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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없는 K-팝 그룹

‘K’orean이 없는 ‘K’-팝 그룹 시대, 비춰가 전면에 서 있다.

지금 다국적 그룹엔
고유성이 드러나 있지 않다.
‘현지인’이라는 것과 ‘현지’에서
기획했다는 사실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지언정
개성이 될 순 없다.

VCHA. ‘비춰’라고 읽는다. 6인조 걸 그룹 비춰가 언론에서 꽤 많이 다뤄진 건 이들의 정체성 때문이다. 비춰는 ‘다국적’ 걸 그룹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국적’이다. 또 중요한 건 다수의 국적 안에 한국 국적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비춰를 다국적 걸 그룹으로 소개하면서 중요한 낱말 하나를 빼먹었는데, 비춰는 다국적 ‘K-팝’ 걸 그룹이다. ‘K’orean이 없는 ‘K’-팝 그룹 시대, 비춰가 전면에 서 있다. 그전에도 이런 형태의 그룹은 존재했다. 하이브는 다국적 그룹 캣츠아이를 기획했다. 한국인 멤버 윤채가 있지만, 나머지는 미국·스위스·필리핀인으로 구성한 북미 지역 맞춤형 걸 그룹이다. 전원 영국인 멤버로 구성된 보이 그룹 디어 앨리스도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런 대형 기획사들이 앞다퉈 ‘한국인’ 없는 다국적 그룹을 공개하는 건 당연하게도 사업적인 이유 때문이다. ‘탈아시아’와 ‘K-팝 현지화’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획사들의 행보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K-팝 제작 공정을 따르되 해당 국가 출신으로 멤버를 채우는 방식은 현지 해외 팬층을 빠르게 늘릴 수도 있고, K-팝이라는 산업의 파이를 한국 시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확대할 수 있다. 지금이 그 새로운 도전의 시작인 셈이다.

문득, 두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K-팝이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질문이다. 해묵었다지만, 원론적 질문이다. 이 원론적 질문에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명쾌하기 어려운 혼종의 음악이 K-팝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한국 팝’이라는 형용모순 같은 문장에 관해 우리는 계속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는 ‘그래서 이들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당연히 이것 또한 답하긴 어렵다. 다만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나약한 대답을 해본다. K-뷰티와 칼군무 같은 시각적 부분이 중요한 K-팝에서 서양인이 그 공식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여전히 낯설다. 지금의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이 처음 서양인의 눈에 비쳤을 생경함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생경함을 이겨내고 BTS가, 블랙핑크가 등장했다. 지금보다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오래 지켜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다국적 그룹의 역량이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K-팝이 ‘오리지널’이라면 아직은 그 원류에 닿기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앞서 말한 생경함과 함께 고유의 스타일 혹은 매력의 측면에서도 아직은 아쉽다. BTS에게는 밑에서부터 시작한 성공 서사가, 블랙핑크에게는 메인 프로듀서인 테디가 이뤄온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뉴진스는 음악에 청춘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투영했고, 에이티즈의 ‘WORK’에서 들려오는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런 각각의 특징이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 다국적 그룹엔 고유성이 드러나 있지 않다. ‘현지인’이라는 것과 ‘현지’에서 기획했다는 사실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지언정 개성이 될 순 없다. 앞서 말한 K-팝 그룹의 특징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의 힘과 (그것이 아티스트든 기획사든) 오랜 경쟁과 연습으로 얻어낸 역량이 더해져 만들어낸 성취다. 그래서 다국적 그룹의 지금 모습을 다소 아쉽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K-팝이 그래온 것처럼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한편으로 오래 지켜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김학선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멜론 <트랙제로> 전문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를 썼고, <한국 팝의 고고학 1990>, <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을 함께 썼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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