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미식가’ 글로벌 파스타 여행
이탈리아, 영국, 박건아 셰프와 함께 떠나는 글로벌 파스타 여행.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스테리아를 운영하는 박건아 셰프는 학창 시절 우연히 시골 마을의 요리 학원에 다니게 됐다. 그때를 계기로 ‘한번 칼을 뽑으면 끝을 봐야지’란 생각에 요리에 전념했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모은 돈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직 지도로 길을 찾고 도미토리에서 숙박하며 매일 바게트 하나로 끼니를 때우던 어느 날, 운명처럼 토스카나의 작은 오스테리아를 만났다. 그곳에서 투박한 손으로 이탈리아 북부 전통 요리 오소부코를 끓이고, 파스타 반죽을 치던 주인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요리를 내어주는 할머니를 보며 셰프는 ‘이게 진짜 요리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손짓 발짓해가며 “당신 밑에서 잠시라도 일을 배우고 싶다.”라고 부탁했고, 2주간 보디랭귀지로 대화하며 낮에는 주방 일을 하고 오후에는 매일같이 와인을 마셨다. 당시 경험을 발판 삼아 박건아 셰프는 2020년 가정식처럼 소박하지만 맛있는 파스타를 내는 쿠나(Kuna)를 오픈했다. 그가 생각하는 맛집은 단순하다. 한 입 먹었을 때 직관적으로 맛있는 음식, 쉽게 와서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곳이다. 파스타는 센 불에 기름으로 조리하는 오일 소테(saute’)를 기본으로 하기에 주방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오픈 주방인 데다 깨끗하다면 그곳의 셰프는 음식과도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것. ‘파스타’ 하면 본토인 이탈리아를 떠올리지만, 그는 놀랍게도 파스타 바의 기원인 런던에서 인상적인 레스토랑을 많이 만났다. 런던은 미식과는 거리가 먼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식의 트렌드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성수동에서 ‘쿠나’라는 파스타 바를 운영하는 박건아입니다.
저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토스카나의
한 오스테리아 주인 할머니 밑에서 2주간 요리를 배웠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쿠나, 쿠나” 하던 게 제 또 다른 이름이 되었죠.
2년 주기로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으로 두세달씩 배낭여행을 다녔는데요.
그때 경험으로 파스타 맛집을 추천해드릴게요!
ITALY
Hostaria Castello
카스텔로 지역에 숨겨진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 관광지로 유명한 베네치아에서 식당에 가면 대체로 값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요리를 만나기 쉽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차별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가리비, 토마토에 피스타치오 페스토를 곁들인 수제 탈리아텔레, 토마토와 부라타 치즈, 생새우를 올린 리소토 등 흔치 않은 요리를 선보인다. 훌륭한 지역 와인 리스트도 갖췄는데, 그중 이탈로 세스콘 와이너리에서 이곳만을 위해 생산한 하우스 와인도 만날 수 있다. 인스타 : @castellovenezia
Osteria Conchetta
이탤리언 요리의 정수를 만나고 싶다면 밀라노로 향하자. 전통 방식으로 푹 고아 만드는 토마토 송아지 정강이찜 오소부코와 돼지 껍질, 갈비, 족발을 양배추, 양파, 당근 등과 함께 조리한 스튜 카수엘라를 맛볼 수 있다. 송아지고기로 만든 라구 탈리아텔레, 사프란과 버터크림으로 조리한 리소토 알론다 등 메뉴도 인상 깊다. 여기에 직원의 세심하면서 친절한 응대가 기분을 좋게 한다.
인스타 : @osteriaconchetta
UNITED KINGDOM
Manteca
런던에 위치한 만테카는 맛 좋은 파스타는 물론 허브를 곁들여 구운 포카치아, 은두야 페이스트를 넣고 찐 홍합 요리 등 애피타이저와 다양한 와인 리스트가 매력적인 식당이다. 1층에선 생면 뽑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드라이에이징 고기 숙성고와 와인 셀러가 자리해 오감을 즐겁게 한다.
인스타 : @manteca_london
Bancone
약 6년 전 코번트 가든에 있는 반콘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총 3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와
런던을 비롯해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얻은 영감으로 메뉴를 꾸린다. 호두 버터에 콩피 달걀 노른
자를 얹은 행커치프 파스타가 인기 메뉴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자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에 트러플을
올린 스모크 포테이토 라비올리를 꼭 맛볼 것을 추천한다. 인스타 : @bancone.pasta
Padella
파델라는 약 8년 전 파스타 바 유행의 시작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두 지점 중 버로 마켓 근처에 위치한 이탈리아 선술집 느낌의 1호점을 선호한다. 합리적 가격에 음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격식 없이 파스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볼 수 있는 베스트 메뉴 카초 에 페페에 프로세코 한 잔 곁들이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인스타 : @padella_pasta
CENCI
한국의 이탤리언이 퓨전에 가깝다면, 일본은 고전을 추구한다. 교토의 첸치는 현지 재료로 순수하게 이탤리언 요리를 풀어낸다. 채 썬 파를 튀겨 파 향과 어우러진 동죽 리소토, 신선하고 짭짤한 사쿠라에비, 순무의 달큼함, 상큼한 유자 향이 조화로운 페투치네가 인기 메뉴다. 국내 파인다이닝 ‘알라 프리마’가 떠오르는 곳으로, 실제로 함께 팝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인스타 : @cenci.ky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