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앨범의 진가
지난 1월 17일, 맥 밀러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2018년 고인이 된 그의 두 번째 사후 앨범이다.

지난 1월 17일, 맥 밀러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2018년 고인이 된 그의 두 번째 사후 앨범이다. 잠깐, 두 번째라고? 사후 앨범인데 두 번째라니, 뭔가 흥미롭다.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뮤지션의 ‘사후’ 앨범을 어떤 기준과 태도로 마주해야 하는 걸까.
뻔한 말이지만, 사후 앨범도 다 같은 앨범이 아니다. 예를 들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Life After Death>는 그가 총에 맞은 날로부터 16일 후에 발매되었지만, 이미 그는 생전에 앨범의 모든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이 경우 앨범에 대한 잡음은 없고, 추모의 의미만 남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앨범은 진정한(?) 사후 앨범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사후 앨범에 관한 핵심적 논쟁 지점을 비껴가기 때문이다. 뮤지션의 생각이나 태도를 더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완성했다는 한계점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맥 밀러의 첫 번째 사후 앨범 <Circles>는 팬들이 원 하는 ‘바람직한’ 사후 앨범의 예시였다. 맥 밀러는 이 앨범을 작업하던 중 죽었지만, 맥 밀러와 함께 이 앨범을 작업하던 프로듀서 존 브라이언이 홀로 앨범을 완성해 발매한 것이다. 존 브라이언은 생전의 맥 밀러와 나누던 대화를 떠올리며 맥 밀러가 원했을 방향과 느낌으로 앨범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앨범의 의도를 지켜내면서도 ‘남은 자가 사명을 가지고 대신 완수한다’는 스토리텔링까지 갖게 된 경우다. 한편 앞서 말한 맥 밀러의 두 번째 사후 앨범 <Balloonerism>은 또 다른 케이스다. 이 앨범은 2014년에 녹음했지만, 2025년에 발매됐다. 그렇기에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이기에 통일성이 이미 담보되어 있다는 점, 뮤지션의 생전 특정 시기의 음악성을 이 앨범 덕분에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11년 전 작업해둔 작품을 세상에 공식 공개함으로써 팬들에게 새로운 발굴과 발견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등이다. 이런 방식의 사후 앨범은 사실 부정적인 논쟁점을 특별히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사후 앨범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걸까. 경험에 비춰볼 때 사후 앨범에 대한 의문, 비판, 논쟁은 대체로 다음 경우에 발생한다. 첫째, 미완성이거나 아직 조각 형태의 파편적 녹음물을 활용하는 경우. 둘째, 완성도가 높지 않은 미공개 음악을 다수 활용할 때. 마지막으로, 뮤지션의 생전 음악적 색채나 방향성과 무관하게 트렌드와 상업성을 중심으로 앨범을 만든 경우다. 팝 스모크의 <Faith>, 주스 월드의 <The Party Never Ends>를 향한 부정적 견해는 첫 번째에 해당한다. 팝 스모크의 벌스 1개, 주스 월드의 후렴구만을 활용해 타인이 완성한 음악이 과연 고인이 주인인 음악이 맞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두 번째는 투팍의 여러 사후 앨범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 투팍이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일부러 수많은 곡을 녹음해두었다는 것은 투팍의 육성으로도 남겨진 사실이다. 하지만 투팍의 그 의지가 미발표곡의 완성도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투팍의 사후 앨범을 통해 많은 미발표곡이 공개되었을 때 팬들은 반갑고도 당황스러웠다. 감흥이 크지 않은 평범한 곡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Duets: The Final Chapter>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이 앨범은 당시 ‘잘나가는’ 뮤지션이 총출동한 화려하기 짝이 없는 종합 선물 세트다. 하지만 생전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이들이 많이 참여했고, 고인의 음악이라고 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노래가 다수 수록됐다. 투팍의 <Loyal to the Game>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래퍼였던 에미넴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물론 현재 슈퍼스타가 과거 ‘레전드’를 소환함으로써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에미넴의 색깔로 도배된 앨범의 음악은 투팍 팬들에게 거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모든 것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처럼 31년 전에 녹음한 미발표곡을 훌륭하게 재창조해 세상에 내민 경우도 있다. 또 고인의 음악을 잊히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시대 슈퍼스타들과 협업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주장할 수도 있다. 모든 사후 앨범은 영원히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 동시에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앨범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음악평론가 등으로 불린다.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과 한국> 등을 집필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토미오카 아이의 한국 A&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