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여전히 베일에 싸인 뇌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사람의 머리를 이식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머리 이식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AI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난 6월,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사람의 머리를 이식하는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미국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BrainBridge)’가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 기증자 몸에 이식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8년 내 첫 수술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여러 시체의 장기를 조합해 괴물을 탄생시킨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과거에 머리 이식을 시도한 사례는 있었으나 성공한 사례를 보기는 어렵다. 1970년대 미국 신경외과 의사 로버트 화이트는 원숭이의 머리를 바꾸는 실험을 시도했으며, 원숭이의 뇌는 수술 후에도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일부 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경계가 연결되지 않아 신체를 움직일 수 없었고, 혈전 문제와 부작용으로 인해 원숭이들은 수술 후 몇 시간에서 며칠 안에 사망했다. 이 실험은 결국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에는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근육과 뇌세포가 퇴화하는 병을 앓는 컴퓨터 엔지니어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의 머리를 기증자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계획했지만, 윤리적 논란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취소되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한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 생물학적 접착제로 다른 시신의 몸에 신경과 혈관을 연결하고, 연결된 신경을 통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인간 머리 이식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반면, 과학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신호 전달을 넘어 자발적 뇌 신호가 이식된 몸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브레인브릿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신경과 근육의 정확한 연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이가 여전히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신경계를 완벽하게 접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뇌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설령 연결하는 데 성공해도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약물 복용이 필요할 것이다. 머리 이식 수술은 과학적, 윤리적, 그리고 기술적 관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반면, AI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는 사지마비 환자 뇌에 뇌 신호를 읽는 작은 칩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2021년 스탠퍼드 연구진은 생각만으로 글씨를 입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록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뇌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영화 <그녀(her)>의 사려 깊은 AI나
<레디 플레이어 원>의 몰입형 가상 세계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정작 인간의 사고와 의식의 근원인 뇌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뇌 이식이라는 과감한 시도는 과학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뇌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필자는 뇌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포괄적인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이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뇌 이식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도전이지만, 그 이전에 뇌라는 미스터리를 탐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여정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고 보는 게 맞을 테다.


송영조
뇌과학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tvN <문제적 남자>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에디터 <맨노블레스> 피처 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