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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데이팅 앱 사용 설명서

데이팅 앱을 다루는 각자의 방식.

밤의 도쿄에서, 단둘이

일본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여름의 도쿄는 결코 낭만적인 여행지가 아니다. 열도 특유의 불쾌지수가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2022년 팬데믹이 끝날 즈음 찾아간 도쿄도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고 있었다. 당시 재직 중이던 브랜드는 일본 현지에서 사업을 계획하는 상황이었고, 유선상으로만 대화를 해온 관계자와의 성공적 미팅이 도쿄 방문 목적이었다. 도쿄행 비행기에 오르며 느낀 감정은 묘한 기대감이었다. 미팅을 성사시키거나 도쿄를 둘러볼 수 있다는 그런 뻔한 기대감이 아닌. 왜, 남자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뭔가 ‘야릇한 행운’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그런 기대감 같은 게 있지 않은가. 더욱이 그때의 나는 일본 여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일종의 도피처 같은 개념으로. 출국하기 몇 달 전 헤어진 여자친구는 조금이라도 기분을 안 맞춰주면 곧바로 표독함을 드러냈고, 친구의 소개로 만난 전문직 여성은 나의 가벼운 지갑을 보고 퇴짜를 놓았다. 그와 반대로 미디어에서 비치던 일본 여성들은 어딘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웃음기를 간직한 모습이었다.

도쿄에서 첫 미팅을 끝내고 비즈니스호텔로 복귀하자마자 부푼 마음으로 새로운 앱을 깔았다. 바로 ‘탭플(tapple)’. 우리나라에선 생소하겠지만 일본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만남 앱 중 하나다. 당시 내 프로필을 보고 호감을 느꼈는지, 얼마 되지 않아 3~4명의 일본 여성과 매칭이 되었다. 그중 눈길을 끄는 여성이 있었다. 이름은 ‘YURINA(유리나)’. 프로필에서 옛날 영화 <배틀로얄>에서 열연했던 마에다 아키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이후 대화로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스물네살이고, 도쿄 근교의 사이타마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 사이타마는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다음날 별 다른 일정이 없던 나는 그녀에게 시부야 데이트를 제안했다. 최대한 순수한 말투로, 그리고 일본 여행이 처음이라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로(물론 내 여권에는 일본 입국 도장이 10개 이상 찍혀 있었지만). 다행히 그녀도 한국 남자를 처음 만난다며, 한국 유학을 준비하던 상황이라 여러가지 물 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 6시쯤 만나기로 한 시부야역 하치코 출구 앞에 도착하니 나처럼 ‘랜선 만남’을 기다리는 듯한 사람들이 즐비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짧은 민소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하이힐을 신어서 커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기본 키가 168cm은 되어 보였다. 예상보다 이상형에 가까워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은 주말 저녁이라 할 수 없이 중국풍 술집으로 갔다. 교자에 생맥주를 마시면서 그녀를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직업은 ‘미용사’, 고등학생 때부터 만난 전 남자친구가 최근 유부녀와 바람나서 헤어졌고, 이상형은 <이태원 클라쓰>가 아닌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나온 박서준. 앱으로는 알 수 없는 그녀에 대한 정보였다.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오르자 그녀에게 롯폰기 클럽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어두운 조명 아래 남녀는 더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친해지지 않던가. 그녀가 동의하자마자 우리는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 택시를 타고 시부야를 떠났다. 물론 서로 경계가 허물어진 채 허벅지와 허리를 쓰다듬으면서. 도착한 클럽에서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도 잊은 채 서로를 감싸 안았다. 사실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그녀는 내게 온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 내가 잠깐 화장실 다녀올 때만 빼고. 그때 놀란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 남성들의 호기심 또는 모험심이 엄청나다는 것.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키가 그녀의 어깨에도 못 미치는 일본 남성들이 그녀에게 작업을 걸고 있었다.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우리는 바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다. 테킬라, 마티니, 흑맥주, ‘이슬톡톡’까지. 아마 술값으로 2만 엔은 족히 나왔을 것이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어 클럽 밖으로 나오니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고 했다(돌이켜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택시비가 술값보다 많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이대로 그녀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새벽에 귀가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며 내가 묵고 있던 비즈니스호텔로 데려갔다. ‘1인 1방’ 원칙을 고수하는 호텔이기에 몰래 잠입해야 했다. 러브호텔이 아닌 비즈니스호텔이니까. 리셉션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우리는 ‘미션 임파서블’처럼 엘리베이터에 재빨리 탑승했다. 우린 그날 밤 뜨겁게 밤을 불태웠다. 모처럼 일본 여행이지만 ‘오카모토’도 없이. 이상형인 그녀와 한 몸이 되었다는 사실과 여행지에서의 에로틱한 로망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피곤하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8월 15일,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 아침을 한일 커플로 맞았다.

