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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와 헤어질 결심

만화 <원피스>가 비로소 최종장에 접어들었다. 오랜 연재 속에서 일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영원히 결말을 알 수 없는 미완의 걸작보다는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이 더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원피스>는 오랜 시간 연재된 만큼
결말에 다다르는 시간도 무척 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끝난다면,

그리고 계속 회자될 수 있다면
온갖 불만은 추억으로 변하기도 쉽다.

오다 에이치로 작가의 만화 <원피스>가 비로소 최종장에 접어들었다.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말뿐인 ‘최종’은 아니다. 작가 본인의 트위터 등을 통해 이전 ‘와노쿠니’ 편 이후 최종장에 진입한 상태임을 몇 번이나 강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간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도 최종장을 통해 풀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최종장’에 진입한 것일 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등장시킨 굵직한 집단이 어디 한둘인가. 주인공 ‘루피’가 속한 밀짚모자 일당은 물론 ‘빨간 머리’, ‘검은 수염’, ‘칠무해’, ‘크로스 길드’, ‘최악의 세대’처럼 갈수록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해적단과 함께 해군과 세계정부, 그리고 혁명군 등 서사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정상전쟁’ 에피소드보다 스케일이 커졌지만, 정작 여론은 그때만큼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물론 작가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닌지, 최대한 독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면이 보인다. 10년 넘게 ‘기어 4’ 상태에 머무르던 루피가 드디어 2022년 ‘기어 5’로 변신한 것이 대표적 모습이다(어찌나 홍보하고 싶었던지, TV 애니메이션보다 빨리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에 기어 5 상태의 루피를 등장시켰다). 스토리 전개 속도도 확연히 빨라진 것이 느껴진다. 최종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는 비율도 상당히 늘어났다. 조금씩 <원피스> 세계관의 비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작가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에도 독자의 반응은 아직 절정에 달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원피스>만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족히 10년 넘게 연재해온 장수 작품이라면 모두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당장 ‘원나블’ 일원이자 <원피스>보다 일찍 끝난 <나루토>, <블리치> 연재 후반 시기의 독자 반응을 생각해보자. 심지어 지금은 ‘명작’이라고 다시 추앙받는 작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드래곤볼>조차 최종장인 ‘마인 부우 편’에서는 한동안 쓴소리를 면할 수 없었다. 누구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명탐정 코난>이나 웹툰 <신의 탑> 같은 작품이 ‘욕하면서 보는 만화’가 된 걸 생각하면, 장기 연재가 낳은 피로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원피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고, 오랜 시간 연재된 만큼 결말에 다다르는 시간도 무척 길 수밖에 없다. 납득할 결말을 위한 빌드업은 기다리느라 지친 독자를 자극하기도 쉽다. 그러나 어떻게든 끝난다면, 그리고 계속 회자될 수 있다면 그 직전까지 쌓은 온갖 불만은 추억으로 변하기도 쉽다. 마치 <나루토>나 <블리치>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건강히 <원피스>를 마치는 데 있지 않을까. 영원히 결말을 알 수 없는 미완의 걸작보다는 연재 중 비판받아도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이 더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을 테니 말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 만화 평론을 처음 쓰기 시작해 지금은 미디어와 문화 전반에 대해 글을 쓴다. <지금, 독립만화>와 <웹툰 내비게이션>(공저)을 집필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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