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의 시간
담담하게 흘러가는 정한의 시간.
멤버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그만큼 나도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멤버들이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맨 노블레스>와 첫 촬영인데, 실은 구면이다.
아, 정말인가? 언제인지.
굳이 엮는 것 같지만, 지난해 민규 촬영 때 기억하나?
아, 그때 잠시 구경하러 갔었다. 그러네.(웃음)
잠깐이지만 둘 사이가 끈끈해 보여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다. 위블로 워치를 착용한 오늘 촬영은 어땠나?
이만큼 다양한 시계를 착용해볼 기회가 없으니 즐기면서 촬영했다. 잘 소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워치 화보 촬영은 처음 아닌가?
맞다. 사실 위블로 촬영이라고 들었을 때 반가웠다. 어린 시절 잡지를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했던 첫 시계가 위블로의 빅뱅 시리즈였다. 가격이 상당했던 것도 기억난다.(웃음) 첫 컷에서 빅뱅을 찰 때 그때 기억이 스
치더라.
촬영하면서 새롭게 눈에 들어온 시계도 있나?
투명한 워치. 스퀘어뱅 유니코 사파이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가 유니크해 보여 눈에 띄더라. 직접 차보니 더 예뻤고.
오늘 화보 콘셉트에 금발이 잘 어울리더라. 세븐틴 멤버 중 헤어스타일이 가장 변화무쌍하지 않았나.
세븐틴 정한이 아닌 ‘윤정한’도 변화를 즐기는 편인지 궁금하다. 그렇진 않다. 익숙한 걸 좋아한다. 어디든 가본 곳을 선호하고, 식당도 대부분 가는 곳만 가게 된다. 옛날에 살던 동네에 한 번씩 찾아가 ‘어떻게 변했나’ 하며 회상하는 것도 좋아한다. 변화나 도전에 소극적인 편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 내 의지로 선뜻 나서서 행동하지 않을 뿐.
그런 거라면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겠다.
그렇다. 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함께한다.
‘해보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나?
자주 얘기하는 거지만, 지난해 패션쇼에 참석한 일이다. 커리어에서 환기가 필요할 즈음 기회가 찾아왔다. 이전엔 화보 촬영이나 개인 활동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때 이후 여러 기회도 생기고 나의 스펙트럼도 넓어진 것 같다. 무섭다고 피했으면 몰랐을 세계다.
대중도 정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계기다.
사실 쇼에 참석하기 전 많이 긴장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장이니 두려움도 있고 생각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덤덤하더라. 캐럿(팬클럽) 앞에 서서 공연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지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섞이니 긴장이 풀리더라.
멤버들은 고민이 있으면 정한을 찾는 것 같던데. 원래 누군가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성향인가, 아니면 ‘듣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건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향도 맞는 것 같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번뜩이는 해답을 주거나 조언을 하는 건 아니지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면 듣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본인의 고민은 누구에게 털어놓나?
고민이나 생각이 많지 않다.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다 이유가 있고 그럴 운명이었다고 여긴다.
마음을 잘 챙길 줄 아나 보다.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게 아닐까. 애초에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열심히 노력한다. 깊은 생각을 차단하면서. 좋게 말하면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피하거나 숨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고 싶었다. 좌우명이 ‘물 흘러가듯 살자’던데, 언뜻 들으면 큰 욕심이나 야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비쳐져 오해를 많이 사기도 했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는 일부러 더 텐션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사실 좌우명 이야기를 꺼낸 건, 이만큼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오른 아티스트가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열정과 패기가 가득 찬 좌우명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래서 세븐틴 멤버가 되고 나서 ‘열심히 살자’를 붙이게 됐다. 여기는 치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환경이다. 원래 내 성격이라면 물 흐르듯 사는 거지만, 팀과 멤버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사는 태도를 갖게 됐다. 일본어를 하는 멤버가 없어 배우게 된 것처럼, 팀을 위해 계속 공부하며 성장하고 싶었다. 또 열심히 살아가는 멤버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그만큼 나도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멤버들이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그러고 보니 ‘열심히 살자’도 본인보다 주변 사람을 위하는 마음가짐처럼 들린다. 팀을 위해 ‘듣는 사람’이 되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모험이나 도전도 기꺼이 하는 것처럼. 당신에게는 사람이 참 중요해 보인다.
그게 곧 나를 위한 게 아닐까. 캐럿에게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난 나에게 주어진 길과
흐름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운으로만 온 건 아니지만,
운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지금까지 이룬 것들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항상 말하던데. 그렇다면 자신에게 찾아온 가장 크고 고마운 행운을 꼽는다면.
이 분야엔 정말 많은 그룹이 있다. 다들 피땀 흘려 치열하게 연습하고 실력도 모두 출중하다. 그 가운데 우리가 이만큼 관심을 받고 빛을 보는 건 세븐틴이라는 팀 자체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세븐틴 멤버가 된 것도 운이 따라준거고. 사실 연습생 시절 그만두려고 한 적이 서너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러지 못할 명분이 생겼고 그런 명분들이 나를 팀에 남게 했다. 당시엔 발목을 잡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 덕에 세븐틴 멤버로 데뷔하게 됐다. 그래서 난 내게 주어진 길과 흐름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운으로만 온 건 결코 아니지만, 운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나온 시간 중 붙잡고 싶을 만큼 빠르게 흘러간 순간이 있나?
나의 모든 20대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바쁘다고 불평할 틈 없이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20대는 가장 멋있고 찬란한 청춘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시간이 좀 더디게 흐르면 좋겠다.
30대에 접어들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느껴질 텐데.
그러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속상하다.
30대를 앞둔 정한의 마음가짐은 어떤가?
지치고 싶지 않다. 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행인 건 아직 멤버 모두가 열정적이다. 그들이 잘 이끌어줘서 나도 거기에 잘 끌려가고 있다.(웃음) 그리고 과거나 지금이나 모든 기준은 캐럿인 것 같다. 캐럿이 우리 팬이라는 게 아직은 자랑스럽길 바란다. 또 ‘우리가 힘들어야 멋있는 무대가 나온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곧 나올 새 앨범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10년 차 그룹으로서 부담감도 있나?
커리어를 쌓을수록 부담감이 커진다. 어떤 일이든 계속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후배에게 자리를 내줄 때가 당연히 찾아오겠지만, 그 생각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 거기에 매몰되면 텐션이 확실히 떨어진다. 아직은 태울 열정이 남아 있으니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과거 인터뷰에서 종종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언급하던데, 겸손이라고 느껴지면서도 그게 동력처럼 보였다. 여전히 자신이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나?
자존감은 엄청 높다.(웃음) 잘생긴 것도 알고.(웃음) 하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태도는 좀 다르다. 멤버들이 워낙 열심히 살아가니 나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요즘 정한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어는 뭔가?
건강이다. 여전히 바쁘지만 20대에 비하면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테니스나 복싱도 배워보고 싶고 미뤄둔 취미 생활도 해보려고 하는데, 이제는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참 속상하다. 10년 동안 춤추면서 체력을 다 당겨 썼나 보다.
얼른 다시 쌩쌩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멘털 건강도 많이 신경쓰고 있고.
다시 보게 된다면, 몸도 마음도 더 단단해진 모습이길.
다시 만날 때에는 에너지가 가득 채워져 있지 않을까. 캐럿도 많이 보고 싶을 테고, 멤버와 함께 섰던 무대도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