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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비주얼을 변주한 외국인 디렉터 3

익숙해진 K-팝 비주얼에 외국인 디렉터들이 변주를 더하고 있다. K-팝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과 작업 세계를 들여다봤다.

더 키드 라로이와 함께한 ‘BLEED’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네이버후드와 함께한 ‘Stargazing’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RAMEZ SILYAN

라메즈 실리안 시리아계 미국인으로, 뮤직비디오 연출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어둡고 시적인 분위기 속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독특한 미장센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릴 핍의 다큐멘터리 <Everybody’s Everything>은 SXSW 2019에서 처음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네이버후드, 포스트 말론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해 감각적 비주얼과 강한 서사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블랙핑크 로제와 협업한 ‘toxic till the end’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을 정원과 고풍스러운 빌라를 배경으로 격정적 로맨스를 풀어내며 주목 받았다.

로제 ‘toxic till the end’ 뮤직비디오 촬영 스틸 컷.

Rosè

로제의 ‘toxic till the end’ 뮤직비디오 촬영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그녀는 단순히 출연자 그 이상이었다. 편집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내가 구상한 연출 방향성과 비전에 진심 어린 태도를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벽난로 앞 키스 신이었다. 애초 대본에 없던 장면이지만,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가 그 순간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돌이켜보면 내 뮤직비디오 작업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경험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마침 가을이라 낙엽이 떨어지던 시기였다. 날씨는 감독이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 예측 불가능이 오히려 장면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호숫가에서의 대화, 정원을 가로지르는 추격 장면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가장 큰 위기는 촬영하기 며칠 전, 로케이션 허가가 취소될 뻔한 일 이었다. 영화 <가십걸>,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작품에도 등장하는 상징적 장소였기에,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다. 직접 시장에게 편지를 보냈고, 다행히 그의 도움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공간을 이루고 있던 조각상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모두 담진 못했지만, 아름다웠던 나무도 여전히 애정하는 오브제다.

‘toxic till the end’ 뮤직비디오 연출에 영감이 된 레퍼런스와 그 결과물

영화 <팬텀 스레드> 속 스틸 컷 이미지.
영화 <솔트번> 속 스틸 컷 이미지.
영화 <가여운 것들> 속 스틸 컷 이미지.
영화 <뭍에서> 속 스틸 컷 이미지.
영화 <팬텀 스레드> 속 스틸 컷 이미지.

작업 방식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톤 앤 무드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일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각 영상은 뚜렷한 미학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나는 무엇보다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모든 작업이 같은 결로 귀결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 안에서 아티스트가 감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도록 강한 서사를 설계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내가 제작한 네이버후드 ‘Pretty Boy’와 포스트 말론 ‘Mourning’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아티스트를 위해 쓴 이야기였다. 두 아티스트와 충분히 교감한 뒤 설계한 장면이기에 밀도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영감은 대부분 일상에서 얻는다.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특정 콘셉트를 연상시키는 영화, 책 한 구절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오마주 역시 즐겨 사용하는 장치다. 이는 단순한 인용이 아닌 내가 감명받은 장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고, 내러티브의 새로운 확장이다.

‘toxic till the end’ 영상을 촬영하며 가장 애정하는 오브제와 장면.
‘toxic till the end’ 영상을 촬영하며 가장 애정하는 오브제와 장면.
‘toxic till the end’ 영상을 촬영하며 가장 애정하는 오브제와 장면.

K-팝

K-팝은 내게 특별한 작업 영역이다. 다른 음악 산업과 비교할 때, 이 신이 보여주는 집요한 완성도와 시각적 밀도는 매우 인상 깊다.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곡이 평생 기억될 수 있는 시각적 장치다. 그래서 실시간 반응만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 있을지를 고민한다. K-팝 비주얼은 매 순간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다. 이 장르가 글로벌한 미학을 어떻게 자신만의 감각으로 전환하는지 관찰하는 건 늘 흥미롭다. 나는 문화적 차이보다 유사성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서구와 아시아의 비주얼 트렌드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장되고 있으며, 그 교차점에서 연출자로서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움베르토 리온이 겐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 참여한 2019 S/S 캠페인 이미지.

HUMBERTO LEON

움베르토 리온 미국 LA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글로벌 패션과 음악 산업에서 독창적 비주얼을 창조해왔다. 2002년 캐롤 림과 함께 뉴욕에서 패션 브랜드 ‘오프닝 세리머니’를 공동 설립하며 주목받았으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LVMH 산하 브랜드 ‘겐조’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리브랜딩을 이끈 바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합작 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에서 걸 그룹 ‘캣츠아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각 멤버의 문화적 배경과 개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며, 동서양 요소를 결합한 의상과 스타일링을 통해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오프닝 세리머니와 버켄스탁이 협업한 컬렉션 이미지.
2021년 오프닝 세리머니와 버켄스탁이 협업한 컬렉션 이미지.
캣츠아이 첫 EP 콘셉트 촬영 비하인드 컷.

