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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월 출시 직후 2주 만에 10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팰월드’는 그동안 이룬 성과가 성공인지, 문제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이 게임에 대한 여러 논의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세계관의 유사성이다. ‘팰’이라 불리는 ‘신비한 생물’은 게임 프리크가 초기에 제작한 ‘포켓몬스터’를, 게임 구성이나 방식은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스튜디오 와일드카드의 ‘ARK’ 등과 유사하다고 지적되었다.

가장 큰 쟁점은 ‘팰’이다. 작품을 약간이라도 안다면 팰을 보고 ‘포켓몬’을 즉각 떠올릴 만큼 닮았다. 그런데 단순한 표절 의혹으로 보기엔 상황이 간단치 않다. 팰월드에서는 팰을 대상으로 작업을 시키거나 사냥하는 등 포켓몬스터에서는 다룰 수 없던 일들이 가능한데, 이것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작품을 도용하면서 훼손까지 했다’는 관점과 ‘작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는 관점이 서로 부딪힌다. 개발사 포켓페어가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해석을 복잡하게 한다. 스타트업계는 이미 성공한 사례를 차용하면서 일부 개선하거나 변화를 두는 ‘미투 서비스’를 하나의 전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팰월드는 포켓몬스터를 적절히 활용한 미투 제품인 셈이다. 포켓페어가 그동안 만들어온 게임 대부분이 미투 전략으로 개발된 것과 “회사 통장 잔고가 제로가 되는 위험을 감수했다” 고 대표가 직접 밝힌 배경은 특정 전략을 꾸준히 시도해온 스타트업이 마침내 대박을 터뜨린 성공 서사의 근거가 된다.

그런 점에서 팰월드를 통해 시작된 여러 논의가 매듭을 짓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관건은 이 게임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흥행 실적으로는 이미 많은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오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개발 과정에서 팰 생성에 인공지능 (AI)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기된 의혹은 개발사가 명확히 해소해야 한다. 여부에 따라 유보적 입장을 밝힌 포켓몬스터 측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는 만큼 높은 운영 비용도 포켓페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게임으로 끌어들인 핵심 동력, 팰을 이용해 다른 게임보다 수고를 더 적게 들이고 얻는 재미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수고를 덜어 더 빨리 재미를 느낀 만큼 질리는 시간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팰월드는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게이머들이 전폭적으로 반응할 만한 니치를 발견해 새로운 방향을 제공한 것은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해온 여러 시리즈를 ‘법적으로 문제없는 선에서’ 차용한 것은 그 공로를 온전히 조명받기 어렵게 할 것이다. 특히 ‘모험의 동반자, 가족’ 개념의 포켓몬과 달리 몬스터인 팰을 사실상 생존을 위한 도구 정도로 시사한 것은 본의가 아니라 해도 그 여파가 오래갈 것이다. 본래 팰(Pal)의 사전적 의미가 전투 병기가 아닌 ‘단짝 친구’라는 가치를 담고 있는 만큼.

강지웅 게임평론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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