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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신에 등장한 돌연변이

맨스티어와 QWER의 논란은 세대 차이와 실력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시대 현상이다.

맨스티어와 QWER에 불만과 아쉬움을 느낀다.
하지만 시대를 거스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근 힙합과 밴드 신에 각각 이슈가 있었다. 맨스티어가 힙합 신에 소동을 일으켰다면, 밴드 신을 불타게 만든 건 QWER(큐더블유이알)이었다. 두 이슈에는 큰 공통점과 함께 작은 차이점도 있다. 또 음악 문제이면서 시대 현상이기도 하다. 모든 게 그렇듯이 이 논란 역시 복합적이라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이해할 수 없던 것이 있다. 한 분야의 종사자가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배격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다. “배우가 왜 가수를 해?”, “가수가 왜 뮤지컬 무대에 서?” 같은 태도 말이다. 인간에겐 다양한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엔터테이너는 세상의 모든 분야에 진출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가 있다. 개그맨이 랩하는 것, 인터넷 방송인이 밴드를 결성하는 것 자체엔 전혀 문제가 없다. 관건은 직함이 아니라 실력이다. 이 지점에서 맨스티어와 QWER이 갈린다. 맨스티어에 비판적인 이들도 그들의 랩이 함량 미달이 아님은 대체로 인정한다. 하지만 QWER의 밴드로서 소양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판이 우세한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해서 맨스티어가 힙합 신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상은 늘 입체적이다.

맨스티어의 랩이 기준선을 넘었음에도 그들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패러디의 내용과 방식이다. 그들의 콘텐츠가 갈수록 의미를 남기지 못하는 단순한 조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사실 맨스티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힙합과 패러디의 오랜 관계를 이해해야한다. 미국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왜 래퍼들에게도 존중받으며 힙합 패러디 제왕 자리에 올랐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지난 20여 년간 개그맨들이 힙합을 다뤄온 방식이 시절마다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바로 힙합을 둘러싼 세대 차이 때문이다. pH-1에게 힙합은 음악인 동시에 문화이고 더 나아가 삶의 방식이다. 이센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센스에게 힙합은 고유의 개념, 규칙, 원리에 의해 작동하고 돌아가는 하나의 독자적 세계다. 그러나 맨스티어의 팬들이 생각하는 힙합은 다르다. “힙합 문화를 왜 존중해야해요?”, “래퍼들은 선민의식이 있나요? 힙합만 왜 특별해야 하나요?”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와 Mnet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디폴트인 세대가 충돌하는 광경이다.

한편 QWER에게 가해지는 비판 중 유일하게 유효한 것은 바로 ‘실력 부족’이다. 그리고 이는 록이라는 장르의 자부심, 진정성과 맞닿아 있다. QWER을 당연하게 비판하는 록 마니아 뒤편에는 한국에서 그 역사가 30년 가까이 된 아이돌 록 밴드 논란, 음악을 음악만으로 보지 않고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부속으로서 그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문화, 그리고 더 이상 장르 아티스트만으로 라인업을 채우지 않는 여러 뮤직 페스티벌이 있다. 실력이 뛰어나다면 당연히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편을 가른다면, 나는 QWER을 향한 비판에 공감하되 QWER 편에 서겠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떠올랐다. 방영 당시 음악에 어떻게 순위를 매길 수 있느냐는 거센 비난이 있었다. <쇼미더머니>의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래퍼들을 줄 세우고 심사하는 건 모욕적이라고 모두가 흥분했다. 나 역시 이런 목소리에 공감했다. 그러나 내겐 그보다 더 큰 대원칙이 있다. ‘모든 변화를 나빠지고 있다고 여기는 순간 꼰대가 된다’는 원칙. 나는 여전히 맨스티어와 QWER에 불만과 아쉬움을 느낀다. 하지만 시대를 거스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음악평론가 등으로 불린다.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과 한국> 등을 집필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토미오카 아이의 한국 A&R이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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