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가 영원한 청춘을 사는 법
프리츠커상 수상자,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거장 안도 타다오의 개인전이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이다. 그의 건축 세계를 유영하는 또 다른 방법.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자신이 지은 건축물 뮤지엄 산에서 7월 30일까지 개인전 <안도 타다오 – 청춘>을 연다. 그를 뒤따르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여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모든 불필요함을 덜어낸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정수,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 등 세계 유수의 객원 교수 등 그의 전설적 행보는 많은 건축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안도의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30년 동안 걸쳐 완성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 공공장소에서의 건축 작품들과 2020년 준공한 파리 옛 상공회의소(Bourse de Commerce)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안도 타다오의 건축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50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또한 안도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이자 그의 건축이 미학으로 진입하는 지점을 살핀다는 점에서 다시 오지 않을 전시임에 틀림없다.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뉘어 각 섹션별로 안도의 작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1부 ‘공간의 원형’에서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응축된 그의 건축을 소개한다.
2부 ‘풍경의 창조’에서는 지역의 공동체를 견인하는 안도의 공공건축에 대해 다룬다.
3부 ‘도시에 대한 도전’에서는 일본의 도시 게릴라로 출발한 안도의 작품이 전 세계 무대에서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소개하며,
마지막 4부 ‘역사와의 대화’에서는 안도가 건축의 역사, 기억, 정신을 현대의 장소성과 어떻게 연결하고 이어가는지를 살핀다.
이번 전시의 부제인 청춘은 아이러니하게도 83세인 그에게 가장 적합한 단어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건축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평생을 도전자의 자세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시 <청춘>에 대한 오마주로 이번 전시의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인간은 희망을 가지고 꿈을 좇아 사는 한 육체는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영원한 청춘을 계속 살 수 있다”는 구절이다.
덧붙여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두 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다. 안도의 작업을 그의 시각에서 주변인의 시각에서 다각도로 담았다. 감독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매개하는 컷으로 안도의 건축 스케치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연출했는데, 그의 선 하나하나를 옆에서 직접 지켜보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안도 타다오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기에 적합하다. 더욱이 그가 직원들과 이야기하면 툭툭 뱉는 말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에게도 꽤나 유용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테면, “건축은 가구에서 시작하는 거야”, “청춘이란 겁이 없는 시기예요, 어떻게든 된다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내가 즐기는 걸 하면서 살고 싶어요”, “권투는 홀로서기이고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등의 대사가 그러하다.
다음은 안그라픽스에서 2012년 출판한 안도 타다오의 저서 <건축을 꿈꾸다>를 추천한다. 이 책은 건축이라는 꿈을 향한 안도의 건축 여행기와 같다. 세계 각지에서 그의 이목을 끈 건축과 도시를 소개하고 그 공간에 어떤 꿈이 담겨 있는지, 당대와 현대의 연결 지점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지 그의 깊은 통찰을 읽을 수 있다.
안도 타다오는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를 어떻게 즐기길 바라냐는 물음에 “오감을 풀어내고 온몸으로 건축을 받아들이며 그 배후에 있는 창조적 세계를 마음껏 상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전시와 위의 두 작품과 함께라면 건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건축물로부터 인간은 어떤 욕망과 바람을 응축했는지 등 건축에 대한 이모저모를 명상하듯 숙고해보기에 좋을 것이다. 또한 안도 타다오로부터 영원한 청춘을 사는 법에 대해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