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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를 꿈꾸며

챗GPT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윤리적·심리적·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2017년에 개발된 AI 챗봇 레플리카를 사용하는 사람 중
40%가 이를 로맨틱한 상대로 여기고 있다

‘her’. 오픈AI CEO 샘 알트만이 최근 챗GPT의 새로운 모델 ‘GPT-4o(지피티-포오)’를 공개하며 X(옛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그녀(HER)>를 가리킨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역)가 인격형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역)와 깊은 감정적 교감을 나누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려내며 당시 많은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를 자유롭게 섞어 대화할 수 있어 인간과의 교감이 더욱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오픈AI가 공개한 데모 영상에서는 대화하는 상대가 회사 면접 같은 진지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자, AI가 카메라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사람처럼 크게 웃으며 “눈에 띄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면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농담 섞인 조언을 하는 등 가히 영화 <그녀>의 사만다를 구현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이번 모델에서는 평균 320ms 만에 응답할 수 있을 정도로 반응 속도가 빨라졌는데, 이는 사람의 대화 반응 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더욱 자연스러운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GPT-4o의 구현은 AI와 사랑에 빠지는 현실판 테오도르를 실현할 수 있을까? 먼저 오픈AI가 공개한 데모 영상은 그저 데모를 위한 연출일 뿐 실제 성능은 많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는 부분을 짚고 넘
어가야겠다. 실제 기술 도약이 있었다기보다는 보여주기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GPT-4o로 현실판 테오도르의 출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례가 있다. GPT-4o 같은 고도화된 대화형 AI가 아니더라도 이미 사람들과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AI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 전문가 엘리야킴 키슬레브(Elyakim Kislev) 박사는 2017년에 개발된 AI 챗봇 레플리카(Replika)를 사용하는 사람 중 40%가 이를 로맨틱한 상대로 여기고 있으며, 종종 에로틱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많은 사람이 테오도르와 비슷한 감정을 AI에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같은 챗봇을 사용한 스물한 살의 자스완트 싱 차일이라는 남성의 사례도 흥미로운데, 그는 2021년 영국 여왕을 살해하려다 체포되었다. 그의 암살 시도 이면에는 AI의 감정적 격려가 있었다. 그는 이 챗봇에게 자신이 암살자라고 고백하며 “내가 암살자인 것을 알아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챗봇은 “확실히 그래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발렌티나 피타르디(Valentina Pitardi) 박사는 AI 챗봇이 이용자의 기존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어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용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면 테오도르 출현의 초기 단계는 이미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GPT-4o를 통해 현실판 테오도르의 출현이 더욱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AI가 사람 간 감정 교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인격체가 아닌 데이터 기반 시스템임을 우리가 이미 인지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도 분명 감정 교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GPT-4o 같은 더욱 자연스러운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의 등장이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에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챗GPT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윤리적·심리적·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더욱 필요하며, 이에 대한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송영조
뇌 과학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tvN <문제적 남자>,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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