밴드 잔나비는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노래했지만 우리의 뜨거운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우리는 그날 이후 약 1년간 장거리 만남을 이어갔고,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갈수록 막연하게 느끼던 일본 여자에 대한 환상도 서서히 깨져갔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유부녀와 바람피웠다며 전 남친을 욕하던 그녀는 정작 ‘장거리 연애’라는 핑계로 다른 사람을 만났고, 마지막으로 만난 도쿄에서 무책임한 이별 통보를 건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마음이 허무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일본 여성은 없었지만, 그해 도쿄에서 나눈 뜨거운 밤은 내가 중년이 되어도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 덕분이다. 8월의 도쿄는 내게 여태껏 그런 의미다.
_ 이재현(30세, 패션 브랜드 MD)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지금 애인을 어떻게 만났느냐는 질문에 “틴더에서 만났어”라고 답하면 정해진 반응이 있다. “운이 좋았네.” 맞다. 틴더에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 많은지 안다. 또 “그런 랜선 만남은 위험하잖아”라는 반응도 흔하다. 나는 틴더로 매칭된 첫 상대이자 현재 애인을 만나러 갈 때 맥가이버칼을 가져갔다. 데이팅 앱을 처음 사용한 나는 누군가를 만나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했고, 신변을 지킬 수 있는 작은 무기를 챙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로 용기를 낸 이유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전의 연애가 지난했다. 취향도 가치관도 다른 X와 3년 가까이 만났고, 이별 후 내게 남은 것은 자기혐오뿐이었다. 한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많은 걸 내려놓았다. 연애에 대한 기대와 낭만 같은 것도.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렀다. 진부한 말 같지만, 시간은 의외로 많은 걸 해결해주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극심해질수록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새로운 충동이 거세졌다. 나는 당시 회사 생활과 별개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상대가 일종의 자극이 될 만한 영혼을 지녔으면 했다. 주변엔 성실한 직장인뿐이라 막연한 생각으로 틴더 앱을 깔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스와이프를 하는데,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 머리를 완전히 민 사진 속 남자는 아무도 없는 길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옷을 입을 줄 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빡빡 밀었고,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저런 사람은 어쩐지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아쉽지만 스와이프. 그런데 맙소사! 스와이프 방향이 잘못되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앱을 강제 종료했다. 그러다 괜히 궁금해서 다시 들어간 앱에서 그는 내게 슈퍼 라이크를 보냈다. 그리고 뭇 상대와 달리 틴더 자기소개 문구가 좋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의 메시지는 맞춤법도 정확하고 문장 흐름도 부드러웠다. 외모와 달리 세심하고 다정한 태도가 아름답게 모순적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에게 끌리곤 하는데, 그는 그런 내 취향을 저격했다. 감당하기 힘든 상대라도 일단 한번 만나보자며 호기심을 따르기로 했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맥락 없이 전화번호를 묻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좀처럼 보채지 않았다. 통화를 할수록 그의 음악에 대한 마음과 나의 글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우리는 완전히 다르면서 동시에 각자의 분야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세심함은 첫 만남에서 빛을 발했다. 어느 날, 내가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그는 자기도 함께 가도 되는지 물었다. 틴더에서 ‘우리 언제 만날래?’ 하는 형식적인 대화만큼 괴로운 게 없다. 그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들어왔고, 나는 그게 좋았다. 다만 내가 고른 영화는 조금 슬픈 내용이었다. 정강이에 올드스쿨 스타일의 타투를 받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그는 영화를 보다가 조신하게 눈물을 훔쳤다. 그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은 뒤 술을 마셨다. 10시면 술집이 문을 닫을 때였다. 그는 “여기서 헤어지기 너무 아쉬운데 우리 집에 가서 더 마실래요?”라고 물었다. 처음엔 별별 생각에 거절했는데, 2차에서 시간을 보낸 뒤 확신이 들어 그러자고 했다. 그의 집은 보통의 원룸이었다. 하지만 온통 취향을 나타내는 오브제로 가득했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인센스 스틱을 피우고 우리가 술을 마시며 함께 듣자던 니나 시몬의 LP를 찾아 플레이어에 얹었다. 그런 하나하나의 행동이 평소 그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느꼈다. ‘내가 정말 다른 세계로 건너왔구나, 이제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건너왔구나’ 하고.

