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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없는 왕좌의 게임

MVP에게 수여되는 ‘마이클 조던 트로피’의 주인은 누가 될까? 사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답이 정해진 듯했다.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76ERS)가 위력적이었기 때문. 12월 평균 득점이 40.2점이었고, 70점을 올린 경기도 있었다. 팀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부상 결장이 길어지고, 소속팀도 하위권으로 내려앉자 다른 후보들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가 통산 세 번째 트로피를 안게 될지,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가 유러피언 MVP 계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력한 주자는 세르비아 국적의 니콜라 요키치다. 덴버는 현재(4월 4일 기준) 서부 1위다. 지난해 우승팀이고 ‘핵심’ 요키치와 자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등이 건재하니 선두가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제프 그린, 브루스 브라운 등 조력자들이 떠나며 벤치가 얇고 젊어졌다. 벤치 득점도 29.1점으로 겨우 25위다. 그 와중에 덴버가 선두인 건 요키치 지분이 크다. 득점 9위, 리바운드 4위, 어시스트 3위. 트리플 더블도 23번 기록했다. 요키치에 대적하는 라이벌은 두 명이다. 이들도 미국인이 아니다. NBA는 2017-18 시즌(제임스 하든) 이후 비미국 국적 스타들이 MVP에 선정되어왔는데, 지금 추세라면 올 시즌에도 계속될 듯하다. 그만큼 실력과 팀 성적이 모두 좋다.

루카 돈치치(국적 라트비아)는 매 시즌 MVP 후보였지만, 톱 3에 오른 적은 없다. 팀 성적 탓이다. 2021-22 시즌을 제외하면 50승을 넘긴 적이 없다. 올 시즌도 50승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MVP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지난 시즌(38승)보다 성적과 경기력이 모두 좋아졌기 때문이다. 댈러스는 3월 6일 이후 11승 2패를 달렸다. 그사이 골든스테이트, 덴버, 새크라멘토 등 경쟁팀을 꺾었고, 돈치치의 활약도 절대적이었다. 엠비드가 부상으로 후보에서 낙마할 무렵이던 1월 26일 73득점을 퍼부었고, 6경기 연속 30점 동반 트리플더블로 신기록도 세웠다. 또 올 시즌 득점 1위이기도 하다.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이하 SGA)가 웃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에 농구 월드컵 동메달을 안긴 SGA는 그 기세를 NBA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SGA는 돌파의 달인이다. 스텝 한 번으로 상대를 따돌리고 순식간에 돌파를 성공시킨다. 중심을 잃게 하려는 상대의 접촉에도 흔들림이 없다. 덕분에 득점은 30.3점으로 2위고, 자유투는 7.5개로 1위다. 결정적으로 수비 지표도 좋다. 스틸 1위(2.1개), 디플렉션(상대 패스를 굴절시키는 수비) 2위다. 평균 30득점과 평균 2스틸을 기록한 선수는 역사상 마이클 조던과 스테판 커리밖에 없다. 그 밖에 올 시즌 보스턴 셀틱스의 선두 행진을 주도하는 제이슨 테이텀도 유력한 후보지만, 개인이 아닌 ‘팀 퍼포먼스’로 엮이는 경향이 있다.

MVP 선정에는 ESPN, CBS, USA TODAY 등에 소속된 농구 기자, 방송인 등 100명이 참가한다. 엠비드 같은 압도적 선수가 없는 해에는 매체 특성에 따라 방향이 갈리곤 했다. 올해 왕좌에 누가 군림하게 될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내게 투표권이 있다면 단연 요키치다. 쌓아온 실적이 확실하고, 올 시즌도 개인과 팀 성적을 모두 잡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대범
KBS·KBSN 농구 해설위원. 농구 전문 잡지 <점프볼> 편집장을 지냈고, 12권의 농구 관련 책을 썼다. KBS·KBSN에서 농구 해설을 진행하며 유튜브 ‘농구대학’, ‘조손의 느바’ 등에 출연 중이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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