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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넘본 AI, 길을 잃은 인간

AI 발전은 인간학에 대한 발전을 불러올 것이다. 어쩌면 AI의 가장 큰 혜택은 우리가 더 깊이 사고하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도록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바퀴를 다리처럼 움직여 안정적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쿠보타의 인공지능(AI) 트랙터, 라이다 레이더 초음파 센서에서 입력된 막대한 데이터를 통해 완벽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웨이모의 로보택시, 얼굴만 비춰도 심박수·혈류·혈압·산소 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페이스하트의 AI 스마트 거울. 이는 CES 2025(국제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선보인 첨단 기술의 일부에 불과하다. CES에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그동안 첨단 AI는 인간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부조종사라는 뜻에서 ‘코파일럿’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특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일정 관리,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면서 노동 속 인간의 필요성을 점차 줄일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더 나아가 ‘생성형 AI’에 이어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AI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엔비디아가 선보인 ‘코스모스’ 플랫폼은 AI 로봇이 실제 세계에서 시행착오 가 없도록 가상 세계에서 미리 학습하고, 실제 환경에서는 미세 조정만으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카네기멜론 대학교와 엔비디아 연구진은 공동으로 ‘델타 액션 러닝’을 이용해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덩크슛 동작을 정교하게 모방하는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는 곧 기술 발전의 역사다. 실리콘밸리의 구루라 불리는 케빈 켈리는 “우리가 창조한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우리가 이를 활용해 또 다른 기술을 창조하며, 결국 서로 발전한다”고 규정했다. 자동차 발명이 기계 우마차에 그치지 않고 석유 산업의 태동과 새로운 직업을 창조했으며, 스마트폰 개발이 무선전화기에 머물지 않고 구독경제, 긱 이코노미, 배달 산업을 발전시켰듯이 AI는 그저 첨단 알고리즘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AI와 로봇이 결합될 경우 전체 일자리의 38.8~70% 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래드스톤 AI는 2028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 일반 지능(AGI)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스탠퍼드 인간 중심 AI 연구소, 버클리 인간 호환 AI 센터, 기계 지능 연구소(MIRI) 같은 곳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보조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인간 중심적 AI라는 학문 분야다.

AI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간학에 대한 발전을 불러올 것이다. 인간은 유무형 도구를 만들어 가치를 창조하는 유일한 동물 ‘호모 파베르’라는 앙리 베르그손의 정의는 이미 깨졌기 때문이다. 케빈 켈리는 “우리가 더 많은 종류의 AI를 창조해낼수록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기던 것을 점점 더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어쩌면 AI의 가장 큰 혜택은 우리가 더 깊이 사고하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도록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덕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운영자. CES 혁신상 심사위원이다. <챗GPT 전쟁>, <매그니피센트 7> 등을 집필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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