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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인의 무드

오늘은 조금 나른하다고 휘인은 말했다. 각기 다른 장르의 11곡을 담은 첫 정규 앨범 <In the Mood>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휘인은 다시 말했다. 확신을 얻은 것 같다고.

퍼 코트 Coach,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건 진짜 자신감 이었죠.

싱글이나 미니 앨범이 무수히 쏟아지는 스트리밍 시대에 정규 앨범은 특별해 보여요. 가수에게 정규 앨범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간결하고 짧은 형식이 유행하죠. 그래서 다양한 주제를 긴 형식으로 담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 애정이 담기기에 아티스트에게는 정말 큰 의미예요.

앨범 제작 과정이 힘들었다는 건 그만큼 얻은 것이 많다는 의미겠죠?
용기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평소에도 앨범 제작에 깊이 참여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번 정규 앨범에는 더 깊이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특히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또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저 자신의빛이 점차 바래간다고 느꼈는데, 앨범 준비 과정을 통해 다시 용기를 얻었고, 이 용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무엇 때문에 힘들었나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나요?
네, 정확히 그랬어요. 저는 저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커요. 기준도 높고요. 그래서 가끔은 제 가치를 낮게 평가해요. 자신에게 좀 박한 거죠.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점차 자존감이 낮아졌고, 확신도 잃었죠. 그때는 즐기던 일에서도 더는 행복을 느낄 수 없었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잘하고 있는 건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었고요. 결국은 용기마저 잃었고, 혼란스러웠어요.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죠. 한 2년 전쯤 휴식기를 가지며 삶을 재정비할 수 있었고, 다시 건강한 삶을 살면서 용기와 빛을 되찾았어요. 지금은 다시 음악에 푹 빠져서 즐기고 있어요.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이 휘인 씨에게는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소리처럼 들려요.
맞아요. 그동안 발현시키지 못한 것을 앨범을 제작하며 많이 쏟아냈어요.

타이틀곡 ‘In the Mood’는 1990년대 R&B 감각이 두드러져요. 보컬이 미드템포에 맞춰 유려하게 전개되죠. 듣기 좋은 노래의 이면에는 아티스트의 숱한 노력과 고민이 있는 법이죠.
앨범에 담긴 11곡을 각각 다른 스타일로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트랙마다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신경 썼죠. ‘In the Mood’ 초기 데모를 들었을 때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 느낌을 제 목소리로 전달하고 싶었고, 리스너들이 그 바이브를 잘 느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불렀어요.

슬립 드레스와 이어링 모두 Givenchy.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건 진짜 자신감 이었죠.

앨범의 팝, R&B, Lo-fi, 록 등 열한 가지 다양한 장르를 듣고 나니, 휘인 씨는 자신감이 넘치는 건가, 아니면 욕심이 많은 건가 싶더군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느껴졌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건 진짜 자신감이었죠. 저는 제 능력을 믿기 때문에 그 자신감을 기반으로 리스너들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욕심도 있었지만, 그건 제 능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건강한 욕심이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앨범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겁니다. 주제가 명확한 어떤 메시지와 달리, 내 얘기를 하려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주제를 찾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제 얘기가 담긴 트랙이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이런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여드리는 게 제 얘기를 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집중하면서 앨범을 준비한 것 같아요.

앨범에 싣지 못한 곡에 대한 아쉬움이 있나요?
일부 곡은 최종적으로 앨범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건 다음 앨범에 담을 거예요. 전부 ‘킵’해놓은 상태예요.

‘17’은 화사와, ‘Bite Me’는 김하온과 협업했어요. 휘인 씨의 음악적 동지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궁금하네요.
화사는 제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에요. 정규 앨범에 그 친구와 함께 노래한 곡을 싣고 싶어 협업을 부탁했고 흔쾌히 수락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김하온은 개인적으로 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였어요. 그의 참여로 이 앨범이 더 특별해졌죠. 앨범을 만들 때 두 트랙 정도는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해 큰 시너지를 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음악적 동반자도 있어요. 마마무 멤버들, 함께 일하는 팀원들, 가족 등 저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주변 분들이 저에겐 큰 힘이 되어줘요.

