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간을 쌓는 롱제비티 여행. 지금 떠오르는 곳은 어디인가
CHECK IN FOR LONGEVITY
‘웰니스’로는 부족하다. 지난 10여 년간 여행의 화두였던 웰니스가 롱제비티로 진화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 스파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서 나아가 체크인한 뒤 채혈하고, 수면 상태와 생물학적 나이까지 분석한다. 결과에 따라 일정도 달라진다. 조식 후 IV 인퓨전을 받고, 오후에는 영하 140。C의 크라이오 체임버에 들어가거나 마스크를 쓰고 해발 4000m 환경을 재현한 저산소 훈련을 받는다. 이것이 롱제비티 여행 (longevity travel)이다. 헬스스팬(healthspan), 즉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여행법이다.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Global Wellness Institute,GWI) 역시 지난 3월 발표한 웰니스 관광 분야의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롱제비티 트래블-신뢰성(Longevity Travel–Credibility Matters)’을 꼽으며,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 의료·회복 인프라,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텔 한편에 호화 스파를 두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그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의 아말라(Amaala)다. 히자즈산맥과 홍해가 만나는 트리플 베이에 서로 다른 건강관리법을 내세운 리조트와 클리닉을 모으고, 러닝과 사이클링, 승마가 가능한 길로 연결한다. 2026년 포시즌스와 식스센스가 먼저 문을 열었고, 최종적으로 리조트 여덟 곳과 약 1600개 객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은 이퀴녹스다. 1991년 뉴욕에서 출발한 하이엔드 피트니스 브랜드로, 아말라에는 약 1850m2 규모의 피트니스 클럽을 비롯해 고압 산소, 크라이오 테라피, 콘트라스트 테라피, 마그네슘 풀 등을 갖출 예정이다. 피트니스 브랜드가 왜 홍해까지 진출했는지는 기존 프로그램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 펑션 헬스와 함께 선보인 ‘EQX 옵티마이즈’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와 노화 관련 지표 등 100개 이상의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운동・ 영양・ 수면・ 회복 프로그램을 개인별로 설계하는데, 연 4만 달러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2026년 2월 기준 대기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뉴욕의 회원제 클럽에서 수요를 확인한 롱제비티 모델을 휴양지로 확장한 셈이다. 이 밖에도 자야솜 리조트는 물리치료와 영양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식스센스 호텔은 자연과 수면에 집중한 롱제비티 센터와 바이오해킹을 접목한다. 2027년 합류할 클리니크 라 프레리는 영상 진단부터 유전자와 생물학적 노화, 뇌 건강까지 폭넓게 다루는 독립 헬스 리조트로 들어선다. 이처럼 아말라에서는 선호하는 건강관리법에 따라 머물 곳을 선택 가능하다.
롱제비티 여행지로 떠오른 또 다른 곳은 치유의 땅으로 알려진 인도 남서부 케랄라다. 메이트라 병원 이사회 의장인 파이잘 E. 코티콜론과 샤바나 파이잘이 설립한 툴라 클리니컬 웰니스가 이곳에 있다. 지난 2월 공식 오픈한 이곳은 유전체와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한 뒤 아유르베다와 티베트 전통 의학인소와 릭파, 치료 요가, 영양 프로그램을 개인별로 설계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체크아웃 이후다. 자체 개발한 ‘라이프 인덱스’로 여러 건강 지표를 종합하고, 오라 링이나 애플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체류가 끝난 뒤에도 건강 상태를 추적한다. 두바이를 시작으로 최대 40곳의 도심형 ‘어반 툴라’를 구축하려는 것도 리조트에서의 관리를 일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카리브해의 휴양지 세인트루시아도 롱제비티 지형도에서 빼놓을 수 없다 ‘롱제비티 빌리지’를 표방하는 13억 달러 규모의 복합 리조트 아일라(A’ila)가 이곳에 조성 중이며, 2026년 더라이프코 세인트루시아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더 라이프코는 아일라가 그리는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하다. 향후 리조트 세 곳과 레지던스 500세대, 레스토랑 20곳은 물론 유기농 농장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계획이다. 휴양과 건강관리를 하나의 생활권 안에 설계한 만큼 세컨드 홈의 선택지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떠나는 롱제비티 여행. 어쩌면 삶의 시간을 쌓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 INSIDE THE HOTEL >
고급 스파와 피트니스센터만으로 호텔 웰니스를 가늠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신 냉각 치료와 고압 산소 치료, 정맥 영양 주사 등 전문 클리닉에서나 접하던 기술이 호텔로 들어오는 추세다. 장비가 보편화될수록 선택 기준은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프로그램을 누가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앞서 GWI가 2026년 롱제비티 여행에서 ‘신뢰’를 강조한 이유다. 호텔들이 택한 방법 중 하나는 검증된 메디컬 웰니스와 손잡는 것이다. 하와이의 포시즌스 라나이와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자둔(리츠칼튼 리저브)은 ‘센세이’를 택했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과 의사이자 과학자인 데이비드 아구스가 설립한 웰니스 브랜드로, 캘리포니아에서 자체 리조트도 운영한다. 2026년 4월부터는 센세이 라나이를 비롯한 두 곳에 연속혈당 측정기로 대사 상태를 살피는 ‘메타볼릭 헬스’와 기억력・ 주의력・ 반응 속도를 분석하는 ‘코그니티브 피트니스’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호텔 그룹이 아예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클라리지스와 더 코넛 등을 운영하는 메이본은 2024년 런던 더 에모리 4개 층에 자체 웰니스 ・ 롱제비티 브랜드 ‘서렌’을 열었고, 이듬해 더 메이본 리비에라로 확장했다. 리비에라에서는 의료진 상담과 체성분 분석, 항염 식단에 체류 이후까지 이어지는 맞춤형 롱제비티 프로그램을 결합해 제공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의 경험도 프로그램이 된다. 아만은 2024년 노바크 조코비치를 첫 글로벌 웰니스 어드바이저로 영입하고, 그의 컨디셔닝 노하우를 반영한 ‘롱제비티 패스웨이스’를 개발했다. 올해는 그 두 번째 프로그램 ‘모빌리티 & 리커버리’를 아만 나이 러트 방콕을 비롯한 다섯 곳에서 선보이는데, 방콕에서는 체성분과 체력 평가를 시작으로 가동성・ 컨디셔닝 훈련과 동적 스트레칭, 냉온수 요법과 바냐 등을 3일 일정으로 묶어 제공한다. 이처럼 웰니스 호텔의 선택 기준이 옮겨가는 지금,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첨단 장비를 갖추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맡기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