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를 새롭게 정의하는 자동차 6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부터 BYD 아토 3까지. 지금 가장 뜨겁고도 신선한 SUV 6대.

MASERATI GRECALE FOLGORE
이탈리아어로 ‘번개’를 뜻하는 ‘폴고레’는 마세라티가 전기차를 얼마나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외장 컬러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파사드에서 영감받은 것으로 알려진 외장 컬러는 빛에 따라 구릿빛, 오렌지, 짙은 회갈색으로 변하며 시시각각 존재감을 증폭시킨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조정한 그릴과 리어 디퓨저, 매끄러운 차체는 효율을 위한 미학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333km(국내 인증 기준). 급속 충전으로 80%까지 채우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실내는 마세라티 본연의 고급스러운 감각을 계승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소노스 파베르 스피커 21개, 디지털 디스플레이 3개, 음성인식이 가능한 디지털 시계까지 우아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이 넘쳐난다. 공도 위에서 느껴지는 핸들의 감각은 독특하다. 무겁지는 않지만 의외로 쫀쫀하고, 스티어링 휠과 앞바퀴의 관계는 전에 없이 밀접하게 느껴진다.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558마력, 최대토크 82.4kg·m. GT, 스포츠, 오프로드, 맥스 레인지 총 네 가지 주행 모드를 구사한다. 본능, 탐험, 절제를 넘나드는 다양성은 곧 그레칼레만의 넉넉한 감성이기도 하다.

GENESIS GV60
3년 만에 변신한 GV60은 하이엔드 SUV의 또 다른 지평을 연 모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주행거리. 84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퍼포먼스 AWD 트림 기준)를 368km에서 382km로 늘렸다. 외관은 조각상처럼 정교하게 다듬었다.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 우아함’을 살린 결과다. 특히 입체 형상으로 디자인한 전면부 범퍼와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기술을 적용한 두 줄 헤드램프 등이 눈길을 끈다. 한편 실내에는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몰입형 공간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해 공간감을 우아하게 살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구 모양의 전자 변속기가 움직이며 제네시스만의 미래적 감성을 빚어낸다. 이때부터 운전자의 거의 모든 욕심을 영민하게 받아내면서도 부드럽게 나아간다. 주행 성능은 부스트 모드 작동 시 전·후륜 합산 최대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71.4kg·m, 제로백 4.0초. 가속페달은 민감하고, 핸들링 감각은 날렵하면서도 적절하다. 운전 재미까지 챙겼다는 의미다. 명실상부한 올해의 프리미엄 SUV다.

AUDI SQ6 e-tron
아우디 SQ6 e-트론은 Q6 e-트론의 고성능 사륜구동 방식 버전이다. 하지만 주행 성능만을 극한으로 높였다기보다는 보다 정교하고 고급스럽게 성능을 다듬은 모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59.14kg·m. Q6 e-트론 퍼포먼스 프리미엄(306마력 및 49.46kg·m)에 비해 수치상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건 주행 성능보다 걸출한 승차감이다. 과거 A6나 A7 같은 세단에서 느낄 법한 부드러운 승차감을 이상적으로 구현한다. 그러면서도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부드러움, 800V 전기모터가 발산하는 파괴력,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내장해 더욱 직관적인 뱅앤올룹슨 3D 프리미엄 사운드까지, 전기 SUV가 다가설 수 있는 가장 넓고 다양한 운전 감각을 포괄한다. 더불어 스티어링 휠을 잡고 예리하게 공도 위를 움직이다 보면 2.3톤이 넘는 공차 중량을 의심하게 된다. 편의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노면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어댑티브 S 에어 서스펜션과 속도 정보, 교통표지판, 내비게이션 경로를 전방 유리에 직접 투영한 AR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프리미엄 전기 SUV로서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MINI JCW COUNTRYMAN ALL4
미니멀하게 돌아온 컨트리맨은 SUV로서 꼭 필요한 만큼 완연한 기준을 제시한다. 성격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차도 있지만, 이렇게 의연하게 어디서나 제 몫을 다하는 차도 있다. 조용한 자신감, 절제된 완성도,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강단까지. 한층 커진 차체와 팔각형 그릴, 또렷한 펜더 라인은 프리미엄 SUV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 역시 군더더기 없이 정돈했다.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직물 대시보드와 클래식 미니의 감각을 살린 토글 바, 직물 스트랩 스티어링 휠이 미니만의 감성을 섬세하게 살린다. 무엇보다 중앙에 자리한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내비게이션부터 공조, 엔터테인먼트까지 통합해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으로 작동한다. MINI 익스피리언스 모드는 화면과 조명, 사운드를 최대 여덟 가지 콘셉트로 연출해 운전자의 감각을 다채롭게 자극한다. 새로운 컨트리맨에 방점을 찍는 것은 바로 안정감.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 ‘ALL4’를 통해 최대출력 31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주행 성능을 경쾌하고 안정적으로 구현한다. 노면과 계절, 도시와 교외를 가리지 않고 일관된 균형감으로 움직이는 차다.


