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B JAB, ONE TWO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격투기 선수가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
모든 것을 배울 때 오픈 마인드로 다가서라. 원하는 것에 한정하지 말고,
코너 맥그리거
어떤 것이든 다 쓸모 있을 거란 생각으로 받아들여라.
무엇이든 내가 제대로 하기만 하면 그것은 분명히 통할 것이다.
백승민
격투기 선수 은퇴 후 ‘승민이형’ 채널 운영과 코너맨 MMA 관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시작 계기
아카이빙으로 처음 시작했고, 채널은 코리안 좀비 MMA 소속 당시 정찬성 관장님과 함께하면서 점차 알려졌다. 내가 한살이 많아 나는 관장님이라고, 관장님은 나를 승민이 형이라 불렀는데, 그걸 듣던 아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채널 이름이 탄생했다.
선수일 때와 관장일 때의 차이
현실적으로 월세 걱정이 생긴 것. 그 외에는 하루하루 마라톤처럼 회원들을 지도하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일대일 격투기 PT 숍이라 선수 시절보다 운동 강도가 높진 않지만, 하루에 많으면 일곱 시간 정도는 회원들을 봐준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거라 고민도 많다. 수업이 괜찮은지, 만족하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다양한 면에서 부담을 느낀다.
체육관 회원들이 대회 나갔을 때 소회
아마추어 MMA에 두 번, 생활체육 복싱 대회에 두 번 나갔다. 프로 경험이 있기에 회원들에게도 아마추어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다들 열심히 해서 감동받았고, ‘옛날엔 나도 저런 마음이었지’ 하며 회상도 했다. 작은 대회라도 싸우는 건 겁나는 일이다. 그런데 체육관에선 내성적이던 사람이 뭐든 해보려 하고, 가르쳐준 걸 계속 시도하는 모습을 볼 때 훈련했던 시간도 떠오르고 고마웠다. 경기는 이기지 못했지만, 결국 그 대회 아마추어 MVP를 받아 기분이 좋았다.
잊지 못할 영상
문호와 찍은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주문 영상. ‘영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영상이라 지금도 종종 본다. 영어로 커피 주문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매번 직원이 잘 못 알아들어서 차에서 내려 직접 주문하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드라이브스루 주문에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도전했다.
격투기만큼 사랑하는 것
아내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아들이다. 순서를 매기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그다음은 부모님이다. 요즘은 더욱 가족의 가치를 느낀다. 가족이 없었다면 나도 정상적 삶을 살지 못했을 테니까. 매 주말 술이나 마시러 다니고, 체육관 운영도 안 하지 않았을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게 가족이다.
채널 지속의 원동력
아카이빙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영상을 보면 당시 기억이 나기 때문. 심지어 영상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라도 들은 음악, 아내와 나눈 얘기, 느꼈던 기분 같은 게 떠올라서 좋다. 구독자들이 진심 어린 댓글을 써줄 때도 힘이 난다. ‘유학 중이라 힘든데 재밌는 영상을 올려줘서 고맙다’고 댓글 단 분이 있었다. 평소 모카포트로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도 알고 편지와 원두까지 체육관으로 보내줬다. 그때의 기분은 최고였다. 한동안 영상을 못 올려서 그만할까 생각하다가도 유튜브 스튜디오에 새로운 댓글 알림이 뜨면 ‘이렇게 재미있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이유
격투기 선수로 활동할 때 몸무게 감량이 힘들어, 맛집 정보를 찾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가끔이지만, 수기로 일기도 쓴다. 최근에는 아내가 아이 낳았을 때 느낀 감정을 까먹지 않으려고 일기를 썼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콘텐츠
체육관 제자들이 프로로 데뷔하는 걸 보고싶다. 그들도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건데 욕심이 생기나 보다. UFC까진 아니더라도 중소 단체 프로 무대를 한 번쯤 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다. 언젠가 대회도 나가고, 그런 콘텐츠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지 데님 팬츠 Juan,
실버 네크리스 Lovember,
벨트와 블랙 앵클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문호
‘저승문호 박문호’로 알려진 동명 채널 소유자이자 전 격투기 선수.
유튜브 시작 계기
찬성이 형의 훈련을 따라다닐 때 항상 고프로를 챙겨 영상을 찍었다. 훈련차 떠난 미국 캠프 일정 중 무료할 때 ‘제대로 영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당시 <좀비트립 1> 2화가 공개될 때라 반응도 꽤 있었다. 채널명은 샌드박스와 잠시 일했을 때 PD님들이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잘 안 나온다고 해서 ‘저승문호 박문호’로 바꾸었다.
채널이 추구하는 방향
특별한 콘텐츠를 다루기보다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처음엔 구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개는 올리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잠시 매너리즘이 왔다. 부담을 내려놓고 여유 있을 때 하나씩 영상을 만드니까 오히려 즐겁다. 10년전쯤에는 내 영상 100개 만드는 게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여행 다녀온 영상을 몇 개 올린 적도 있어서 편집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편이다. 유튜브 채널에는 총 89개를 올려 11개가 남았고, 100개를 채우더라도 계속할 생각이다.
선수 은퇴 이후의 삶
가장 큰 변화는 여유가 생긴 것. 선수일 때는 오전에 일하고, 오후와 저녁 때는 늘 체육관에서 운동했다. 은퇴하니 훈련 시간이 전부 여가 시간이 되었다. 평소 격투기 PT 수업이 없을 때는 체육관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 역동적인걸 많이 해서인지 정적인 활동이 취미가 됐다. 최근에는 고(故) 정주영
회장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인상 깊게 읽었다.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해 상상을 하면서 동기부여도 된다.
올린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것
‘문호 혼자 산다’라고 이름 지은, 내 하루를 보여주는 영상. 당시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서 한 건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 조회 수는 많이 안 나왔지만.(웃음) 꾸밈없이 내 일상 그대로를 보여준 거라 기억에 남는다.
마니아로서 오토바이의 매력
자유로움. 대자연을 좋아하는데, 영월 어딘가를 지나가는 길에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바이크를 멈췄다. 30분 동안 가만히 서서 풍경을 바라보니 힐링이 됐다. 국도로만 다녀야 하는 점도 오히려 좋다. 자연을 느낄 수 있고,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가지고 있는 바이크가 총 세 대였다가 지금은 두 대다. 그중 한 대도 곧 정리해 딱 하나만 남겨두려고 한다. 모토 캠핑을 하려고 샀는데, 지금 타는 베스파 GTS300으로도 충분할 것 같고, 활용도가 낮아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꿈의 오토바이였던 할리데이비슨 아이언 883과 어드방이라 불리는 BMW R1250GS까지 타볼 만큼 타봤다. 어드방 모토 캠핑을 가서 영상 한 편 찍고, 베스파 타고 다니다 차박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추천하는 캠핑장
아직 못 가봤지만, 별이 잘 보인다는 국토정중앙천문대캠핑장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캠핑 예정인 곳은 친구가 소개해준 충남 아산 영인산자연휴양림. 한적한 데다 뷰가 훌륭하다고 한다. 두 곳 모두 근사할 것 같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콘텐츠
바이크 타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것. 꿈꾸던 일 중 하나가 미국 횡단이었다. 미국은 할리니까, 할리 데이비슨 한 대 빌려 미국을 횡단하고 싶다. 오토바이를 타고 한적한 일본 시골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