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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는 심판자 역할 외에도 게이머들이 선의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게임사는 심판자 역할 외에도 게이머들이 선의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악의보다 선의를
더 발휘하고 싶은 문화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 최초 인터넷 게임 랭킹 서비스 ‘배틀탑’은 ‘게임 올림픽’을 일찌감치 구상했다는 것 외에도 아마추어와 프로리그를 구분하는 등 e-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서비스 초기에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에 게임을 마친 게이머들이 각자 경기 결과를 사이트에서 직접 입력했다. 물론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지만, 새로운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미심쩍음과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3년에 발표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292명)의 56.2%가 게임 도중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으며, 이 중 언어 폭력(83.9%)이 가장 많았다. 또 다른 피해 유형 중 스토킹, 명예훼손, 성폭력, 따돌림도 30%가 넘는다. 이러한 사이버 폭력 외에도 반칙이나 변칙적 플레이까지 포함하면 게임을 하면서 감수해야 할 위험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 ‘비매너 행위’라 부르는 이런 행동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한다는 게임의 간단하고 명쾌한 방향성을 흐트러뜨린다. 게이머들이 게임 이용을 중단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비매너 행위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식이 장기적으로 게임사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문제는 비매너 행위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팀 단위로 경쟁하는 게임에서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은 분명한 비매너 행위지만, 일부러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의도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게임사들의 대응도 사후적으로, 주로 게이머들의 신고를 근거로 비매너 행위 당사자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방식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매너 행위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망치는 것이 목적이기에 개별적 제재는 오히려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비매너 행위를 ‘트롤링’으로, 이 행위를 일삼는 자를 ‘트롤’이라 부르는 것은 그런 인정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이에 게임사들은 비매너 행위자끼리 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랜선 뽑기로 게임 운영을 방해하는 이용자끼리 우선 매치하는 ‘철권 8’이나 트롤촌이라 부르는 ‘DOTA2’의 매칭 시스템을 최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비매너 행위자들을 (나름) 제재하면서 게이머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일단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계정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우회할 수 있기도 하고, 더 심각하고 교묘한 비매너 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비매너 행위의 기준이 모호한 만큼 다툼의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게임사는 심판자 역할 외에도 게이머들이 선의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비매너 행위를 사전에 감지하는 노력 말고도 악의보다 선의를 더 발휘하고 싶은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성과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게임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게임이 하나의 세계이자 사회인 지 오랜데, 그럴 때도 되지 않았을까.

강지웅
게임평론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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