VOLVO EX30
SUV의 본령이 있다면 다목적성일 것이다. 세단처럼 편안해야 하고, 어느 정도 적재력을 갖춰야 하며, 날씨나 노면 상태와 상관없이 일관된 안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도심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볼보 EX30은 이 모든 조건을 미래적 언어로 다시 쓰고 있다. 전장 4235mm의 콤팩트한 차체에 볼보의 새 디자인 언어를 밀도 있게 담았다.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깔끔한 전면부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이전 세대와 결을 달리한다. 기능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이루어진 실내는 더욱 과감한 형태다. 크리스털 기어노브 대신 공간을 확보한 센터 콘솔, 긴 사운드바 형식의 하만카돈 스피커, 친환경 소재 대시보드는 이전 볼보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주행 성능도 준수하다.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0kg·m(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델 기준)다. 그러면서도 주행 질감은 의외로 날렵하다. 반자율주행, 피로도 감지 시스템, 충돌 방지 및 보행자 인식 기능 등 ‘볼보다운’ 안전 사양은 여전히 걸출하다. 2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은 한계가 명확하지만, 도심에서 살아가는 1~2인 가구엔 충분하다. 소형 SUV의 정의를 ‘작지만 똑똑한 것’으로 바꾸고 싶다면 EX30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BYD ATTO 3
아토 3는 누군가의 심장을 뜨겁게 자극하려고 만든 차는 아니다. ‘용’이라는 디자인 테마 때문에 새긴 C 필러의 비늘 같은 디테일, 시인성이 떨어지는 5인치 LCD 계기반 등은 시장이 요구하는 모범 답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대신 BYD는 탄탄한 균형미와 함께 일상을 위한 정답을 제시한다. 과한 욕망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흘러가는 유행보다는 분명한 기능에 집중했다. 큼지막한 기어노브, 13개의 물리 버튼, 회전 가능한 디스플레이처럼 손에 익은 감각과 직관이 우선이다.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31.61kg·m다. 그에 맞춘 운전 감각도 경쾌하고 담백하다. 전기차 특유의 밀고 당기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나가고, 소음과 진동은 완벽하게 차단한다. 노면의 잔진동을 걸러주는 서스펜션도 정제돼 있다. 공간은 여유롭고 구성은 실용적이다. 2열을 접으면 1340리터의 넉넉한 적재 공간이 생긴다. ‘하이 비야디’로 창문과 선루프를 여닫는 음성인식 시스템도 정확도가 높아 실사용에서 매우 편리하다. 내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양측 도어 하단에는 기타 줄을 연상시키는 끈이 3개 달려 있는데, 자칫 과해 보이기도 한다. 내장재의 질감도 고급차에 익숙한 눈에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 아토 3는 ‘가성비’라는 단어 너머의 정제된 주행감과 실용성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