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신형 전기차 3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아우디 Q8 스포트벡 이트론, 기아 EV6 등 신형 전기차들을 소개한다.
PORSCHE
TAYCAN TURBO S
신형 타이칸 관련 영상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차 문을 열었을 때 차체가 타기 좋은 높이로 빠르게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정식 명칭은 ‘포르쉐 컴포트 엔트리’. 고전압으로 서스펜션의 유압 펌프를 강제로 구동하는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AR)를 활용한 기술이다. 이는 신형 타이칸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이라 해도 무방하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은 차체 상하는 물론 전후좌우 모든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단단하게 설계하면 주행 안정성은 높지만 승차감이 떨어지고, 부드럽게 설계하면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포르쉐는 차체 하부 좌우를 잇는, 서스펜션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인 스태빌라이저까지 고전압 모터로 비틀어 주행 특성을 바꾸는 기술(PDCC)을 적용했다. 1초에도 수차례 자세를 바꾸는 차체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대응하는 건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일이지만, PAR은 도어 핸들을 당기는 순간 2톤이 넘는 차체를 5cm 이상 들어 올린다.
실제로 신형 타이칸 터보 S는 정지 상태에서 2.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후, 있는 힘껏 감속해도 차체 앞쪽이 크게 뜨거나 가라앉지 않는다. 앞유리 너머 풍경이 흐릿해질 정도로 빠르게 쏟아져 들어오는데, 출렁임과 진동까지 없으니 무서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타이칸은 뒷좌석 탑승자를 고려해야 하는 4~5인승 전기 스포츠카다. 쿠페와는 콘셉트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타이칸의 최대출력을 제한한 이유다. 4도어 콘셉트의 차체로 800마력 이상을 핸들링하기엔 아직 섀시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거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타이칸은 900마력을 훌쩍 넘겼다. 그 배경에는 PAR이 있다. 물론 그것만이 타이칸의 전부는 아니다. 이전보다 출력과 주행 가능 거리가 20% 이상 늘었고, 초급속 충전 속도는 절반이나 줄었다. 회생제동과 열관리 시스템도 새롭게 다시 설계했다. 더 예쁘고, 고급스러워졌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끼워 넣을 자리가 없다. 이쯤 되니 포르쉐의 향후 대책이 궁금하다. 대체 타이칸 후속 모델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이전 모델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까? 혹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먼저 질러버린 건 아닐까?
_ 류민(자동차 칼럼니스트 및 콘텐츠 기획자)
AUDI
Q8 SPORTBACK E-TRON
전기차 시장의 포문을 연 e-트론이 ‘Q8’이라는 수식어를 안고 당당히 복귀했다. 기함급 SUV인 Q8의 이름값답게 특유의 역동성과 안정적 주행 감각이 눈길을 끈다. 단순한 순수 전기차 시장이 아닌, 전기 플래그십 모델로서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4년 만의 부분 변경 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단연 배터리 성능이다. 기존 e-트론의 단점이던 배터리 용량을 20kWh가량 늘려 주행거리를 향상시켰다(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약 368km). 더욱 걸출하게 느껴진 것은 배터리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승차감과 정숙성은 전에 없이 탁월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전기차 특성상 엔진 소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차체 강성을 높인 구조와 노면 진동을 최소화한 하체 설계 덕분이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에서는 안정적 승차감과 정숙성이 배가된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해 서스펜션 높이 조절을 포함한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데, 새롭게 추가한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차체를 높여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한다.
아우디 하면 떠오르는 콰트로 시스템은 2개의 전기모터와 만나 급격한 경사로에서도 유연하고 침착하게 빛을 발한다. 한편 편의성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몇몇 보인다. 계기반 안에서 잔여 배터리양을 확인할 수 없고, 회생제동의 자동・수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우디가 지향하는 전기 SUV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 이제 전기차의 자격 요건에는 ‘잘 달린다’를 넘어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뒤따르지 않을까.
_ 박찬(<맨 노블레스> 에디터)
KIA
EV6
EV 시리즈는 한국 전기차의 기술적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지표 같은 차다. 그만큼 단순히 ‘커졌다’, ‘잘 나간다’, ‘정숙해졌다’는 세대적 변화를 느끼는 것을 넘어 기아만의 강력한 ‘킥’을 실감하게 한다. 외관의 파격적 선과 면의 흐름 속에는 특별함이 묻어 있고, ‘현대적 대비’라는 콘셉트를 반영한 정교하고 견고한 휠도 멋을 더한다. 내부 인테리어는 간결하면서도 모던하다. 위아래로 평평하게 깎은 운전대, 살짝 떠 있는 센터 콘솔을 접하다 보면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기아만의 저력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최대 325마력의 출력은 시종일관 부드럽다. 운전자의 흐름에 맞춰 은은하게 출력을 뽑아내고 스티어링 반응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대중을 위한 전기차가 어떤 성격과 방향성을 갖추고 나아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로서 자질을 타고난 셈이다. 84kWh로 늘어난 배터리 덕분에 주행 가능 거리가 거의 500km에 이르고, 350kWh급 초고속 충전까지 가능하니 전기차의 실용성을 바라보는 일말의 걱정도 금세 사라진다. 어떤 환경에서도 호오 없이 쾌적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EV6는 여러모로 아쉬울 것 없는 SUV다. 기아의 전기차는 이렇듯 유연하고 단단하게 발전하고 있다.
_ 김성환(<오토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