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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서포터스 3인이 꼽은 인생 스포츠 바

농구 서포터스 3인이 꼽은 인생 스포츠 바들을 소개한다.

INCHEON _ MJ23 SPORTS BAR & GRILL

최근 농구 동호회 멤버들과 인천 영종도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드디어 한국에도 농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포츠 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MJ23 스포츠 바 앤 그릴’. 마이클 조던과 23번이라니. 농구 팬들에게 이렇듯 직관적 상호명이 있을까. 이곳을 방문하면 늘 소파가 아닌 바 자리에 착석한다. 바 자리에 인접한 10여 대의 스크린이 NBA 경기부터 MLB 등의 북미 리그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주기 때문이다. 한편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메뉴판은 시카고 불스 시절 마이클 조던의 점프슛을 그려내고 있다. 메뉴판 안에는 ‘코트사이드 칵테일’로 명명한 다양한 위스키부터 플랫 톱 버거까지 나열해 있다. 그중 시그너처 메뉴인 빅 마이크 버거는 정통 미국식답게 두툼한 감자튀김과 통으로 나오는 피클이 눈길을 끈다.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고급 스포츠 바를 그대로 인천국제공항 근처로 가져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농구 팬 입장에서는 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명소다.

SEOUL _ DAEJEOTAEG

MJ23이 T.P.O를 갖추고 방문해야 할 것만 같은 라스베이거스풍 스포츠 바라면, 성수동에 위치한 대저택은 도쿄 시부야 한편의 하이볼 바처럼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각 형태 은색 좌석에 앉아 대형 스크린의 스포츠 경기를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동호회 멤버들과 서울숲 농구장에서 경기를 즐긴 뒤 루트처럼 이 바로 향한다. 새벽 1시에 마감하는 바의 특성상 SK 나이츠 말고는 관람할 농구 경기가 거의 없지만 깔끔한 매장과 은은한 분위기 덕분에 삼삼오오 모여 중계 실황을 관람하기 좋다. 단체 관람 신청을 위해 다양한 스포츠 동호회가 경쟁하는 만큼 사전 예약이 치열하다. 많은 스포츠 펍 중에서도 대저택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요즘 가장 핫한 성수동에 위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칵테일과 하이볼 등 주류 맛이 걸출하기 때문이다. 라자냐, 에그인헬 같은 간단한 식사류와 유자 하이볼을 곁들이면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배가 된다. ‘대저택 입주권’이라는 월 정기권 형태의 멤버십 시스템도 재밌는 요소다.

_ 이재형(마케터)

NAGOYA _ WSC SPORTS LOUNGE

‘일본 제3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막상 나고야 여행을 시작하고 나니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 가운데서 야후 재팬을 통해 흥미로운 공간을 발견했다. 바로 나카구 마루노우치 3가에 위치한 WSC 스포츠 라운지였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밝은 분위기의 ‘스포츠 카페’에 가까웠다. 듣기로는 최근 일본에는 이런 스포츠 라운지에서 가족 또는 친구 2~3명이 뭉쳐 응원하는 유행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가게 내부에는 샤킬 오닐의 친필 사인, 마이클 조던의 1995년 시카고 불스 저지, 코비 브라이언트의 농구화 등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혼자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라운지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었는데, 당시 일본 농구 국가대표팀은 유타 와타나베, 하치무라 루이, 토미나가 케이세이 등 스타 선수로 무려 48년 만에 올림픽 자력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전력 차이가 엄청나다고 느끼는 프랑스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곳은 국가 대표 전시 퍼블릭 뷰잉(가게 외관에서 다 함께 관람이 가능한 시스템)을 진행하기에 입구 앞 모니터에 수많은 관중이 몰릴 정도였다. 좌석이 없던 나는 할 수 없이 스탠딩 테이블에서 홀로 스페인산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람했는데, 예상외로 시소게임을 펼치자 관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신성’ 카와무라 유키가 빅터 웸반야마와 루디 고베어 앞에서 엄청난 활약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비록 연장전 끝에 4점 차로 패배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덕분에 매장 분위기가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때때로 ‘이렇게 쾌적하고 가족적인 스포츠 라운지가 한국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_ 최원석(웹 디자이너)

