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법
과거에 출시한 게임을 새로 출시하는 것은 게임사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기약하는 ‘안전한’ 선택지다.
명작의 유효기간은 길다. 시대를 초월해 다른 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오마주되기도 한다. 과거 명작을 현재 게임 환경에 맞춰 조정하거나 특별한 요소를 가미해 출시하는 ‘리마스터’, ‘리메이크’도 작품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수단이다. 대규모 인력과 자본으로 제작하는 트리플A 게임의 흥행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 이 시점, 과거에 출시한 게임을 새로 출시하는 것은 게임사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기약하는 ‘안전한’ 선택지다.
물론 이 기회가 모든 게임사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모두 운영하며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게임사들은 대개 오래 지속된 만큼 많은 팬과 또 다른 명작도 보유한 ‘명가’인 경우가 많다. 덕분에 과거 게임을 다시 출시하는 것에 비판보다는 호응이 따르곤 한다. 특히 새로운 장르나 스타일을 개척하는 등 강렬한 영향을 미친 게임은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과 함께 조명되기도 한다. 명작을 새롭게 출시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인 이유는 두 가지다. 당시에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이 작품을 선택할 가능성과, 게
임이 출시된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여기며 선택할 가능성을 모두 기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명작은 시리즈 형태가 많은 편인 만큼 순차적으로 제작할 경우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명작 콘솔 게임기를 다시 출시하거나, 명작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닌텐도의 ‘패미컴’ · ‘슈퍼패미컴 미니’, 세가의 ‘메가드라이브 미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미니’ 등이 그 예다. 과거에 출시한 콘솔 게임기의 외형을 축소한 뒤 당시 인기작을 수록한 형태다. 그런가 하면 신작 〈스트릿 오브 레이지 4〉, 〈원숭이 섬의 귀환〉 등의 경우 오래된 시리즈 게임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은 아니다. 게임의 특정 요소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만 치중하거나 현재 맥락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 호평받지 못했다. 후자의 경우로 인한 손해는 단순히 게임이 재미없다는 비판만은 아니다. 게임에 대해 품어온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마음의 상처까지 포함한다. 이 상처가 오랜 시간 쌓인 팬심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게임을 고민없이 그대로 다시 발표하는 것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한국에서 과거 인기 온라인 게임을 다시 서비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클래식>,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네오>, 엠게임의 <귀혼M> 등 그야말로 ‘고전’ 열풍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사례가 여럿이라는 것은 그만큼 오래 지속된(그래서 저작권을 가진) 게임사들이 있다는 뜻이자 게이머층이 두꺼워졌다는 뜻이기에 일단 반갑다. 그런데 나름의 재해석 없이 과거 게임을 다시 펼친다면 그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과거 게임을 선별하며 계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용자가 재미를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재해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게중심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무게 중심을 짚어내고 즐기는 사례가 다양하게 쌓여간다면 그만큼 명작의 유효기간이 늘어나고 게임 명가가 전통과 명성을 이어가는 방식 또한 다채로워 질 것이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재해석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게중심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무게중심을 짚어내고 즐기는 사례가 다양하게 쌓여간다면 그만큼 명작의 유효기간이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