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골프계, 지금 가장 빛나는 라이벌 신
늘 흥미로운 경쟁과 추격 구도.
BASEBALL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안에서 “최고 투수가 누구냐” 하는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2000년대에는 로이 할러데이(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고, 이후엔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저스틴 벌렌더(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시대였다. 한편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예상하기 어려운 개인상이 있다. 바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이다. 정반대의 두 좌완 투수가 격돌하기 때문이다.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황태자다.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전부터 최정상급 유망주였다. 반면, 저스틴 스틸(시카고 컵스)은 대기만성형이다.
마이너리그에서만 7년의 세월을 보냈다. 두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는 피칭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스넬은 네 가지 구종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분배하고, 스틸은 두 가지 구종만을 활용한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투수는 올해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면서 의외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지금까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같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BLAKE SNELL
- 다승 : 12승
- 평균자책점 : 2.50
- 탈삼진: 201
- 피안타율: 0.191
- 9이닝당 볼넷: 5.2
주요 이력
올스타(2018)
아메리칸리그 워렌스판상(2018)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2018)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2018)
타고난 천재 스넬, 또다시 정상을 노린다
블레이크 스넬의 천재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평균 구속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은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다. 여기에 브레이킹 볼,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은 더 무시무시하다. 특히 커브는 이번 시즌 피안타율이 1할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 그는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장했다. 시즌 첫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5.04로 부진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반등하는 회복력을 보여줬다. 포심 패스트볼을 고집하는 일관된 레퍼토리를 버리고 이전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져간 변화가 적중했다. 스넬의 약점은 볼넷이다. 많은 볼넷을 내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럼에도 빼어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위기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스넬은 비록 제구는 불안하지만, 그 누구보다 리그를 확실하게 지배하는 투수다.
__ 이창섭(스포티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JUSTIN STEELE
- 다승 : 16승
- 평균자책점 : 2.55
- 탈삼진: 153
- 피안타율: 0.242
- 9이닝당 볼넷: 1.95
주요 이력
올스타 (2023)
단순함으로 무장한 Man of Steel, 저스틴
저스틴 스틸에겐 블레이크 스넬처럼 불같은 강속구도, 엄청난 무브먼트의 슬라이더와 커브도 없다. 던지는 구종은 90마일 초반의 포심과 슬라이더로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함이 최고다’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스틸의 올 시즌 활약의 비결은 제구다. 피안타율은 다소 높지만, 볼넷은 잘 내주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홈런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스틸은 실투의 억제를 통해 리그에서 홈런을 가장 적게 허용하는 투수다. 이러한 안정감을 통해 스틸은 내셔널리그에서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기복 없는 투구를 펼쳤다.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한 그의 평균자책점 수치와 퀄리티 스타트 횟수가 이를 증명한다. 스틸의 또 다른 진가는 ‘승리를 부르는 투수’라는 것이다. 시즌 개막부터 5월 초까지 6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것을 포함해 두 번이나 5연승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 마커스 스트로먼이라는 핵심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스틸이 없었다면 소속팀인 시카고 컵스는 일찌감치 가을 야구 경쟁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올 시즌 시작 전 저스틴 스틸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스틸은 조용히 담금질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올 시즌 생애 첫 올스타 선정과 함께 이제는 내셔널리그 투수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서려 한다.
__ 이희영(스포티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GOLF
최근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는 왕좌를 향한 경쟁으로 무척 뜨겁다. 세계 랭킹 1~3위(2023년 9월 9일 기준 )를 각각 달성한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길로이, 존 람이 ‘트로이카 시대’를 그려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람(28)과 셰플러(27)는 비슷한 나이대를 바탕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존 람은 골프보다 축구에 열광하는 스페인 바스크계 출신이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으로 골프 유학을 간 뒤 대학 리그에서만 11회 우승하며 차세대 주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다 2019년 US 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하더니, 2년이 지난 후에는 우승을 달성해 첫 메이저 대회 제패 기록을 쌓았다. 이후 ‘존 람 시대’가 조금씩 열렸다. 2022년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무서운 성장세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한동안 그의 독주 체제가 예상되었지만, 셰플러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텍사스 출신인 셰플러는 ‘무관의 신인왕’에서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한 선수다. 그는 지난해 2월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이후 43일 만에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이러한 돌풍 같은 활약으로 2022년 ‘PGA 투어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었고, PGA 투어 사상 최초로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올해의 선수상(2019년)과 PGA 투어 올해의 신인상 (2020년),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2022년)을 모조리 거머쥔 최초의 선수로 등극했다. 비록 그가 ‘신데렐라 스토리’ 속 주인공처럼 갑자기 등장해 정상을 차지한 무명 선수는 아니지만, 람과 함께 골프계에 새 시대를 열기엔 존재감이 충분했다.
