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화’
연기 앞에 선 그는 뭐든 준비가 돼 있다. 코믹, 멜로, 액션까지.
화보 촬영을 좋아하는 편이죠. 오늘도 매 순간 즐기는 게 느껴졌어요.
원래 새로운 분들과 작업하는 걸 즐겨요. 화보는 평상시 담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모험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하죠. 좋은 결과 물을 담는 게 목적인 만큼 더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홍보 일정으로 바쁜가요?
화보도 찍고, 예능 프로 그램에도 나가고. 이런저런 홍보 활동 중이에요. <놀아 주는 여자> 촬영은 작년 10월 말쯤 끝나서 그동안 잘 쉬었고요. 마침 작품이 고팠는데, 하반기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드라마부터 영화 <파일럿>까지 열심히 촬영한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돼 마음이 설레고 신나요.
<놀아주는 여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모든 장르를 좋아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면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본을 봤어요. 특히 제가 맡은 ‘은하’ 역은 건강하고 순수한 캐릭터라 마음이 가더라고요. 엄태구 선배가 먼저 캐스팅됐는데, 선배와 <구해줘 2> 때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다시 한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드디어 하게 된 셈이죠?
맞아요. 그동안 러브 라인이 있어도 짝사랑한다든지, 헤어지고 시련을 겪는다든지, 주로 쓸쓸한 연기를 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랑을 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죠.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상대 배우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꼈어요?
태구 선배가 맡은 ‘지환’과 은하가 따로 떨어져 상대를 떠올리며 회상하는 신이 로맨틱하게 느껴졌어요. 같이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요.
얘기를 듣다 보니 배우님의 사랑의 언어는 뭘까 궁금해졌어요. 상담가 게리 채프먼이 쓴 <5가지 사랑의 언어>에 나오는 내용인데, 사람마다 고유한 사랑의 언어가 있대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중 본인은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요?
저는 함께하는 시간이요.
왜죠?
시간이 있어야 인정하는 말도 해주고, 선물도 주고받고, 스킨십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누굴 만난다는 건 함께하기 위한 거니까 같이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은하 역을 맡으면서 새롭게 경험한 부분도 있나요?
사실 키즈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몰랐어요. 역할을 맡고 공부하면서 아이들에게 정말 사랑받는 직업이란 걸 알게 됐죠. 유튜브 내 순위도 높더군요.
어떤 채널을 많이 보고, 캐릭터에 적용했는지.
‘헤이지니’랑 ‘유라야 놀자’ 등 유명한 키즈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봤어요. 저도 그분들과 같은 플레이어잖아요. 보는 사람은 즐겁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란 게 느껴지더군요. 높은 목소리 톤과 에너지를 유지하며 연기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도 많이 참고했죠.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하나씩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는데, 은하는 본인과 어떤 면이 닮았나요?
늘 닮은 면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보는 사람도 이질감이 없을 테니까요. 은하는 키즈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하기 위해 어떤 편법도 쓰지 않아요.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기회를 쟁취하죠. 그런 면에서 저와 닮은 것 같아요. 1년 가까이 은하로 살고 연기하면서 애착도 생기고 스며들었어요.
엄태구, 권율 배우를 비롯해 ‘덩어리들’로 불리는 남자 배우들과 주로 촬영했어요.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덩어리들 오빠들이 연기하는 것만 봐도 웃기고 즐거웠어요. ‘형’이 많으니 오히려 털털하게 대했죠.(웃음) 은하라는 인물이 씩씩하니까 그 에너지를 잃지 않고, 예열하려고 더 편하게 한 것도 있어요.
슛 들어가기 전 본인만의 예열 방법도 있어요?
특별한 것보다 촬영 전에 대본을 숙지해요. 내가 연기하는 걸 즐기려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몰입하기도 쉬워요. 이제는 본능처럼 작품을 맡으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게 일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은하랑 정말 닮은 부분이 있네요. 가수였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 려요. 만약 아이돌을 하지 않고 바로 연기자로 데뷔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러게요. 바로 배우를 했다면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방향이든 편한 길은 없잖아요.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뭐든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오는 것 같아요.
원래 꿈은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에 가까웠어요?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해서 연기도, 무대에 서는 것도 해보고 싶었죠. 오디션은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본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방향을 정하지 않고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무대에 오르고 싶었거든요. 그때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제안하셔서 아이돌 활동을 하게 된 거예요.
