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BYD 괴담이 노리는 것

‘테슬라 저승사자’. 최근 한 지상파 뉴스에서 중국 전기차 회사 BYD의 국내 진출설을 이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BYD가 테슬라를 넘어섰다는 게 ‘저승사자’의 근거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반응도 비슷하다. ‘머스크도 긴장’, ‘테슬라 무너뜨린 BYD’, ‘왕좌 교체’ 등 다 하나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당연히 기사 본문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한 경고도 담겨 있다.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이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국 전기차가 테슬라도 이긴 BYD를 어떻게 당해내느냐는 흐름이다.

지금의 BYD가 정말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일까. 각종 성능 수치와 안팎 디자인, 옵션 등 자료만 볼 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다. 이런 의문은 해당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해소된다. BYD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157만 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판매량은 약 180만 대다. 보통 자동차 회사의 전 세계 판매량 순위 소개 기사는 연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언론 매체가 ‘BYD 판매 1위’라고 쓰기 위해 가져온 수치는 2023년 4분기 판매량이다(해당 기간 동안만 BYD가 4만 대 정도 앞섰다).

물론 분기 판매 역전도 의미가 있다. 연간 판매 순위 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중국 내 보안 이슈, 겨울철 충전 성능 저하 등 테슬라의 최근 판매 저조 원인은 테슬라의 제품이 아닌 테슬라의 입지에서 비롯됐다. 누적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은 테슬라이기에 표적이 됐다는 건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요즘 앞 유리 카메라 없는, 혹한에 충전 이슈 없는 전기차가 어디 있을까. 테슬라의 판매 부진 원인은 대부분 정치적 이슈이며, 그렇지 않은 건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핵심은 따로 있다. BYD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수출 물량은 8%가량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내수 시장인 중국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해 테슬라를 비롯한 해외 기업에 불합리한 조치를 취한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조건에 맞는 모든 전기차에 공평하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없애고, 그 예산을 자국 전기차 회사에 쏟아붓고 있다. 덕분에 중국 자동차 회사는 보조금을 선반영한 가격에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골머리를 앓으며 보조금을 자국 전기차가 더 가져갈 수 있게 설계하는 것보다 쉽고, 더 확실한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가 내수 시장에서 저가 정책으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혀나가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자본력이 있다.

대한민국 소비자의 눈높이는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권이며,
자동차 회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의 BYD 전기차는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준이 아니다.

그럼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 3’의 중국 판매 가격이 기아 ‘니로’ 전기차의 절반밖에 안 되며, BYD는 배터리를 직접 만들기 때문이라는 엉터리 보도는 어떻게 나온 걸까. BYD의 로비? 글쎄. 대한민국 소비자의 눈높이는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권이며, 자동차 회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의 BYD 전기차는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준이 아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가 테슬라 다음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BYD가 테슬라를 세계시장에서 넘어서면 한국 전기차의 입지는 좁아진다. ‘테슬라 저승사자’라는 공포는 클릭을 유발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을 잠재우고 싶은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언론 매체를 찾아야 한다. 기업이 돈을 쓸 만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아님 말고 식의 기사를 만드는 행태는 사라져야한다. 무엇보다 BYD 괴담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더 나쁘다. BYD 경계 기사는 가까운 미래에 쏟아졌어야 한다.

류민
평론가 겸 기획자. <모터트렌드>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언론 매체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기업 프럼에서 영상과 텍스트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