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러너들이 이야기하는 산과 길의 맛
배우 진선규 등 트레일 러너 3인이 이야기하는 트레일 러닝의 매력.
한계 없는 산길의 매력을 찾아서
시작
로드 러닝(아스팔트 도로 위 러닝)만 하던 중 유튜브 채널 ‘Maranic TV’ 운영자인 올레 형의 영상을 접하며 트레일 러닝에 빠지게 됐다. “내가 가는 곳이 뛸 수 있는 곳이다”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지방으로 작품 촬영을 가든, 여행을 가든, 트레킹 코스가 있든 없든 한계 없이 달려본다. 차츰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보니 트레일 러닝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전후 케어
전날부터 과식을 안 하는 편이다. 당일 아침에는 에너지 바나 바나나처럼 간단한 음식으로 공복을 해결한다.
러닝 전후에는 꼭 ‘굿 볼’을 활용해 근육 회복을 돕는다. 굿 볼 메소드는 본래 무릎, 허리, 어깨 통증 관리를 위해 고안한 운동법으로, 큰 자극을 주는 마라톤 같은 운동 직후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준다.
코스
주로 남산이나 불암산 코스를 애용한다. 고한민 배우, 올레 형, 러닝 동호회와 함께 달리는 편이다. 해외 경험이 많진 않지만 스위스 그린델발트에서 뛰던 순간과 몽골의 미니 사막 엘승타사르해에서의 러닝은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몽골 트레일의 경우 드넓은 초원에 파묻힌 상태로 모험을 이어간다는 점이 자유롭고 신비로웠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버킷리스트이자 세계 최고 트레일 러닝 대회로 꼽히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진출해보고 싶다.
진선규
영화 <극한직업>, <범죄도시> 등에 출연한 배우. 연기자 선배인 유해진에게 트레일 러닝화를 선물받은 후 러닝에 입문했다. 두 번의 허리 디스크 수술 후유증을 러닝으로 극복했으며, 이제 산까지 뛰는 트레일 러너가 되었다. 최근에는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부터 각종 러닝 동호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만의 속도로 자연 속에 빠져드는 시간
시작
2012년 제주도 100K 스테이지 레이스에서 트레일 러닝을 처음 접했다. 3년 후에는 미국 서부를 백패킹으로 종단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경험했고, 이후엔 ‘러닝’에 초점을 맞춘 트레일 러닝에 집중했다. 트레일 러닝은 좁은 주로에서 주변 러너의 속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나만의 속도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연과의 연결을 느끼고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전후 케어
중요한 러닝 전날에는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섭취하고, 당일에는 최소 2~3시간 전에 일어나 죽이나 샌드위치를 먹는다. 장비 체크도 중요하다. 전날 밤 발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미리 발목과 발바닥에 테이핑을 하며, 러닝 후에는 사우나에서 아이싱 케어를 진행한다.
코스
주로 뛰는 코스는 집 근처 둘레길이다. 서울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은평둘레길 일부 구간을 지나가는 코스로,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인상 깊은 해외 코스로는 일본 후지산 둘레를 지나는 ‘FUJI 100’에서 첫 100마일 레이스를 완주한 것이다. 유일하게 DNF(미완주)하고 ‘리벤지’에 성공한 ‘치앙마이 UTMB’ 레이스도 잊을 수 없다. 기회가 된다면 백패킹으로 걸었던 미국 PCT를 달려보고 싶다. 오리건 구간은 평탄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많아 기대하게 된다.
김희남
기록하는 하이커. 길 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자 노력한다. 장거리 하이킹 커뮤니티 ‘하이커스랩’과 유튜브 채널 ‘히맨’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트레일 러너들을 위한 가이드와 관련 아웃도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가 있다.
기록이 아닌 기분을 위해 달리는 산길
시작
처음에는 끝없는 오르막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 발을 내딛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순간이 역설적으로 오묘한 힘을 줬다. 한 걸음이 다음 걸음을 가능하게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도 기록이 아닌 기분을 위해 달리고 싶다.
전후 케어
앤서600이라는 보충제를 섭취하고 있다. 600kcal(103g의 파우더 기준)를 흡수시키는 보충제인데, 대회 전날과 당일 아침 각각 1포씩 마시면 무려 1200kcal를 저장하고 달릴 수 있다. 러닝 후 사용한 근육과 관절을 저온으로 식혀주며, GFM(Ground Force Method)을 통해 전신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고 가동성을 높인다.
코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18.6km로 이어진 한양도성길이다. 옛 성곽을 따라 달리면서 서울 도심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코스는 지난해 9월에 경험한 아타카마사막의 250km 레이스 코스다. 해발 35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시작해 달 표면처럼 생긴 지형, 1km 이상 모래언덕, 끝없이 펼쳐진 점판암 지대 등 엄청난 정경을 자아낸다. 11월에는 그동안 꿈꿔온 남극을 달리러 간다. 장장 250km를 달리면서 어떤 풍경을 접할지 기대 중이다.
오세진
작가이자 강연가, 그리고 아웃도어 전문 영상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자연에 빠지다’를 운영 중이다. 산행을 동적 명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연 속을 걸으면 뇌가 외부로부터 자극받지 않아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서로는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자유롭게 이탈해도 괜찮아>, <몸이 답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