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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를 잘 알지도 못 하면서

그녀가 웃음기를 거둔다. 예상 못한 깊고 너른 목소리가 또렷하다.

컷아웃 보디슈트와
오렌지 레더 비대칭 스커트
모두 Alexander McQueen.

그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런 멋모르는 열망조차 뜻깊은 거죠.
연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도 즐거웠거든요.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의 ‘채유진’을 보면서 실제 성격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똑 부러진 성격이지만, 속은 여린 사람.
그런 말 많이 들어요. 하지만 사실 반대예요.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해맑은 모습이 실제 성격에 더 가깝죠.(웃음) 텐션 자체가 높지는 않은데,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말이 많아져요. 웃음소리도 커지고.

걸스데이 활동 당시 멤버들과 늘 즐거워 보인 것도 그 때문이었군요.
그때는 난리도 아니었죠. 초등학생 아이들이 모인 것처럼 오디오가 단 한순간도 비지 않았으니까요.(웃음) 요즘도 만나기만 하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들 수더분한 모습 그대로죠.

요즘 팀 멤버와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연기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해야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지, 그런 대화를 많이 해요. 다들 연기 욕심이 남다른 만큼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대여섯 시간이 금방 가요.

긴 시간이 지나 ‘연기’라는 새로운 교집합을 찾았다는 게 뜻깊네요.
그렇죠? 그래서 요즘 행복한가 봐요. 다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모두 감사한 일이죠.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들이거든요. 때론 가족 같고, 때론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신기한 사람들이죠. 앞으로는 어떤 교집합이 우리를 이끌지 기대하고 있어요.

컷아웃 보디슈트와
오렌지 레더 비대칭 스커트
모두 Alexander McQueen.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면서요?
햇수로 따져보면 그렇죠. 하지만 정식으로 드라마 연기를 한건 얼마 안 됐어요. 드라마보다는 <무작정 패밀리>나 같은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물론 그런 경험이 지금 연기 활동의 자양분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아직 너무 부족하죠. 연기 생활을 평가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10년이면 꽤 긴 시간이잖아요. 그동안 연기를 대하는 마음은 일관적이었나요?
음, 글쎄요. 연기를 대하는 마음보다는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받아들였어요. 예를 들어 극 중 캐릭터가 화내는 상황이라면, 그저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출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했죠.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이 캐릭터가 왜 화를 내는지, 어떻게 표출하면 그 감정이 잘 묻어날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미술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아요.

미술과 연기, 무엇이 닮았을까요?
똑같은 흰 도화지라도 화가에 따라 작품의 무드가 달라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연기도 결국 어떤 연기자가 어떻게 대사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죠. 둘 다 보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설득력과 감수성도 있어야 하고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선 지녀야 할 것이 참 많더라고요. 들여다볼수록 어려운 일이에요. 어려운 만큼 매력적이기도 하고.

누군가 “연기자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그 배역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런가요? 늘 애정은 듬뿍 담겨 있었는데.(웃음) 항상 애정이 넘쳐 작품이 끝나면 그 배역에서 헤어나지 못할 정도예요. 성장의 기준은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극 중 캐릭터의 상황이든, 몸담은 촬영장 환경이든 현재를 깊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해요.

브라운 레더 홀터넥 드레스 Tod’s,
화이트 뮬 Versace.

요즘 촬영하는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어때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성장해야죠. 꼭 성장할 거예요. 대본을 보자마자 욕심이 난 배역인 만큼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까지고뇌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해본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인지 어제는 감독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좋은 작품, 좋은 배역을 놓치고 싶지 않나 봐요.

이번 작품에 새롭게 돌입하며 세운 목표도 있나요?
터득해보고 싶은 것도 좋고요. 현장감이요. 이를테면 상대방과 주고받는 호흡이라든지, 순발력 있는 표정 연기라든지 그런 것들. 오직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연기라는 것도 결국 경험과 경험,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들어지는 과정이니까요. 집에서 연습한다고 해서 모든 걸 채울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드라마 데뷔 직후부터 줄곧 느껴온 부분이에요.

첫 드라마 촬영 현장도 혹시 기억나요?
당연하죠. 상상해온 촬영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모든 장면을 다 순서대로 찍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첫 촬영에 마지막 장면을 연기하기도 하고, 극 중 연인 연기를 위해 만남과 이별을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 모습을 모니터링할 때는 어땠어요? 무대 위에서는 몰랐던 얼굴이 있었을 텐데요.
정말 낯설었어요. 음악 방송에서 녹화한 모습을 보는 거랑은 또 다른 개념이잖아요. 한동안 어색하게 본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지더군요.

니트 크로스오버 미디드레스 Selfportrait.

타인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고 살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중심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영역에 나설 수 있었고요.

