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카 10만개? 다이캐스트 수집광의 집념
40여 년간 모은 미니카만 10만여 개? ‘그 남자의 가젯’ 다이캐스트 수집광 편.
다이캐스트 수집광
대학병원 연구 교수. 다섯 살 때 취미로 시작한 미니카 수집을 40여 년간 이어왔다. 직접 타기 어려운 올드카나 슈퍼카 디자인, 내부 구조가 들여다보이는 수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기 때문. 지금까지 모은 미니카만 10만 개가 넘는다.
미니카 수집 계기
어릴 때 몸이 좋지 않아 절대안정을 취해야 했다. 또래처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대신 주로 미니카를 가지고 놀았다. 어머니가 한두 개, 아버지가 외국 출장길에 사다 주시면서 미니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니카의 매력
196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다이캐스트 형식의 미니카를 만든 걸로 알고 있다. 그때는 ‘메이드 인 차이나’도 아닌 ‘메이드 인 잉글랜드’ 제품뿐이었다. 크기는 작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어 문도 열리고 내부 엔진 같은 세밀한 구조도 볼 수 있었다. 올드카는 보고 싶어도 보기 어렵고, 슈퍼카 역시 관심이 있다고 모두 구매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1 대 64, 1 대 24, 1 대 8 등 크기로 작아진 차를 만지면서 대리 만족했다. 개인적으로는 본업이 병원에서 연구와 논문 작성, 통계하는 일이다 보니 미니카를 만지면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집 경로와 기준
이전에는 국내에 프라모델이나 다이캐스트를 파는 곳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요즘은 정식 모델을 구매하고 싶으면 용산으로 가고, 운동 삼아 동묘에 단종된 제품을 보러 가곤 한다. 해외에 나갔을 때 알게 된 곳을 기억해뒀다가 출장길에 구매하기도 한다. 직접 가기 어려울 때는 그렇게 알아둔 곳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베이에 올라온 제품을 구경하며 장바구니에도 몇백만 원씩 담아둔다.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삭제되면 담고 삭제되면 또 담는다. 구매 기준은 특별히 없다. 보고 싶은 모델이나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 사이즈는 크게 상관없다.
수집과 얽힌 일화
수집품을 방 안에 조금, 옥상에 조금씩 약 40개 박스에 모아뒀다. 유튜브에 먼저 영상을 올렸는데, 공간과 시간 여유가 부족해 잠시 중단했다. 그러다 오랜 친구가 아깝지 않느냐며, 새로 여는 자신의 사무실 공간에 정리해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열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며 집에 있는 박스를 차로 날랐다. 풀고 정리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걸 본 대기업 임원 한 분이 오래전부터 찾던 물건이라며 근 1년을 졸라 결국 판매한 미니카도 있다.
위시 리스트
국산 차로는 1987년 대우(현 한국 GM)에서 나온 연하늘색 슈퍼살롱.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해외 차 중에서는 롤스로이스 초기 모델 중 1914년에 제작한 실버 고스트 40/50 HP를 찾고 있다.
자신에게 미니카란
삶의 여유. 미니카를 보고 있으면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 환기가 된다. 어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 추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내게는 추억의 매개가 미니카다. 지금은 수집을 넘어 보유한 제품으로 서로 부품을 바꿔 끼우기도 하고, 고장 난 올드카를 고치는 등 미니카 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