BOSTON_ CHAMPIONS

국내 NBA 팬들에게 서포트하는 팀을 물어보면 대부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시카고 불스, 뉴욕 닉스를 말한다. 당연하다.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패트릭 유잉 같은 국내 유명 레전드 선수들이 있으니까. 역대 NBA 파이널 18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는 이상하게도 유독 한국에서 인지도가 부족하다. 내가 보스턴 셀틱스를 응원하게 된 계기도 그런 반항아적 심리가 작용한 후부터였다. 어린 시절 케빈 가넷의 종횡무진한 활약을 본 이후 서포터스가 되었고, 언젠가 보스턴 TD 가든에서 경기를 직관하겠다는 야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2021년, 처음 발을 디딘 보스턴은 그 어떤 곳보다 스포츠에 진심인 도시였다. 굳이 홈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셀틱스, 레드삭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저지를 입은 이들이 거리 곳곳에서 보였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비율이 높은 보스턴인 만큼 미국답지 않은, 유럽 축구장에서나 볼 법한 응원 문화가 눈에 띄기도 했다. 메리어트 코플리 플레이스 호텔 아래 위치한 챔피언스 바는 그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아치 형태 바 위에 위치한 각각의 스크린, 중앙의 큼지막한 메인 스크린은 그 자체로 생동감이 넘쳤다. 현지인들과 함께 셀틱스의 경기를 접하자 억센 보스턴 억양의 고함 때문에 몇 번이나 놀랐다. 당시 셀틱스는 레이커스와 라이벌리 매치를 진행 중이었는데, 신임된 지 얼마 안 된 이메 우도카 감독의 전술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시기였다. 술에 취한 팬들이 그를 향해 욕을 퍼붓던 기억이 난다. 경기는 결국 레이커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셀틱스 특유의 공격적 서포터스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_ 최원석(웹 디자이너)

LOS ANGELES _ TOM’S WATCH BAR

미국 여행을 자주 하는 이라면 눈에 띄는 상호명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톰스 어반’이다. 10년 넘게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바, 레스토랑 체인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지난 2019년부터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했다. 새롭게 명명한 브랜드명은 톰스 워치 바. ‘All the Sports, All the Time’이라는 이들의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 모든 스포츠 팬에게 최상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메리칸 스포츠 전문 바다. 그중에서도 NBA 팬인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로스앤젤레스 지점이었다. 이곳은 360도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 배열과 높이 약 4m, 너비 약 7m에 육박하는 ‘메가트론’ 스크린을 자랑한다. 연고지 구단인 LA 레이커스를 둔 덕분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서포터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 리빙 레전드인 르브론 제임스뿐 아니라 매직 존슨이나 윌트 체임벌린 같은 클래식 레전드의 저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음식을 구매한 서포터스에게 응원용 보라색과 금색 수건을 증정하는 등 레이커스 팬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눈길을 끌었다. 바를 방문했을 때 레이커스는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의 활약으로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던 2019-2020 시즌이었다. 이들은 그날의 승리로 7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20 NBA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급 시즌을 달성했다.

ST. LOUIS_ LESTER’S

세인트루이스, 한때 엑스포와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대도시지만 최근 들어 치안과 관련해 악명 높은 곳이다. 약 5년 전, 캔자스시티에서 시카고로 넘어가는 여행 일정 중 우연히 발견한 세인트루이스의 레스터스 펍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곳이었다. 입구에는 세인트루이스 호크스 시절 밥 페팃, 빌 러셀 등의 유니폼 저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의자에 홀로 앉아 치킨 브리스킷 케사디야와 번트엔즈를 먹으며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경기를 즐기다 보니 식당은 NBA를 관람하는 손님들로 금세 붐볐다. 자리가 부족했는지 한 60대 백인 부부가 내게 합석을 부탁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이들은 세인트루이스가 몰락하기 직전부터 거주하던 토박이였다.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세인트루이스 호크스가 떠나고, 1990년대 말 밴쿠버 그리즐리스의 연고 이전을 실패한 부분도 아쉬워하는 듯 했다. 지금은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체육팀의 농구부가 두각을 나타내 대학 농구 리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느 스포츠 바처럼 큼지막한 TV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이곳에서의 담백한 농구 대화를 꺼내 가끔씩 추억하곤 한다.

_ 임동현(영어 학원 강사)

에디터 박찬 일러스트 도요(Doyo)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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