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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포옛이 선사할 분노의 질주

지난 시즌, 전북 현대모터스가 자존심을 구겼다. 전북은 곧바로 EPL 무대에서 ‘명장’ 타이틀을 달았던 거스 포옛을 전격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K리그 최고 명문, 전북 현대모터스가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시즌 창단 후 첫 승강 플레이오프 추락이라는 치욕을 당했다. ‘강등’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벼랑 끝에서 1부 리그에 생존하며 전손 폐차는 면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언제나 ‘우승 후보 1순위’로 조명을 받았던 과거 영광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EPL 무대에서 ‘명장’ 타이틀을 달았던 거스 포옛을 전격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K리그 팬들은 역대 최고 명성을 지닌 외국인 감독의 등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지난 시즌 제시 린가드의 FC서울 입단처럼 말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포옛 감독은 입단 소감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머리를 비워라, 지난 시즌의 기억을 모두 지워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비일관성과 긴장의 기억을 지워라. 목표를 세우고 자유롭게 뛰어라”라고. 끔찍한 사고를 경험한 전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마주하고 있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마찬가지다. 체력적 보완과 전술적 완성도에 앞서 강조한 것은 극복이다. ‘완전한 삭제’다. 다른 무엇보다 정신적 회복을 강조하는 면에서 지도자로서 그가 갖는 중심을 엿볼 수 있다. 포옛 감독은 선수 시절 첼시, 토트넘 등에서 이름을 날렸고,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토트넘 홋스퍼 FC, 선덜랜드 AFC 등을 거쳤다. 중국 무대와 그리스 국가 대표팀을 거쳐 K리그를 밟은 그가 하향 곡선에 있는 지도자라는 불안한 시선도 있다. 그래도 ‘현대’가 단순히 이름값 만으로 그를 데려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 국가 대표팀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그는 최종 면접 단계에서 홍명보 감독과 경쟁했다. 그가 발표한 한국 대표팀과 K리그에 대한 연구 밀도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당시의 학습은 연장선을 따라 전북으로 이어졌다.

종목을 불문하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의사소통과 문화 그리고 사고방식 차이다. 가끔은 감독 홀로 고립된 섬이 되고, 한국인 ‘실세 코치’가 팀을 장악하고 파벌이 형성되어 아수라장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다행히 전북과 현대는 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수석코치, 전술코치, 피지컬코치로 구성된 ‘포옛 사단’을 한꺼번에 데려왔다. 진지한 부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코칭 스태프들이 곁에서 다양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동시에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신화를 쓰는 과정에서 한국인 스태프, 선수 그리고 ‘벤투 사단’의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 역할을 했던 마이클 김 디렉터의 존재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의 포옛 감독은 수비 지향적 전술을 구사하지 않는다. 본인 역시 ‘제로’에서 시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간의 족적을 보면 쇼트 패스를 기반으로 빌드업을 중시한다. 미드필드와 수비의 간격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공격도 과감하다. 선덜랜드 시절 기성용이 최전방까지 올라 시원한 중거리슛을 날리던 장면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다. 전북에 잠든 ‘닥공 DNA’를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과 함께 정비를 마친 세단 한대가 조심스럽게 시동을 건다. 허름한 동네 카센터로 알았던 그곳을 돌아보니 최첨단 정비 기술이 집약된 현대자동차의 자랑, 하이테크센터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가끔은 비포장 도로도 나오겠지만 꽤 실력 좋은 드라이버가 휠을 잡았고, 내비게이터도 준비했다. 다시 엔진이 멈춰 재입고의 길로 갈 수도, 폐차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K리그에 존재하지 않던 꿈의 아우토반으로 올려줄 수도 있다. 축구 팬 입장에서 포옛 감독의 전북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김동환 <풋볼리스트> 기자. 축구를 말과 글로 전하고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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