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의 애마, 애스턴마틴 ‘뱅퀴시’ 화려한 복귀전!
다시 달리는 뱅퀴시의 질주를 직접 경험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까. 영화 ‘007 어나더데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선택했던 ‘본드카’이자 영국의 고급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의 플래그십 모델 ‘뱅퀴시(Vanquish)’가 6년 만에 돌아왔다. 뱅퀴시의 화려한 복귀 무대는 에메랄드빛 해변, 굽이치는 해안 도로가 매력적인 이탈리아(서부)의 보석 같은 섬 ‘사르데냐’로 예정돼 있었다. 신혼 여행지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섬에서 애스턴마틴 ‘뱅퀴시’ 시승 행사가 열리다니!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단숨에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을 지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의 잠시 스톱오버. 장장 24시간의 이동 끝에 마침내 사르데냐섬에 발을 내디뎠다. 바다와 햇살이 조화롭게 빚어낸 이국적인 풍경을 보니 뱅퀴시와의 극적인 만남이 더욱 설렘으로 다가왔다. 공항에 도착 후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서 무심코 창 밖을 바라봤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 어디선가 공도가 시작됐고,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 이어졌다. 내일, 이 길 위에서 직접 뱅퀴시의 스티어링 휠을 잡을 순간이 이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브랜드 본사 담당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드디어 애스턴마틴의 새로운 3세대 ‘뱅퀴시’를 마주했다. 이 차는 단순히 아름답고 세련된 외관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내뿜었다. 차량의 실루엣은 위압적이고 공기역학적 곡선은 마치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위용을 자랑했다. 사실 뱅퀴시의 진정한 매력은 화려한 외관 너머에 있었다. 애스턴마틴이 새롭게 선보이는 5.2리터 트윈 터보 V12 엔진이 숨 쉬는 이 차량은 835PS의 경이로운 출력을 뽐내며 1000 Nm의 토크를 자랑한다. 이를 통한 기어 간의 최고 속도는 무려 214 mph(약 344km/h)에 달한다. 이 수치는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애스턴마틴이 성능에 대한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드디어 운전석에 앉았다. 가죽 시트가 등을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단단히 잡아주는 고정력이 느껴졌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편안함은 대륙을 자유롭게 주행하도록 설계된 뱅퀴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뱅퀴시는 기본으로 스포츠 플러스 시트를 제공하며, 옵션으로 카본 파이버 퍼포먼스 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 낮은 좌석 위치는 스포츠카의 느낌을 강화하고 다이내믹한 주행에 이상적인 운전 자세를 제공한다. 또한, 낮은 센터 콘솔과 곡선형 도어 패널은 운전 중 팔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상체 주변 공간을 최적화했다. 전체적으로 고급 소재들이 조화를 이루는 직선적인 라인과 장인 정신으로 완성된 독창적인 퀼팅 패턴이 럭셔리함을 배가했다.
도로 위의 주인공
시동을 걸자 V12 엔진의 저음이 깊게 공간을 메우며 뱅퀴시의 강력한 내공을 대변했다. 악셀을 밟자 차체는 가볍고 부드럽게 도로를 주도했다. 안정적이면서 가볍게 도로를 누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뱅퀴시는 기다렸다는 듯, 모든 것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날카롭게 변모했다. 핸들링은 예리하면서도 직관적이라, 차가 운전자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따라주는 듯했고, 코너링에서는 도로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이 느껴져 격한 방향 전환과 고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 달리는 뱅퀴시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시원하게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그 짜릿함. 발끝이 악셀을 밟고 손끝이 핸들을 감싸던 그 감촉이 여전히 생생하다. 차체의 융숭함은 속도감과 안정감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켜 마치 운전자와 차량이 하나가 된 듯한 주행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을 달리며 “뱅퀴시의 진짜 목적은 운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특별한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럭셔리와 퍼포먼스가 완벽하게 결합된 스포츠카 뱅퀴시, 이 차가 내게 준 짜릿함은 오랜 시간 기억 속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