Katseye

캣츠아이의 시작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드림 아카데미(Dream Academy) 프로그램 시절부터 멤버들과 가까이 지냈고, 각자 배경과 개성, 관심사와 말투까지 하나하나 기억하려 했다. 그런 조각을 꿰어내는 것이 내가 구축하고자 한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이었다. 이 팀은 6개의 서로 다른 문화와 감성이 맞물리며 형성된 존재다. 팀 멤버인 마농의 허리 비즈, 라라가 직접 고른 빈디, 메간의 제이드 팔찌처럼 스타일링은 각자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수단이 된다. 퍼포먼스를 고려한 구성과 움직임의 흐름, 서로 다른 문화적 뉘앙스를 조화롭게 엮어내는 일이 이 작업의 핵심이었다. 캣츠아이는 무대 위에서 자신들이 어디서 왔는지 표현하고, 각자 익숙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방식으로 이 팀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형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업 방식

작업을 시작할 땐 늘 어떤 문화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한다. 나는 ‘디자인’보다는 ‘스토리텔링’을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새로운 그룹의 방향성을 기획할 때도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것을 사랑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영감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도심을 걷다 보게 된 간판,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 미술관에서의 순간이 강력한 시작점이 된다. 우리가 속한 산업 바깥에서 오히려 더 많은 영감을 찾는다. 특정 향기, 표면의 질감, 어느 공간의 빛이 주는 인상.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영상 안에 스며든다. 특히 이번 캣츠아이 작업처럼, 선례 없이 처음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감각이 연출 재료가 된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흐름을 상상하고 그를 위한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도전적으로 즐기는 창작 과정이다.

캣츠아이와 함께 선 움베르토 리온. 사진 출처: 하이브 × 게펜 레코드

K-팝

서구와 아시아의 트렌드가 각자 방식으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 속에서 나 역시 새로운 시도를 계속 구상하게 된다. 캣츠아이는 그런 방법론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기대하게 한다. 다국적 배경과 삶의 조각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시각적 언어의 역할을 다시 실감할 수 있다.

제이미 마리 쉽튼이 창간한 독립 매거진 <풀 레터>.
제이미 마리 쉽튼이 창간한 독립 매거진 <풀 레터>.

JAMIE-MAREE SHIPTON

제이미 마리 쉽튼 호주 출신 사진가이자 스타일리스트, 비주얼 디렉터. 젠더, 유스 컬처, 디지털 아이덴티티 등 동시대적 키워드를 유희적으로 풀어내는 스타일링과 비주얼 작업으로 주목받고있다. <Harper’s BAZAAR Austrailia>, <i-D>, <Vogue Italia> 등 유수의 매거진과 협업했으며, 베르사체 캠페인을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의 패션 디렉팅을 다수 맡았다. 독립 매거진 <Pull Letter> 창립자이자 커스텀 패션과 포토그래피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KiiiKiii(이하 ‘키키’)의 데뷔 프로젝트에 비주얼 아티스트로 참여해 아이코닉한 SNS 콘텐츠를 선보였다.

<풀 레터>의 2025 S/S 화보 컷.

KiiiKiii

키키와의 작업은 내가 추구하는 미학과 그들의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만난 결과였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내가 구축한 미학의 팬이었고, 신인 키키의 서사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에 내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Coming Soon’과 ‘Debut’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에 두고, 팬 문화의 시선으로 그 기대감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 그래서 키키 멤버의 이미지가 담긴 커스텀 아이템이 다수 등장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연출이고, 이야기다. 한국 팬들은 이 비주얼 세계를 이미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이 협업은 더 강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그들이 내게 건넨 작은 선물이었다. 내 반려견 치와와를 위한 조그만 옷과 손 편지, 그리고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 아티스트가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섬세하게 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마음이 나를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신인 그룹 키키와 협업한 티저 이미지 및 프로젝트 아이템.

작업 방식

10년 넘게 스타일링, 사진,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을 하면서 나만의 시그너처 미학을 구축했다. 내 작업은 늘 어떠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색, 질감, 공간.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여행 중 마주친 낡은 벽지의 패턴이나 무심코 지나친 간판의 조명에서도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곤 한다. 위로, 아래로 항상 시선을 움직이며 세상을 읽는다. 사진은 그 모든 찰나를 기록하는 도구다. 구글 검색도 예외는 아니다. 우연한 키워드 하나가 예기치 않은 상상력을 불러오기도 한다.

신인 그룹 키키와 협업한 티저 이미지 및 프로젝트 아이템.
신인 그룹 키키와 협업한 티저 이미지 및 프로젝트 아이템.

K-팝

서구와 아시아의 비주얼 문법을 관찰하면서 아시아의 감각이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다는 걸 느낀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유행을 창조하는 태도, 유머와 젊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일까. K-팝은 언제나 글로벌 트렌드를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 언젠가 리셉셔니스트 룩이나 미우미우, 프라다, 파코 라반, 발렌티노 같은 레이디라이크 스타일이 K-팝 안에서 더욱 실험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에디터 박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