그렇군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술꾼도시여자들>의 ‘지연’을 빼놓기 어려워요. 배우로서 매력을 각인시킨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잊을 수 없죠. 고마운 작품이고 역할이에요. ‘내가 이런 연기를 소화할 수도 있구나’ 스스로 알게 되고 공부도 많이 됐어요. 이전에는 그만큼 텐션 높은 캐릭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지연이는 범상치 않게 밝았잖아요. 감독님도 톤을 높여달라고 요청하셨고, ‘어떻게 시청자를 즐겁게 할 수 있을지’가 미션이었어요. 예를 들어 대사가 다섯 줄이면 어떻게 강약 조절을 하고 표현할지 디자인했죠. 시종일관 밝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요.
“누군가 하는 일이 쉬워 보이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 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개봉 예정인 영화 <파일럿>도 궁금해요.
<파일럿>은 2년 전에 찍었어요. <술꾼도시여자들 2>랑 영화 <달짝지근해: 7510>까지 세 작품을 동시에 찍느라 치열하게 촬영했죠. 조정석 선배가 맡은 ‘한정우’ 동생 ‘정미’ 역이고, 파일럿이던 정우가 재취업을 위해 여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조정석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쉬는 시간 틈틈이 대본 보고, 차 안에서도 매일 연습했어요. 좋은 케미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남매로 나오니까 서로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나눴고요. 그만큼 많이 배우고 즐겁게 한 작품이에요.
내가 연기하는 걸 즐기려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몰입하기도 쉬워요.
조정석 배우의 <헤드윅>을 보러 가기도 했죠.
감사하게도 초대해주셔서 보고 왔어요. 공연 보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조정석 선배는 끼 면에서 특별한 DNA를 가진 듯해요. 그 끼와 연기력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죠. 한편으로 ‘준비하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진짜 동생이 된 것처럼 짠하기도 했어요. 극에서 오는 감동과 후배이자 동생으로서 복잡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났죠.
인연을 믿는다고요. 역할 때문인지 조정석 배우와 정말 남매 처럼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도 인연이라고 느낀 순간, 작품 또는 사람이 있나요?
이렇게 기자님을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닐까요. 지난번 촬영하고 한 번 더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포토 실장님과 다시 만난 것도요. 오늘 만난 사람들 모두 인연이니까 만날 수 있는 거죠. 작품도 그렇고, 인연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어요.
애주가로도 알려져 있어요. 그중 와인을 제일 좋아하죠?
작년 미국 여행에서 와이너리에 가보고 더 즐겁게 마시게 됐어요. 병에 든 와인만 보다가 광활한 포도밭과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니 마실 때마다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와인 페어에 다녀왔어요. 입장료를 내면 세계 각국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데,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어 즐거웠죠.
빈티지에 따라 테루아도, 맛도 달라진다는 점도 흥미롭죠.
맞아요. 요즘은 잘 만든 전통주도 많더군요. 전통주 박람회가 열리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고운달’이라는 전통주가 있는데, 아세요?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이에요. 맛이 위스키 버금가죠. 향에서도 기품이 느껴지고요.
취미인 등산은 꾸준히 하고 있나요?
생각해보니 요즘 바빠서 잘 못 하고 있네요. 두 달 전 아차산에 다녀오고, 요즘은 한강 산책 정도.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인지 처음엔 편하게 걷고 싶어 등산을 시작했어요. 길거리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니까. 처음엔 서울에서 가까운 청계산에 올랐어요. 그때 심리적으로 외롭고 힘들었는데, 몸이 힘드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고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몸이 고되면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어 좋았어요. 원래 바다나 산처럼 자연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내가 맡은 역할이든 상대 배역이든 새로운 인물을 만나면 즐거워져요.
연기가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열심히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문득 가수로 활동하는 동생 한승우 씨가 데뷔를 준비할 때걱정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아니까 그랬다고요.
저 역시 지금 하는 일을 너무 사랑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구간이 있잖아요. 연기할 때뿐 아니라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면요. 그런 면에서 외롭고 힘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정말 힘들면 저도 동생도 포기했겠죠. 계속 한다는 건 그만큼 일을 사랑한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너무 많아요. 아직 안 해본 장르나 역할이 많아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대부분 액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시는데, 제가 몸을 잘 쓰는 편이거든요. 산도 좋아하고요.(웃음) 직접 해보면 또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멋진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연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질문지를 받고 딱 생각났는데, 잊어버릴까 봐 적어놨어요. ‘내 삶을 활기차게 해주는 것’. 내가 맡은 역할이든 상대 배역이든 새로운 인물을 만나면 즐거워져요. 연기가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열심히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