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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열린 곳에서

문경원이 최근 프리즈 뉴욕의 갤러리현대 솔로 부스에서 신작 회화 <소프트 커튼>시리즈로 귀환했다.

문경원, <소프트 커튼_자유의 마을>, 2023–2025, 캔버스에 유채, 200×29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제공.

작업은 한 사람의 지문과 같다. 겉모습이 달라져도 고유한 결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의 시선은 삶을 따라 변화하고, 작업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담기 때문이다.

문경원&전준호 듀오로 영상과 설치를 넘나들던 문경원이 최근 프리즈 뉴욕의 갤러리현대 솔로 부스에서 신작 회화 <소프트 커튼>시리즈로 귀환했다. 화면에 담은 겨울 숲 풍경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서부터 이어진 것으로, 죽음과 탄생,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가는 이를 찢고 재구성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은 마치 얇은 커튼에 가려진 듯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제로 우리 삶의 골격도 그런 커튼 아래 감추어져 있다.

문경원은 회화를 ‘막(幕)’이라 부른다. 무언가 가리고 있지만 닫혀 있지 않고, 손쉽게 젖힐 수 있는 부드러운 커튼이다. 그는 자신이 바라본 것들로 천을 짜듯 엮어 회화라는 커튼을 직조한다. 하얀 눈이 겨울나무를 덮듯이 커튼이 화면을 덮으면,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은 다른 세계를 열어젖힌다.

작가는 최근 시력이 약해지며 빛과 감각을 달리 느끼게 되었다. 이 변화는 그가 다시 회화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이미지는 평평하게 빛나지만 인간의 손이 닿은 회화에는 재료와 몸의 움직임,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엮인다. 특히 대형 회화는 이미지로 옮길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닌다. 작가의 몸과 캔버스, 다시 관객의 시선이 맞닿는 곳에서 새로운 질문이 피어난다. 망막이라는 ‘막(膜)’이 손상되며 생긴 균열은 이제 새로운 시각과 질문을 여는 커튼이 된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묻는 일이다. 그 질문에는 한 인간의 삶이 응축되어 드러난다.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인간의 흔적을 찾는 이유다. 손을 뻗어 커튼을 젖히면 겨울 풍경 속으로 여름의 열기가 스민다. 눈이 녹으며 가지의 골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 우리는 이 여름에도 겨울의 저 너머를 본다.

김지연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