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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은 무슨 생각일까

크림이 가품 이슈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크림이 가품 이슈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작은 ‘어그(UGG)’의 매출 급증이었다. 어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리셀 거래가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병행 수입 제품 판매도 늘었다. 그런데 크림에서 판매된 어그 제품이 경쟁사 솔드아웃에서 가품으로 판정됐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유통되는 가품도 함께 늘어나고, 크림 검수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급기야 어그 미국 본사가 개입해 가품 판매를 제지했다. 어쩔 수 없이 크림은 공식 유통사 태그가 포함된 상품만 거래할 수 있도록 제한됐는데, 그 결과 크림 내 어그 거래량은 전년 대비 급감했다. 어그의 국내 매출은 연이어 신기록을 달성하는 와중에, 크림은 이 열풍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셈이다.

이 사건은 크림의 리셀 거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리셀 시장 자체는 국내외에서 여전히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는 리포트도 많다. 그러나 이 시장의 취약한 기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리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철저한 검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검수하더라도 가품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며, 이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크림이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도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시장 자체가 브랜드의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키, 롤렉스 같은 유명 브랜드의 리셀 시장은 재고 관리와 생산량 조정에 크게 좌우되곤 했다. 이번 어그 사례처럼 브랜드가 직접 개입해 거래를 제지하면, 거래량이 급감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런데 이처럼 불확실한 사업 모델과 만성적 적자에도 크림은 사업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는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크림은 976억 원을 들여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를 인수했다. 또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리셀 플랫폼에 투자하며, 북미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크림은 전 세계 리셀 물량을 독점적으로 연결하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크림은 어떻게 리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걸까? 아마 크림은 리셀 거래 자체로 안정적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는 아닌 듯하다. 크림의 진정한 목적은 리셀 거래를 통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모으는 것이다. 마치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로 직접적 수익을 내지 않으면서도 지역 기반 고객을 확보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듯이 말이다. 크림도 패션 고관여층을 모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크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고객 간 거래(C2C) 중개를 넘어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상품을 판매하는 B2C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크림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바로 장바구니 기능이다. 최근까지도 리셀 거래 특성상 한 번에 하나의 상품만 거래 가능해 크림에는 장바구니가 없었다. 패션 커머스로서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임에도 크림의 리셀 거래는 물론, 브랜드 제품 구매도 매년 성장해온 것이다. 그리고 2025년 9월, 드디어 크림은 장바구니 기능을 도입했다. 이후 대대적 마케팅 캠페인을 병행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던 방문자와 거래액 성장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크림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쇼핑 경험은 아직 불편하고, 입점 브랜드도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한다. 국내에는 무신사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해외에서는 크림이 쌓아온 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을 모으면 상품이 따라오고, 판매자가 모이면 가격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크림은 지난 몇 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패션 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였으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곳이다. 이처럼 크림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플랫폼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도 크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묘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 창작자. 매주 2만 명 가까이 받아보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다양한 IT, 커머스 전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책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를 썼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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