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고도 낯선 2대의 플래그십 세단
완벽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MERCEDES-BENZ
S 580 4MATIC LONG
SPECIFICATION
구동 방식 V8 가솔린 터보
최대출력 503마력
복합 연비 7.8km/L
가격 2억417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더 뉴 S클래스 580 4매틱 롱은 ‘슈퍼 세단’이라는 말이 걸맞을 만큼 플래그십 왕좌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다. 단순히 브랜드 헤리티지와 ‘S클래스’라는 차체의 위력 때문은 아니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 긴 휠베이스, 균형 잡힌 후방 오버행은 분명 완벽의 비율에 가깝지만, 결코 독창적이진 않다. 그런데도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경외심이 든다. 크롬으로 둘러싸인 전면 라디에이터와 대형 공기흡입구에 강력한 ‘오라’ 한 방을 힘껏 응축시킨 모습이다. 그 뒤에 있는 측면 크롬 장식이 스포티함까지 살렸음은 물론이다. 돌이켜보면 하이엔드의 가치란 겉으로 요란하게 드러낼 필요가 없다.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 고든 바그너의 디자인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과거보다 짧은 오버행이 더욱 콤팩트한 세단 느낌을 자아내는 한편, 측면을 따라 크게 축소
한 캐릭터 라인은 오히려 패널의 볼륨감을 부각한다.
물론 외관에만 변화를 준 건 아니다. 정교하게 적용한 플러시 도어 핸들은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그 표면을 만졌을 때 자동으로 돌출한다. 스포츠-스포츠 플러스 에코컴포트 모드로 다원화해 주행 감성을 영민하게 담아낸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차체는 충돌 안전성을 갖추며, 차체의 경량화 및 강성 강화를 통해 민첩한 핸들링을 제공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시점에서는 그 다이내믹함을 더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파워풀한 V형 8기통 가솔린엔진의 최대출력 503마력, 최대토크 71.4 kg・m가 숨 막히는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이 육중한 하마 같은 녀석이 표범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그와 반대로 주차나 유턴, 좁은 골목길에서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통해 섬세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최대 10도에 이르는 조향각을 통해 고속 주행 시에도 차량의 스티어링을 날렵하게 도와준다. 전장이 5290mm임에도 짧은 회전 반경이 가능한 이유다. 한편 주행 감성에 대한 욕심은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도드라진다.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음성 명령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구현이 가능하다는 사실. MBUX 인테리어 어시스트의 경우 오버헤드 컨트롤 패널의 3D 카메라와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앞좌석 탑승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그 덕분에 운전자가 좌석 앞으로 손을 움직이면 서치라이트가 켜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대형 세단의 안락함과 명민함을 추구하는 이에게는 완벽한 드림카인 셈이다.
_박찬(<맨 노블레스> 에디터)
AUDI
A8 L 55 TFSI QUATTRO
SPECIFICATION
구동 방식 V6 3.0L 가솔린 싱글 터보
최대출력 340마력
복합 연비 8.3km/L
가격 1억5842만 원
부분 변경한 신형. 우선 이름에 A8과 L이 붙었다. 롱 휠베이스 모델이 기본이다. 공간이 전보다 비약적으로 쾌적해졌다는 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 길이는 이전 세대 A8에 비해 150mm나 늘었다. 휠베이스 역시 3128mm다. 아우디는 신형이 나올 때마다 헤드램프에 공을 들인다. A8 L은 기함인 만큼 지금 가장 최신의 헤드램프 기술을 만끽할 수 있다. 탐스러운 기능도 넣었다. 헤드램프에 빔 프로젝트에 쓰이는 기술을 적용했다. 야간 운전할 때 차선에 빛의 카펫을 펼친다. 타고 내릴 때 벽과 바닥에 웰컴 그래픽도 현란하게 그려낸다. 자동차를 매개로 달라진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이라면 기함이란 위치에 합당하다. 아우디가 잘하는 방식으로 기함을 강조한 셈이다.
안팎은 부분 변경인 만큼 변화가 확연하진 않다. 아우디 디자인은 강직한 선을 중심으로 간결함을 내세운다. 최근 선을 날카롭게 벼려선 굵은 인상을 풍기지만, 기본은 변함없다. 물론 이런 형태가 기함다운 화려함과 웅장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하고 간결하기에 경쟁 모델보다 젊고 세련된 위치를 획득한다.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초대 A8을 빚었다. 가볍고 강도 높은 뼈대는 서스펜션 기술을 더해 놀랄 만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안정감도 빼놓을 수 없다. 신형 A8 L 또한 초대 모델의 특징을 이어받는다. 커진 덩치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다 잡는다. 주행 모드를 승차감과 다이내믹으로 바꿔가며 운전해봐야 한다. 폭넓은 하체의 품이 산뜻한 드라이빙으로 인도한다. 덩치에 걸맞은 적당한 출력 역시 그 감각에 일조한다. 더 풍성한 출력이 고프다면 S8을 추천한다. 신형 A8 L은 유려하게 고풍스럽거나 지극히 화려한 기함은 아니다. 하지만 단정한 감각으로 젊고 세련된 감흥을 전한다. 이런 기함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