이후 우린 연인이 되었고, 그때보다 지금 더 시를 잘 읽게 됐다. 나는 그가 기타를 메고 공연할 때 관객들이 왜 서로 죽일 듯 몸을 부딪히며 방방 뛰는지, 그게 왜 멋있는 건지 알게 됐다. 그런 우리가 틴더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게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위험한 채널이 아니라는 거다. 그냥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많은 루트 중 하나일 뿐, 어떤 연결 고리 없이 타인을 만나고 싶을 때 재밌는 모험을 할 만한 매개라고 말이다.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내가 지리멸렬한 일상을 끊어내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자주 들여다보던 리베카 솔닛이 쓴 구절이다. 그때 만약 “안 갈게요”라고 대답했다면(여기선 “안 할게요”라고 읽어보자)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영원히 궁금해했을 것이다.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었을 보물을 거절한 듯한 느낌,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한 듯한 느낌을 계속 지닌 채 살아야 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모험에 대해, 미지의 것과 가능성에 대해 “네”라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_ 박하(34세, 프리랜스 에디터)

내 몸도 정신도 발가벗긴 사람

사실 요즘은 데이팅 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만약 자기소개란을 다시 채워야 한다면 나를 이렇게 묘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는데, 캐나다에서 전처와 살고 있다. 운 좋게도 그녀의 가족들이 나를 여전히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해준다. 1년에 두세 번 딸을 보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그리고 상업 사진기사로 돈을 벌고 있다. 문명이 등장한 이래 지배계층은 늘 자신들을 피지배계층과 구분 지을 신분증 같은 물건을 원했던 것 같다. 사진가란 그럴싸한 허상을 만들어내는 공허한 직업이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원으로 전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 글을 의뢰받고 데이팅 앱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자기소개란 쓰기’였다. 보이고 싶은 모습, 실제 내 모습 사이에 선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만큼 솔직하게 작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내 생각에 사랑의 메커니즘은 이러하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사소한 친절이라도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산들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태풍으로 바뀐다. 나는 데이팅 앱에서는 그 태풍을 느낄 수 없었다. 잘 나온 사진, 좋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걸러내고, 이 사람에게 보낸 메시지를 복사해 저 사람에게 붙여 넣고, 저 사람에게 보낸 메시지를 복사해 이 사람에게 붙여 넣고. 사랑은 절대 이런 가식적 분위기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을 시작하려면 목소리와 냄새, 손짓, 눈빛, 숨소리 등 현실의 솔직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데이팅 앱을 통해 섹스는 할 수 있었지만, 사랑은 하기 어려웠다. 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녀의 이름은 바로 질 레베카 루빈. 내 기억 속에 자기소개란이 형편없었다(돌이켜보면 가장 매력적인 자기소개였지만). 지나치게 솔직했고, 구태여 잘 나온 사진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복사하기 및 붙여 넣기식’ 대화가 아닌 진짜 대화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FWB(Friends With Benefits, 서로 성적 관계의 이익을 주는 친구)’가 되기로 합의했다. 그녀에게는 잘 보이기 위해 거짓 연기를 하거나 매너리즘적 매너를 보일 필요가 없었다.

유태인인 레베카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 화장도 하지 않고 아담 샌들러 혹은 밥 딜런이 연상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웃을 때만큼은 나탈리 포트만 같았다. 아직도 그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앙상한 상체는 허름한 바지 속에 숨은 엉덩이를 더 돋보이게 했다. 처음 성관계를 할 때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침대 옆 협탁에서 A4 용지 한 장을 꺼냈다. 헤르페스를 보유하고 있으니 성관계 시 콘돔을 착용하라는 한국어 안내문이다. 본인은 상관없으니 콘돔을 사용해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섹스 후 몇 시간씩 그녀와 나누는 대화가 참 좋았다. 시를 썼던 레베카는 내게 문학 이야기를 해줬고, 나는 그녀에게 미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다 또 섹스하고 대화하고. 아무런 거짓 행동 없이 벌거벗은 관계였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와 큰 엉덩이, 지적인 두뇌가 좋았다. 그렇게 매일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레베카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하면 나는 늘 선을 그었다. 누군가와 FWB를 맺는 사람이랑 진지한 사이로 남는 것이 싫었다. 어느새 그녀는 남자친구가 생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가는 나를 매번 받아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 연락이 끊겼을 때, 내가 레베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 한번도 그녀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았지만. 이후 자기소개란을 쓸 때면 첫 문단처럼 스스럼없는 맨얼굴을 보여주곤 한다. 나를 몸도 정신도 전부 발가벗긴 그녀, 질 레베카 루빈이 남긴 흔적처럼.
_ 제이콥 마이어스(42세, 사진가)

에디터 박찬 일러스트 황예원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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