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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에 부치는 편지

브릿팝이 제대로 부활하려면 젊은 세대의 호응은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음악의 세계는 넓다. 일탈 정도로만 가볍게 머문 이부터 아예 청춘을 송두리째 맡긴 이까지, 저마다 즐기는 깊이나 취향은 제각각일 터. 하지만 입문하기 쉬워 꾸준히 사랑받아온 ‘브릿팝(Britpop)’의 세계는 모두가 한 번쯤 경유하는 쉼터로 작용해왔다.

1990년대 초·중반 영국에서 출범한 밴드 음악과 그 움직임을 통칭하는 용어 브릿팝은 방대한 록 역사에서도 대중을 잇는 교두보로 무시하기 힘든 영향력과 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당대 흐름을 이끈 주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복귀 소식을 알리면서 위세를 회복 중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건 오아시스의 재결합이다. 밴드의 주축인 노엘과 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2009년 갑자기 해체된 뒤 15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한 것이다. 전 세계 팬들의 압도적 환영이 이어졌다. 해외에서는 1000만 원짜리 암표가 경매에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한국에서도 예매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여럿 생겨났다. 그뿐 아니다. 오아시스를 포함한 브릿팝 주역 4인방 중 하나인 펄프도 10년 만에 북미 투어를 발표하며 화제에 박차를 가했다. 꾸준히 앨범 작업과 공연을 이어온 블러, 지난 8월 한국에서 준수한 무대를 꾸린 스웨이드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에는 포스트 브릿팝의 대명사 라디오헤드도 활동 가능성을 암시했다. 지난달 베이시스트 콜린 그린우드가 인터뷰 도중 “오랜만에 멤버들과 모여 과거 곡을 합주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근황을 밝혀 각종 커뮤니티의 화두에 오른 것. 물론 뒤이어 조니 그린우드가 아직은 개별 멤버가 맡은 프로젝트가 많아 당분간 어렵다는 말을 붙였지만, 이전까지 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만 일축해온 라디오헤드이기에 앞으로 활동 재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그렇다면 관건은 하나다. 거장의 연이은 컴백이 과연 록의 부활을 의미하는가. 이 질문에는 마냥 낙천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먼저 이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창출한다고 해서 그 수익이 장르 발전과 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오히려 이 현상을 두고 완전한 록의 부활, 혹은 과거 추억을 가진 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신드롬처럼 격상하는 세력에게는 더욱 경계가 앞선다. 이러한 주장은 사업가들의 노스탤지어 마케팅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 열풍의 중심에 청년층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오아시스 티케팅을 앞두고 젊은 팬들이 SNS상으로 열띤 화력을 드러내자 해외 매체에서는 ‘Z세대가 브릿팝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비단 해외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 7월 ‘하이 플라잉 버즈’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온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에 10대와 20대 예매자 비율이 70%에 달했다.

오늘날 전 세대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향수는 어쩌면 록 스타 부재에 대한 갈망일지도 모르겠다. 힙합과 팝에 의해 록이 주류에서 물러난 지금, 전설적 밴드의 연이은 복귀는 그 공백을 잠시 채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신을 이끌어갈 차세대 ‘록 키즈’가 필요하다. 오랜 팬으로서 오늘날 이 흐름은 너무도 반갑다. 라이브 공연에서의 록 문화를 다시금 활성화하고 담론을 끌어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먼 훗날 지금 시기를 몸소 체험하고 동력 삼아 새롭게 시대를 호령할 록 스타가 등장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지 않을까.

장준환
대중음악평론가. 3년간 대중음악 웹진 ‘IZM’ 편집장을 맡았으며, 2023년과 2022년에는 한국힙합어워즈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 집필에 참여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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