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여행지’ 사우디아라비아 특급 리조트 4
파도와 고대 암석이 어우러진 구조적 세계.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상 리조트.

SHEBARA RESORT
수면 위에 반사된 곡선의 작품, 셰바라 리조트
셰바라섬 인근 바다 위, 반질반질한 반구형 구조물이 떠 있다. 멀리서 보면 조개껍데기 같기도, 거대한 해양 생물의 등 껍데기 같기도 하다. 셰바라 리조트는 런던시 청사, 밀레니엄 브리지 등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의 작품이다. 하이테크 건축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그는 기술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 리조트 역시 그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모든 구조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해수 담수화와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도 갖췄다. 지난해 11월에 개장했으며, 최근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고 장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건물은 단단한 땅이 아닌 수면 위에 놓여 있고, 유기적으로 배치된 구조물은 파도와 빛에 따라 표정을 달리한다. 총 73채의 빌라 중 38채가 수상에, 나머지는 해변을 따라 놓여 있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마감한 외벽은 하늘과 바다를 비추며, 낮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다가 해 질 무렵이 되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창을 열면 수면과 시선이 나란해지고, 수상 덱을 걷다 보면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리조트에는 스파와 요가 파빌리온, 피트니스센터, 키즈 클럽, 테니스 코트 등이 들어서 있다. 스파는 야외 카바나와 트리트먼트 룸, 자쿠지, 사우나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 미식 공간도 풍성하다. 오마카세를 포함해 이탤리언・중동 요리, 해변 캐주얼 다이닝 등 총 다섯 곳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스노클링과 다이빙, 세일링, e-서핑 등 해양 액티비티도 마련돼 있으며, 야간 스노클링을 통해 생물 발광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DESERT ROCK RESORT
돌 틈 사이로 스며든 구조물, 데저트 록 리조트
헤자즈산맥의 붉은 바위 언덕 속에 파묻히듯 들어앉은 데저트 록 리조트는 외부에서 보면 호텔이라는 시각적 단서가 거의 없다. 붉은 사암 지형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미세하게 파인 암반 틈에서야 그 존재가 드러난다. 이 리조트는 미국 건축가 채드 오펜하임이 이끄는 ‘오펜하임 아키텍처’가 설계했다. 오펜하임은 건축이 눈에 띄기보다는 자연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데저트 록 리조트 또한 그러한 신념의 결과다. 바위 지형을 살려 만든 총 48개 객실과 12채의 빌라는 외관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내부 역시 암석의 결과 그림자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오펜하임은 “이 공간은 하루 동안 세 번은 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요함, 어둠, 빛의 움직임, 그 흐름 자체가 이곳의 구조다. 보행 동선은 굴곡진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조경 역시 인위적 손길 없이 사막의 식생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리조트는 태양광발전과 폐기물 순환 시스템을 갖춘 자급형 구조로,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2025년 중반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일부 구역은 이미 시범 운영 단계에 들어섰다.
NAMMOS RESORT AMAALA
지중해의 감각과 맞닿은 지점, 나모스 리조트 아마알라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또 하나의 건축물, 나모스 리조트 아마알라는 사우디아라비아 트리플 베이에 자리 잡고 있다. 미코노스를 대표하는 비치 클럽 브랜드 나모스가 중동에 처음 선보이는 호텔로, 레드 씨 글로벌(Red Sea Global)과 협업해 아마알라 프로젝트 안에 설립했다. 외관은 헤자즈 지역의 전통 건축에서 영감받아 단정한 형태이며, 내부는 키클라데스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코노스 특유의 감성을 유지했다. 인테리어는 라자로 로사 비올란 스튜디오와 엘라스틱 아키텍츠가 함께 완성했다.
총 110개의 오션 뷰 객실과 20채의 브랜디드 레지던스로 구성되며, 모든 객실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테라초 타일, 아치형 통로, 흰색과 아콰마린, 금빛이 섞인 색상 조합은 공간에 지중해적 여백과 생기를 더한다. 스파, 피트니스센터, 키즈 클럽 등 기본 리조트 시설은 물론 호라이즌 바와 나루, 오므니아 등 서로 다른 콘셉트의 다이닝 공간도 들어서 있다.
특히 나모스 레스토랑 아마알라는 헤자즈섬 해안에 별도로 떨어진 위치에 조성해 마리나 빌리지 선착장에서 전용 보트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다. 전용 카바나와 인피니티 풀, 붉게 번지는 석양을 마주한 수면 위 전망은 이곳만의 독립적 리듬을 형성한다.
올해 개장을 앞둔 나모스 리조트 아마알라는 아마알라 프로젝트 1단계 개발에 포함된 8개 리조트 중 하나다. 전체 프로젝트는 약 30개 호텔과 1200개의 고급 레지던스를 포함하며, 해양 생태와 웰니스, 디자인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해안 관광지를 지향한다.

SHARAAN RESORT ALULA
고대의 결을 따라 빚어낸 공간, 샤란 리조트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그가 지금 알울라의 샤란 자연보호구역에 기념비적 리조트를 설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대 나바테아인의 암석 거주지에서 영감받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목표로 한다. 장 누벨의 역작인 샤란 리조트는 총 40개 객실, 5채의 빌라, 10개 파빌리온으로 구성되며, 모두 사암 절벽 내부에 조성한다. 건물은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자연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장 누벨은 “알울라는 하나의 박물관이다. 모든 지형과 암석, 고고학적 유산은 최대한 보존되어야 한다”고 자연과 건축의 유기성을 강조했다. 리조트는 태양에너지와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으며,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한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샤란 국제 서밋 센터가 인접해 있어 추후 세계 각국의 정상 회담과 문화 행사를 유치할 예정이다.
리조트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형의 난이도와 보존 조건 때문에 공정을 계획보다 섬세하게 조정하고 있으며, 완성된 일부 구조는 이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