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우주에서 술을 빚을 때 일어나는 일

일본의 주조업체 아사히주조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케를 빚겠다고 발표한 소식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주에서 술을 빚을 때 일어나는 일

인류가 우주를 향하는 여정은 단순히 로켓을 발사하고 행성에 착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기 거주를 목표로 한다면, 지구에서 누려온 문화와 생활 습관 역시 우주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주조업체 아사히주조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케를 빚겠다고 발표한 소식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하반기 사케 재료를 우주선에 실어 쏘아 ISS에 운반하고 일본 실험실 ‘기보’에서 발효시킨 다음 완성된 탁주(거르지 않은 술)를 냉동 상태로 지구에 가져와 병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1병(100ml)당 1억 엔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주 공간에서 술을 제조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국제우주정거장은 회전 운동을 통해 지구 중력의 약 6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미세 중력 환경을 만들어내지만, 지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중력이 크게 부족하다. 이처럼 달라진 중력 환경에서 미생물의 대사와 번식이 변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무게가 없기 때문에, 밀도 차에 의한 물질 순환 등이 지구와는 달라진다는 것도 추가적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지구 수준의 중력을 정확히 재현하거나, 미세 중력에 맞춘 새로운 발효 공정을 마련해야 우주정거장 내에서 술을 빚을 수 있다. 아사히주조가 제시한 테이블을 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지구 중력을 모사한다’ 같은 아이디어가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되는 배경이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술을 빚는 데 성공한다면, 발효 기술을 우주에 적용하는 중요한 선례를 남기고 향후 다양한 발효식품의 우주화 가능성도 열어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지 “우주에서도 술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술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기호품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알코올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늘려 기분을 개선한다. 따라서 적당한 양의 술은 사회적 불안감을 줄이고 사람들 간 유대감을 높여 긍정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기에 예로부터 술은 ‘윤활유’ 역할을 담당해왔다. 훗날 인류가 달이나 다른 행성에서 장기간 머무르게 된다면 산소나 물, 식량처럼 생존의 필수 요소뿐 아니라 ‘문화’와 ‘삶의 즐거움’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즉, 아사히주조가 최종적으로 달 표면에서 술 제조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구에서 이어온 생활 방식과 문화를 새로운 환경에서 이어가는 작업이야말로 우주 이주가 실현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인류가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넘어 근본적 질문이 깔려 있다. 지구 너머에 인간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면 어떤 문화를 가져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할 과학기술적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달이나 화성 등지에서 장기 체류가 가능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술을 빚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주류 생산’을 넘어 ‘지구 문화의 우주 확장’을 상징하는 의례가 될 수 있다. 아사히주조의 ‘우주 사케’ 도전은 바로 이런 복합적 질문의 출발점이자 인류의 우주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사건이라 하겠다.

송영조 뇌 과학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카이스 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tvN <문제적 남자>,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