JON RAHM
- 존 람(PGA 투어 2023년 9월 5일 기준)
- 페어웨이 안착률 페어웨이 안착률: 112위(57.68%)
- 그린 적중률: 5위(70.50%)
- 평균 타수: 2위(68.82)
- SG: 토털 6위(1.679)
- 톱 10 피니시: 공동 5위
- 드라이버 비거리: 8위
수상내역
2023 PGA 투어 디 오픈 챔피언십 2위
2023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앳 비단타 2위
2023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2022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앳 비단타 우승
2022 PGA 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3위
2022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2위
옹골찬 육각형, 존 람
존 람의 안정감은 그린 위를 지배한다. 물론 스코티 셰플러의 통계는 놀랍다. 타수 이득(Stroke Gained, SG) 통계 6개 부문 중 4개 부문에서 1위다. 매 라운드 드라이버(SG 1.029)와 아이언(1.197) 각각 한타 이상을 번다. 출전 선수 평균보다 매 라운드 2.314타를 잘 친다. 한 대회로 치면 9타가 넘는다. 존 람은 볼스트라이킹이 뛰어나지만 셰플러에 비하면 드라이버에서 0.8타, 아이언에서 0.4타, 그린 주위에서 0.3타 부족하다. 셰플러는 가장 완벽한 선수다. 퍼트만 빼면 그렇다. 셰플러는 완벽한 육각형은 아니며, 퍼트 능력이 너무나 처지기 때문에 도형 면적은 거의 반토막이 난다. 공부로 치면 모든 과목이 1등이지만, 과락이 하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셰플러는 전체 1등을 한다. 그만큼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도 골프의 심장은 그린이고, 승부 또한 그린에서 결정될 때가 많다. 게다가 결정적 순간에 그 약점은 더 확연히 드러난다. ‘람보’ 존 람이 그린에서 어려움을 겪는 셰플러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_ 성호준(<중앙일보> 골프 전문 기자
SCOTTIE SCHEFFLER
- 스코티 셰플러(PGA 투어 2023년 9월 5일 기준)
- 페어웨이 안착률 페어웨이 안착률: 53위(62.09%)
- 그린 적중률: 1위(74.43%)
- 평균 타수: 1위(68.63)
- SG: 토털 1위(2.314)
- 톱 10 피니시: 1위
- 드라이버 비거리: 24위
수상내역
2023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3위
2023 PGA 투어 US 오픈 3위
2023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by 워크데이 3위
2023 PGA 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 3위
2023 PGA 투어 PGA 챔피언십 2위
2023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우승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잠재력, 스코티 셰플러
셰플러가 유망주 틀을 깬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WM 피닉스 오픈 연장전에서 패트릭 캔틀레이를 꺾고 첫 승을 차지한 것이 커리어의 시작이다. 이후 셰플러는 빠르게 PGA 투어 대표 선수로 자리 잡았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2021-22 시즌 PGA 투어 올해의 선수, 투어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상금을 기록했다. 깜짝 스타가 아니다. 2022-23 시즌에 출전한 23개 대회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두 톱 12 안에 들었다. 당연히 톱 10 피니시 1위,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타이틀인 평균 타수 1위(68.63타)도 차지했다. 선수가 직접 뽑는 PGA 투어 ‘올해의 선수’는 이번 시즌에만 4승을 수확한 존 람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선수들은 고민 중이다. 셰플러처럼 꾸준히 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189cm라는 큰 키의 셰플러는 장타 능력은 있으나 람처럼 파워풀한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섬세한 쇼트 게임 능력과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멘털이 강점이다. 이번 시즌 ‘올해의 선수’는 람에게 내준다 해도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_ 한이정(<골프다이제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