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동행
사진작가 김명중과 배우 진서연이 희망고의 기부 프로젝트를 위해 만났다. 두 사람이 전하는 나눔의 가치.
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 초입에 사진작가 김명중과 배우 진서연이 소월로에 위치한 이광희 디자이너 부티크를 찾았다.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인 김명중은 투어 촬영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었고, 진서연 배우는 <무쇠소녀단>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국내 1세대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의 ‘희망고 티셔츠’ 프로젝트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광희 디자이너는 1980년대부터 한국의 하이엔드 패션을 이끈 인물이다. 영부인과 여성 CEO, 상류층의 맞춤복을 도맡으며 패션 디자이너로서 정점에 이르렀다. 줄곧 패션이라는 한길만 걷던 중 김혜자 배우를 따라나선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행은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다. 척박한 땅과 굶주린 아이들을 보고 자신이 진짜 해야 할 일을 찾은 기분이었다는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헐벗은 땅에 망고 묘목 100그루를 심었다. “한 아주머니가 자기는 망고나무를 길러 아이를 셋이나 키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시장에서 망고나무를 샀어요. 그 나무는 5년 뒤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해 100년 동안 해마다 열매를 맺는다고 해요. 3대가 먹고살 수 있죠.” 대표는 그날 심고 온 망고나무와 사람들이 눈에 밟혀 그해 바로 사단법인 희망의망고나무(이하 희망고, 2011년 남수단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최초 국제 NGO 인가를 받음)를 세우고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서울과 톤즈를 오가는 삶, 그렇게 살아온 게 벌써 15년이다. 그동안 심은 망고나무는 5만 그루에 달한다. 또 재봉·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 교육센터, 아이들을 위한 희망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운영하며 현지인의 자립을 돕고 있다. 자선 패션쇼, 희망고 티셔츠 판매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맺은 열매들이다. 이광희 디자이너는 다시 또 티셔츠를 지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등학교 갈 나이가 되어 학교 설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배우 진서연과 사진작가 김명중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희망고 티셔츠를 입은 진서연 배우를 김명중 사진작가가 카메라에 담아냈다. 판매를 위한 홍보에 쓰일 사진이다. 웃음 가득했던 촬영을 마치고 한자리에 둘러앉아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진서연 배우와 김명중 사진작가는 초면이지만 대화 내내 서로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이광희 디자이너를 포함한 세 사람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퍽 닮아 보였다.
이광희 대표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이렇게 모인 걸 보면 각별한 사이겠죠?
진서연 (이광희) 선생님의 남편인 홍성태 교수님에게 마케팅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남수단 톤즈에 학교를 지었다는 말을 들었죠. ‘잠깐! 내 오랜 꿈이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는 건데, 그걸 이룬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고?’(웃음) 운명처럼 느껴졌죠. 이번 희망고 티셔츠가 고등학교 설립 기금 마련을 위한 거라니 발벗고 뭐라도 해야죠. 미미하더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이광희 서연 씨는 2년 전 연말에 플리마켓으로 모금한 돈을 희망고에 기부했어요. 훗날 학교를 짓는 데 종잣돈으로 써달라면서. 김명중 전 선생님을 처음 뵌 날이 생생해요. 그날 희망고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뚝, 흘리는데 그때 말씀드렸죠. 나중에 도울 일이 있으면 꼭 함께하겠다고.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웃음)
두 분 모두 평소 봉사와 후원 활동에 관심이 있으니 선뜻 나선 거겠죠. 진서연 배우는 환경 관련 봉사에도 적극적이던데.
진서연 제주도로 이사한 뒤 산책하며 쓰레기를 주웠어요. 혼자보다는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 크크루(kkroo)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싶더라고요. 꽤 큰 금액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나서 친분 있는 배우와 함께 플리마켓을 열었죠. 나중에는 키즈 플리마켓을 만들어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팔고, 그 돈을 크크루에 기부했어요. 유명 셀럽이 나서는 것도 좋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문화를 만들어주는 게 의미 있다고 봐요. 나누는 삶이 교육이 되고 습관을 기르는 거잖아요.
작가님도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는 등 일종의 재능 기부를 하고 있죠. 이 같은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명중 20대 영국 유학 시절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흙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미소를 띠고 있었죠. 그때 큰 울림을 받았어요. 인생은 물질이 전부가 아니구나. 이후 제3세계를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저는 사실 거대한 걸 하고 있진 않아요. 한국컴패션의 일환으로 류준열 배우와 케냐를 방문한 뒤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내가 보낸 4만5000원으로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뀌는 걸 보니 그 돈이 생명처럼 여겨지더군요.
소외된 곳, 도움이 필요한 곳에 꾸준히 마음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보람 또는 사회적 책임으로 하는 일일까요?
김명중 스스로에 대한 면죄부 같은 거예요.
진서연 정말 그거예요. 문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마주할 때 먹고 즐기는 일상의 당연함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져요. 눈 감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죠. 결국엔 제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거죠.
나눔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일이나 기대하는 변화가 있나요?
김명중 원대한 포부를 세우기보다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처럼 말이죠. 솔직히 우리 모두 하루하루 치이며 살아가잖아요. 그런 하루 중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을 만나면 환기가 돼요. ‘그렇지. 이런 마음도 있었지. 나도 해야지!’ 희망고 티셔츠를 만드는 선생님 같은 분이 곁에 있으니, 그
뜻을 함께할 기회도 생기는 거고. 이렇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삶에서 이런 장면이 많아지고 지속되길 바라요.
진서연 막연하지만 꿈꾸는 한 장면이 있어요. 교육이 필요한 어딘가에 학교를 지어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광희 그림이 그려져요.
김명중 혹시 사진가는 저인가요?(웃음)
진서연 또 이렇게 셋이 모여야죠.(웃음
희망고 티셔츠 프로젝트×노블레스몰
희망고 티셔츠 프로젝트에 노블레스몰이 함께한다. 노블레스몰(noblessemall.com)에서 9월 30일부터 희망고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다. 제비꽃, 은방울꽃, 블레싱버드, 부엉이 네 가지 디자인 중 선택 가능하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고등학교를 설립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