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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가젯

시대별 필름 카메라 컬렉션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나의 첫 빈티지 카메라

1971년 출시한 캐논의 FTb QL. 충무로역 근처 필름 카메라 가게에서 샀다. 입문할 때는 주로 니콘 FM2나 미놀타 X-300을 쓰는데,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누구나 쓰는 걸 첫 카메라로 선택하긴 싫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FTb QL이다. 줌렌즈가 달린 필름 카메라가 많지 않아 더 끌렸고, 바랜 듯한 색감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애용하는 카메라다.

필름 카메라 갤러리
스토리가 담긴 순간부터 애장 카메라로 찍은 것까지.

Minolta X-300
몽골 여행을 갔을 때. 주인이 잠시 묶어둔 낙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바로 셔터를 눌렀다.
Kodak Rainbow Hawk-Eye No 2A Model B
90년도 더 된 카메라로 컨트롤하기 어렵고 불가피하게 빛이 새지만, 되레 그 점이 매력적이다. 코닥 폴딩 카메라로 바라본 집 밖 풍경.
Canon FTb QL
베를린의 한 펍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물 펌프를 움직여보겠다며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Olympus Pen EF
해 질 무렵 한강에서 찍은 사진. 하프 카메라는 두 장을 찍어야 한 장이 나오는데 순서는 랜덤이고, 반만 인화도 가능하다.

애장 카메라 3
다양한 카메라 중에서도 자주 손이 가는 것들.

왼쪽 위부터 차례로_
Kodak Rainbow Hawk-Eye No 2A Model B
처음 산 폴딩 카메라이자 1931년에 출시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품이다. 폴딩 카메라는 대부분 검은색인데, 희소한 빨간색이라 더 마음에 든다.

Pentax 645
맨 처음 구매한 중형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소리가 특이하고 바로 필름 감기는 소리가 나서 찍는 맛이 있다. 1984년 세상에 나왔다.

Nikon F3
1980년에 나온 제품으로 자주 사용하는 중형 카메라 중 하나다. 니콘 렌즈를 많이 갖고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일반적 뷰파인더는 아이 레벨 뷰인데, 탈착 가능해 기존 것을 빼면 웨이스트 레벨로도 피사체를 볼 수 있다. 위에는 플래시, 아래에는 필름을 감는 모터 드라이브를 달 수 있어 별도로 구매했다.

빈티지 카메라 수집 계기
학부 때 영상을 전공했고, 하는 일도 영상과 관련돼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다루는 디지털카메라와 메커니즘이 다른 필름 카메라에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8년 전 중고 필름 카메라를 하나 구입했고, 모델마다 다른 색감과 기능, 한장 한 장 공들여 찍는 점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모두 당시의 기억을 선명하게 불러온다.

수집 기준
필름 카메라는 종류와 모델이 수만 가지다. 특별히 기준이 있다기보다 궁금하면 사는 편이다. 각 브랜드 시리즈가 비슷해 보여도 연도별로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거나 방수 등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한다. 그런 건 라인별로 모은다. 보통 이베이나 인스타그램으로 구경하다 구매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200개가 훌쩍 넘는 카메라를 보유하게 됐다.

빈티지 카메라 관련 일화
여행을 좋아한다. 다양한 앵글로 여행지를 기록하고 싶어 갈 때마다 필름 카메라도 잔뜩 챙겨 간다. 한번은 이집트 여행 중 시나이라는 산에 오르려는데, 카메라로 가득 찬 가방을 본 경비원들이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엔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드론으로 이곳을 촬영하려는 거냐, 간첩 아니냐는 식의 의심을 받았다.

애용하는 필름
포트라와 코닥 E100. 포트라는 그레인이 곱게 나오고 질감이 부드러워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즐겨 사용한다. 코닥
E100은 슬라이드 필름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네거티브 필름은 이미지가 컬러여도 현상할 때 필름에는 흑백으로 나오는데, 슬라이드 필름은 그 자체가 컬러로 나온다. 보통 100피트 대용량 슬라이드 필름을 사고, 그걸 직접 감아 사용한다. 집에는 암실이 없으니 암백에 대용량 필름이 담긴 캔과 로더기를 넣고 로더기로 매거진(빈 필름통)에 필름을 감는다. 번거롭지만 저렴하게 많은 필름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필름 카메라 보관법
빈티지 카메라는 습기에 취약하다. 시중에서도 카메라 보관함을 판매하지만, 갖고 있는 걸 모두 넣기 어려운데다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대형 플라스틱 박스에 제습제를 넣어 보관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곰팡이가 슨다. 오랫동안 안 쓰는 카메라는 배터리를 빼놓는 게 좋다. 배터리 누액이 새면서 배터리 칸에 녹이 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드림 카메라
마미야 6. 마미야 7은 유명하니까 그보다 덜 알려진걸 선택한 것. 중형 카메라지만 아이 레벨 파인더를 갖춘 데다 6×6 정방형으로 나오는 카메라라 ‘마지막 빈티지 카메라’로 선택하고 싶다.

박세혁
250개 이상 빈티지 카메라를 보유한 컬렉터. 1930년대부터 1990년대 카메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본업은 영상 촬영 감독으로, 뮤직비디오와 광고 작업을 주로 한다.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를 경험해봤기에 쓰지 않는
모델은 앞으로 인스타그램(@baks_film)을 통해 하나씩 판매할 계획이다.

에디터 김지수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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