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이 매년 새로운 샴페인을 발표하는 ‘레벨라시옹(Révélations)’ 이벤트를 통해 ‘로제 빈티지 2009’를 공개했다. 상파뉴에서 2009년에 수확된 포도는 어떤 계절을 지나왔을까. 초겨울은 혹독했고 봄 날씨는 따뜻했지만 비가 잦았다. 여름에는 폭풍우가 연이어 몰아쳤고 우박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순탄하지 않은 날들을 버틴 뒤 8월에 이르러서야 평온한 여름을 되찾았다. 다행히 건조한 날씨에 일조량이 풍부해지면서 포도는 농익어 갔고 짙은 과실 향을 풍겼다.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수석 와인메이커) 뱅상 샤프롱(Vincen Chaperon)은 2009년을 이례적으로 포도의 성숙도가 탁월했던 해로 기억한다. 그래서 풍부한 과실향과 자연의 생동감은 ‘로제 빈티지 2009’ 블렌딩의 핵심 요소가 되었고, 어느 해보다 좋았던 붉은 피노 누아의 강렬한 표현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12년의 셀러 숙성을 거친 로제 빈티지 2009는 지난해 6월 교토에서 열린 ‘레벨라시옹 2023’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서울에서도 그 베일을 벗었다. ‘솔로 테이스팅’을 통해 향과 풍미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평창동의 갤러리 루프톱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음미한 첫 한 모금은 우아한 관능미, 그 자체였다. 귀에 흐르는 교향곡처럼 힘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과실 풍미가 인상적이었고,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이 입안에 스민 듯 샤도네이의 우아한 광물 향과 라즈베리·무화과·딸기·체리와 같은 붉은 과실의 아로마가 조화롭게 일렁거렸다. 솔로 테이스팅 이후 이어진 디너는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와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준비했다. 커리와 라임 소스를 곁들인 킹크랩, 고추장과 다시마를 더한 메밀면처럼 풍미가 강한 코스를 매칭, 과육의 풍성한 풍미와 조화로운 마리아주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