합종연횡까지 총망라한 유니버스인 만큼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묶어두기엔 최적이다. 시즌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52주 계속 돌아가는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테드 서랜도스 CEO는 “로 생중계 첫 주에만 500만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TV에서 중계하던 때의 거의 두 배”라며 웃었다. 넷플릭스는 OTT 중 최초로 전 세계 유료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했다. 미국 매체들은 WWE 로의 생중계가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스포츠 라이브 중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평양 건너 프로레슬링 본토에선 난리법석인데, 한국은 아직 조용하다.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넷플릭스 시대’ 영향권 밖이라서다. 프로레슬링 인기가 예전만 못 한 것은 둘째 치고, 넷플릭스 WWE 로 중계 계약은 북미 한정이다. 케이블 채널 IB스포츠에서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지만, 여전히 모바일이나 웹 접근성은 낮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보려면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VPN을 돌리는 편법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또는 웹으로 WWE 로를 중계할 수 있는 일명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가 없다. 쇼츠로 잘라 하이라이트나 화려한 피니시 무브를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 올릴 권리를 가진 사업자도 없다. 접촉면이 워낙 작으니까, 대중성은 낮아지고 그들만의 문화로 영역이 줄어들었다.

경제 논리에선 할 말이 없다. 높은 중계권료를 소비층이 받쳐주지 못하니 적자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누구도 WWE 뉴미디어 중계권 구매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시장이 작으니 WWE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레슬러를 발굴할 생각도 크게 없는 모양새다. 공감을 이끌어낼 캐릭터가 없고, 국내 언론도 시큰둥하며, 새로운 팬 유입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한국 시장에서 프로레슬링이 지닌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WWE는 35년 전 한국의 10대를 여러 흥미 요소로 붙잡아두는 동시에, 젊은 팬들을 유입시키는 데 열성을 다했다. 여러 민족을 묶고 대표 스타를 만드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어느 대회장에서나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의 팬들을 볼 수 있었다.

팬들이 세계관을 다시금 이해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은 거기까지 끌고 갈 플랫폼과 자본이 여실히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넷플릭스 시대’의 들불이 점차 번질 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 ‘용자’가 나타나길 고대하며.

이교덕 격투기 칼럼니스트. 20년 동안 격투기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랭크파이브>에 글을 쓰고 유튜브 ‘이교덕 GOAT’을 운영 중이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