가장 많이 돌려 본 출연 작품은 무엇인가요?
웹 드라마 <도도하라>요. 본격적으로 드라마 촬영에 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품인 만큼 지금도 자주 돌려 보곤 해요. 지금 보면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생생한 날것 느낌이 강해 더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를 때 나오는 감정과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게 정말 소중하게 느껴져요. 이따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반반 섞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참 이상하죠?(웃음)

그만큼 시작점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초심이랑은 조금 다른 이야기 같은데요.
맞아요. 초심이나 순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런 멋모르는 열망조차 뜻깊은거죠. 연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도 즐거웠거든요. 물론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요.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어요? 늘 즐겁게 하는 일도 관두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없어요.(웃음) 아, 이런 생각은 한 적 있다! 작품에 몰입하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오는 거예요. 배역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효율이 드러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느낀 건 이거예요. 매 순간 노력하되, 부족한 결과에 실망하진 말자.

성격이 정말 긍정적이어야 가능한 가치관 아닌가요?
제가 또 한 긍정 하죠.(웃음) 정말 힘든 일이 있어도 한 시간이면 금방 잊어버려요. 이런 성향이 평생 그대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딱 지금만큼만 살았으면 하고요.

벨티드 디테일의 블랙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 슈레이스 디테일
레더 롱부츠 모두 Moschino.

MBTI를 찾아보니 ENFJ더군요. 무슨 일이든 긍정적 시각으로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해요.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긍정적인 성격에 감사할 때가 많지만, 정말 힘든 일이 생길 때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을까 봐 걱정도 돼요. 오뚝이처럼 한순간에 휙 일어나는 그런 정신력이 있어야 할 텐데. 물론 지금까지 잘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어요.

KBS2 <라디오 로맨스>,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JTBC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등 다양한 드라마를 거치며 연기자로 자리 잡았어요. 지금의 유라는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는지.
완전 저기 아래요.(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연기에서는 한없이 엄격한 편이에요. 정말 신기한 게, 그 외 것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대하거든요. 하지만 연기만큼은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누군가에게 칭찬
을 들어도 안주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더 잘할 수 있는데, 더 잘할 수 있는데. 이런 욕심이 머릿속을 맴돌죠.

그러면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많이 참고하겠어요. 큰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당연하죠.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 그걸 보는 것만큼 좋은 자극이 없어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송혜교 언니와 함께할 때도 너무 행복했죠. 극 중 스토리상 (혜교) 언니를 괴롭혀야 한다는 게 슬펐고요. 대선배님의 연기를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정말 ‘찐팬’이거든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반대 성향을 지닌 인물을 소화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맞아요. 최근에 얄밉고 차가운 역할을 주로 맡아서 그런지, 연기하면서 마음이 불편한 적도 있었어요. 저는 사실 그런 성격은 아니거든요. 인상 자체는 차가워 보여도 속은 은근히 여리고 따뜻한 편이에요.(웃음)

블랙 비대칭 드레이프 드레스 Loewe,
실버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날것의 느낌’이란 게 이런 건가 봐요.
스스로 중심을 지키는 것. 너무 자유롭거나, 너무 갇혀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에서 대중을 설득시키고 싶어요.

비슷한 배역의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그 색깔을 잘 표현했다는 증표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의 채유진은 그동안 봐온 유라와는 달랐어요.
정말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다변적으로 빚어낼 수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성숙하지만 무겁지 않은 목소리요.
좋은 칭찬, 고마워요. 사실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중요했거든요. 아직 부족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신 있게 품어낸 것 같아 뿌듯해요. 작품 안에서도 많이 배웠고요.

대중이 생각하는 ‘유라’는 내숭 없고 유쾌한 사람이죠. 걸스데이 때의 모습이 강렬했기 때문일 거예요. 이런 생각이 때론 편견으로 느껴지지는 않나요?
음, 전혀요! 걸스데이 활동 때 멤버들과 장난치던 모습, 예능 프로그램에서 즐기던 모습 모두 저잖아요. 사실 데뷔 직후부터 내숭 좀 떨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참 안 되더라고요. 어릴 때는 그게 싫었거든요. 나는 왜 그걸 못할까, 고상한 분위기를 못 낼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 같았다는 걸 느껴요. 그 덕분에 제 중심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타인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고 살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중심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영역에 나설 수 있었고요.

그 중심이라는 단어, 왠지 명확하고 강하게 들리네요.
아까 말한 ‘날것의 느낌’이란 게 결국 이런 건가 봐요. 스스로 중심을 지키는 것. 아직 저를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너무 자유롭거나, 너무 갇혀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에서 대중을 설득시키고 싶어요. 나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먼저겠지만요.

에디터 박찬 사진 윤송이 헤어 준성 메이크업 건희 스타일링 이경진 어시스턴트 이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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