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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산업의 성공과 그늘, ‘회・빙・환’ 장르의 양산이 가져온 다양성의 위기.

문제는 유행이 양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꽉 짜인 세계관과 꾸준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거대 서사는 더 이상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웹툰은 꾸준히 성공 가도를
달려왔지만, 그 끝에 다다른 건 ‘재미없어졌다’는 독자들의 원성이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었다.”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프랑스 혁명의 양면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웹툰 산업이 마주한 현실도 꼭 이런 모습이다.

1년 전, 네이버웹툰에서 네임드 작가 세 사람이 연달아 복귀했다. <마음의 소리> 조석, <선천적 얼간이들> 가스파드,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다. 하나면 우연이고, 둘이면 의심이 시작되며, 셋이면 확실한 현상이다. 단순히 동시에 복귀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가져온 작품의 성격이 중요하다. 조석과 가스파드 작가는 각각 전작의 시즌 2로 복귀했다. 이동건 작가는 <로맨스 당도 백퍼센트>로 복귀했는데, 의미심장하게도 작품의 주인공은 웹툰 작가다. 소재가 바닥난 주인공이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셋 다 장르로 치면 일상 코미디고, ‘소재가 떨어졌는데 원치 않게 복귀했다’는 뉘앙스를 1화부터 풀풀 풍겨댔다. <마음의 소리>에 달린 댓글이 이 상황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한다. “패스트푸드 가득한 곳에서 옛 단골 국밥집을 찾아낸 느낌.” 네이버웹툰 관계자 또한 한 기사에서 이번 작가들의 복귀를 ‘다양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는 물론 ‘회빙환(회귀・빙의・환생물)’을 뜻한다.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웹툰 신작은 회빙환 장르로 가득 채워졌다.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하듯, 현생 또는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회빙환이라는 ‘치트키’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미 현실이 역경 투성이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웹툰에서까지 역경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유행의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유행이 양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꽉 짜인 세계관과 꾸준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거대 서사는 더 이상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가끔 회빙환에서도 ‘서사 쌓기’를 시도하지만, 3화 이상 늘어지면 여지없이 별점이 깎이고 ‘댓글 테러’가 쏟아진다. 한때 장점이던 ‘즉각적 피드백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특성은 이제 창작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었다. 이 배경에는 웹툰 산업의 거대한 성공이라는 역설이 있다. 크게 성공한 탓에 더 많은 창작자가 몰려 경쟁이 심화되었고, 아예 스튜디오 단위로 창작하는 그룹까지 등장했다. 단숨에 주목받지 못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창작자들은 점점 ‘대세’를 따르기 시작했고, 회빙환물의 양산은 그 결과다. 그러자 독자들은 비로소 다양성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었다.” 웹툰은 꾸준히 성공 가도를 달려왔지만, 그 끝에 다다른 건 ‘재미없어졌다’는 독자들의 원성이다.

그런데 이 결과는 누구의 책임일까. 회빙환 신작만 퍼다 나른 네이버웹툰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웹툰은 적지 않다. 다만 하위권에 몰려 있을 뿐이다. 이런 작품엔 ‘재밌다’는 댓글보다는 ‘작가님을 응원한다’는 댓글이 더 많이 달린다. 이동건 작가의 <로맨스 당도 백퍼센트>는 27화 만에 이야기를 맺었고,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도 소재 부족으로 10년 만에 다시 와놓고 반년 만에 막을 내렸다. 네임드 작가들조차 이런 시대다. 독자인 우리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산업이 천국으로 향해 가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강남규
정치와 사회에 관한 글을 쓴다. <지금은 없는 시민>을 혼자 쓰고 <최소한의 시민>을 함께 썼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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