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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약인가 독인가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비만 치료제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들.

허위·과대광고가 아닌
진정한 약의 도움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시대가 왔다.

드디어 국내 상륙한 새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온라인 불법 판매, 처방 악용,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만 보는 게 맞을까. 과거 비만 치료제를 바라보던 프레임으로 신약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출시 직후부터 품절 사태를 빚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68주 동안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체중이 15% 감소했다. 위약(플라세보)을 사용한 대조군 감량은 2.4%에 불과했으니 차이가 엄청나다. 기존 비만 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강력해봤자 체중의 7~8% 감량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신약의 효과는 그야말로 게임체인저라고 부를 만하다. 뒤이어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또 다른 신약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파티드)는 72주간 무려 22.5% 감량 효과를 낸다. 이제껏 어떤 방법으로도 체중 감량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이 약은 모두 처방약이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 1개 이상이 따르는 BMI 27 이상의 경우 해당 약품의 처방이 가능하다.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탈모, 근육 손실이 나타나듯 약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도 비슷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구토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흔하게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급성췌장염, 우울증, 자살 충동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성장기 청소년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해 식욕을 과도하게 누르면 성장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나 다른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면 사실상 누구나 처방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의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약으로 체중을 조절하면 정말 약이 필요한 고도 비만자, 당뇨병 환자가 약품 공급 부족으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어두운 면이 분명히 있긴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신약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성인 여덟 명 중 한 명이 위고비, 젭바운드를 사용하는 미국에서는 2023년 처음으로 성인 비만율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체중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다른 건강상 유익한 효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심혈관계 이상,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0% 줄인다. 만성신장병 환자에게도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있으며, 무릎관절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치매 예방,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만병통치약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게 가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체중 감량 효과, 다른 하나는 원래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GLP-1이라는 호르몬이 수용체에 작용해 내는 효과다. 아직은 당뇨병이나 고도 비만인 사람으로 사용 범위가 한정되지만, 향후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보인다.

그러나 영원히 약에 의존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다. 대개 2년 내 약 사용을 중단한다. 유럽 비만학회의 장기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약으로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은 다행히 4년 뒤에도 10%의 체중 감소를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허위·과대광고가 아닌 진정한 약의 도움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시대가 왔다. 다만 이는 ‘선용’할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마트와 편의점, 노포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숨어 있는 요리와 먹기의 과학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즌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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