2014년 데뷔해 벌써 9년이 지났어요. K-팝 메인스트림에서 긴 시간 좋은 성적을 내며 음악 활동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꾸준히 전념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노래하는 걸사랑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해야 해요. 지금까지 음악에만 집중해왔어요. 그 덕분에 계속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죠. 음악에만 집중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제 음색과 스타일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제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어떤 보컬 스타일을 선택할지, 어떻게 노래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저는 항상 발전하고 싶어요. 경력이 쌓일수록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압박감도 느껴요. 솔로로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스타일이나 장르가 많아 새로운 것을 계속 탐구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팬들에게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경력이 쌓일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커질 것 같아요.
맞아요.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쉽진 않아요. 다른 아티스트와 차별화해야 하는 것도 있고요. 그 모든 게 숙제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저는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아서 기대되기도 해요.

저는 노래하기를 사랑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해야 해요. 지금까지 음악에만
집중해 왔어요. 그 덕분에 계속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휘인 씨가 마지막 트랙 ‘Here I Am’ 가사를 썼어요. 이전에도 몇 번 가사를 썼고요. 싱어송라이터 휘인을 기대해도 될까요?
네, 작곡을 배워볼 생각이에요. 지금 톱라인 작업은 함께하는 작곡가들과 협업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직접 곡을 완성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곡을 써서 다른 아티스트에게 선물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싶어요.

가사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대체로 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쓰는 것 같아요. 진실한 이야기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개인적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해요.

휘인 씨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가요?
무대에서 공연하는 순간 제가 살아 있음을 느껴요. 그 희열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에요. 너무나 벅찬 감정이죠. 제가 무대에서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어릴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가수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껴요.

무대 공연과 앨범 제작 중 어느 쪽이 더 중독적인가요?
저에게는 앨범 제작 과정이 훨씬 중독적이에요. 물론 앨범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들고 많은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그 과정 자체가 끊임없이 매력적이거든요.

앨범 제작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요?
친구들과 만나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요. 제작팀과 어려운 점을 공유하며 서로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음악 활동을 시작했을 때 기억나요? 당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어요?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그 당시에는 하지 못했어요. 데뷔했다는 사실, 가수가 됐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있었고, 모든 것이 막연했죠. 아마 ‘나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되어야지’ 같은 막연한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경험을 쌓으며 많은 현실적 고민에 부딪히게 되었고, 이따금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떠올리곤 해요.

니트 드레스 Bottega Veneta.

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쓰는 것 같아요. 진실한 이야기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느끼거든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개인적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활동하면서 절망한 적도 있나요?
많아요. 정말 많았죠. 제 무대를 보기 힘들 정도로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웠어요. 그래서 실망도 자주 했죠. 다른 사람들이 “너 정말 잘했어. 오늘 훌륭했어”라고 칭찬해도,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이 있으면 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무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좌절하기도 했고, ‘왜 이렇게 나는 자신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번아웃도 겪었어요. 힘들 때는 매일 좌절과 싸웠지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요. 더 이상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으려고요. 어쩌면 약간 포기한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실수해도 인정해요. 아직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은 예민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에 대한 평가도 엄격한 것 같군요.
네, 저도 꽤 예민한 편이에요. 특히 소리에 관해서는 더욱 예민한데, 그 예민함을 어떻게 풀어낼지 몰라서 마음속으로 부글부글 끓곤 해요. 혼자 생각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것 같아요. 그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도 있겠죠. 예민함이 발전의 동력이 되었나요? 예민한 성격 덕분에 다음 프로젝트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돼요. 이전에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앨범 디자인에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었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앨범에 더 신경 쓰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점차 제 작업이 발전해가고 있다고 느껴요.

노래를 잘 부른다는 기준은 트렌드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봐요. 휘인 씨에게 노래를 ‘잘 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easy listening, hard singing’이라는 말이 있어요. 듣기 편하지만 부를때 까다로운 노래가 많죠. 저는 그런 노래를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개성 뚜렷한 보컬이 많아서 모두 서로 다른 보이스 컬러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확히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듣기 좋게, 자연스럽게 부르는 보컬을 ‘잘하는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요?
음악은 제 삶의 일부이자 살아가는 이유예요. 그래서 음악에 정말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음악이 제 삶을 지탱해주고, 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활동도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젠 다음 계획을 물어볼 차례예요. 얼른 솔로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투어다니며 해외 팬들도 만나고요. 그리고 철저히 준비해서 다음 앨범도 선보이고 싶어요.

에디터 조진혁(프리랜서) 사진 채대한 헤어 박미주 메이크업 정은우 스타일링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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