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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렉터 3인이 세계관을 설계하는 방식

‘로드 오브 더 폴른 2’,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발러 모르티스’ 속 게임 디렉터를 찾아간 가상 인터뷰 3.

지난 8월 말,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5’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5일 동안 3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고, 수많은 신작이 공개되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긴 대기열이 생긴 세 타이틀이 있었다. 바로 ‘로드 오브 더 폴른 2’,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발러 모르티스’. 이번 칼럼에서는 가상의 설계자 3인이 각자의 땅을 여행하는 플레이어를 안내했다. 지금, 우리는 현실의 전시장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 앞에 서 있다.

LORDS OF THE FALLEN 2

자료 제공: © CI Games

제임스 로우(James Lowe)는 CI 게임즈(CI Games) 산하 개발 스튜디오에서 ‘로드 오브 더 폴른 2(Lords of the Fallen 2)’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과거 덱13(Deck13) 재직 시절, ‘더 서지(The Surge)’ 시리즈와 ‘아틀라스 폴른(Atlas Fallen)’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며 하드코어 액션과 몽환적 세계를 결합한 설계 스타일을 구축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공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곳은 두 세계가 겹쳐진 땅이에요. 빛의 영역 ‘액시아(Axion)’와 어둠의 영역 ‘움브럴(Umbral)’. 전작에서는 이 둘이 분리되었지만, 이번엔 실시간으로 이어집니다. 플레이어는 그 경계 위를 걷는 다크 크루세이더(Dark Crusader)로 깨어나죠. 신에게 복종하지 않지만, 여전히 신의 잔재 속에서 싸워야 하는 존재입니다.

두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한쪽 세계의 변화가 다른 쪽을 흔든다는 뜻이에요. 당신이 현실에서 누군가를 구하면, 사후 세계의 그림자가 움직입니다. 움브럴의 구조는 살아 있고, 매일 형태가 바뀝니다.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서로 연결된다고요?

네, 이제 두 명의 플레이어가 온라인 코옵(Co-op)을 통해 같은 시간에 각자의 세계를 공유합니다. 함께 싸우면 경험치뿐 아니라 세계의 균형도 변하죠.

© CI Games

전투 시스템은 어떤 감각으로 바뀌었나요?

더 빠르지만, 더 무겁습니다. 패링(적의 공격이 들어올 때 방어 버튼을 눌러 공격을 막는 동시에 적의 자세를 무너뜨리거나 반격할 수 있는 기술)에 성공하면 움브럴의 힘이 폭발하지만, 실패하면 그 에너지가 역류합니다. 스태미나와 시야가 동시에 작동해 피로가 쌓일수록 색이 바래죠. 전투는 이제 ‘결정’이 아니라 ‘결단’의 문제입니다.

지금 보니 적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맞아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팬들이 ‘움브럴 브리드(Umbral Breed)’라고 부르는 적은 이제 플레이어의 싸움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공격을 반복하면 그 패턴을 학습해 대응하죠. 어떤 보스는 세션을 바꿔도 전투 데이터를 기억합니다.

© CI Games

이 세계의 구조가 이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맵’이 아니라 ‘유기체’에 가까울 것입니다. 움브럴의 틈이 현실에 스며들면서 이전에 닫혀 있던 길이 새로 열립니다. 플레이어가 밤을 새우면 도시 구조가 미세하게 바뀌기도 해요. 두 세계가 동시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세계에 영향을 준다면, 그건 얼마나 깊이 작동하나요?

거의 모든 행동이 흔적을 남깁니다. NPC의 생사, 사소한 대화, 망설임조차 코드로 기록되죠. 우린 서사적 파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무심코 내린 결정이, 다음 날 도시의 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 CI Games

이 게임을 ‘신 없는 세계의 서사’라고 말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인간의 욕망이니까요. ‘로드 오브 더 폴른 2’는 결국 인간이 스스로를 신의 자리에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건 구원이 아니라 시험에 가깝죠. 우린 플레이어에게 ‘신의 부재 속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것이 남았는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에게 한마디 남긴다면요?

이제 당신이 신의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당신의 불빛이 사라지는 순간, 이 세계도 멈추죠. 우린 많은 여행자가 이 흐름에 부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KINGDOM COME: DELIVERANCE 2

자료 제공: © Warhorse Studios

토비아스 스톨스 츠빌링(Tobias Stolz-Zwilling)은 체코 프라하에 설립된 게임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Warhorse Studios)’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현재 글로벌 PR 매니저이자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첫 작품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성공을 통해 스튜디오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했으며, 게임의 역사적 사실성과 몰입형 스토리텔링을 알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당신이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요?

여긴 15세기 초, 보헤미아 왕국의 심장부입니다. 전작에서 본 흙길과 들판은 이제 도시의 숨결로 가득하죠. 쿠트나 호라(Kutna ‘ Hora, 은광 도시)엔 수천 명의 주민이 모여 일하고, 싸우고, 사랑합니다. 아침이면 종소리가 울리고, 해 질 무렵이면 시장이 닫히며, 밤엔 횃불이 세상을 밝히죠.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는 뭐죠?

NPC들이 단순히 서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잠들고, 식사하고, 일하면서 저마다 하루를 보냅니다.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고개를 돌리고, 대화가 길어지면 하던 일을 멈추죠.

© Warhorse Studios

전작의 주인공인 스칼리츠의 헨리(Henry of Skalitz, 시리즈의 주인공)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그가 쥔 검의 무게가 달라졌죠. 예전엔 스크립트로 움직이던 전투가 이제는 완전한 물리적 계산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번의 휘두름, 한 번의 실수에도 각각 다른 결과가 따라붙습니다. 방패의 각도, 무게중심, 타격 속도 이 모든 것이 실제 상황처럼 작동합니다.

조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까요?

물론 처음엔 버거울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검의 리듬을 ‘몸’으로 기억하게 돼요. 그때부터 전투는 속도가 아니라 감각으로 바뀝니다. 한 타격 한 타격이 음악처럼 이어집니다.

‘세이비어 슈냅스(Saviour Schnapps, 게임 저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을 그대로 유지했다면서요?

맞습니다. 이 세계에서 ‘기록한다’는 건 어떠한 가상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예요. 세이브 포션을 마시는 건 한 번의 약속이자 맹세죠. 플레이어는 그 선택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무엇인가요?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한다는 거예요. 빛과 안개가 시각에 따라 바뀌고, 시장의 재고도 매일 달라집니다. NPC의 가격 정책까지 실시간으로 반응합니다. 이건 새로운 콘솔(PS5·Xbox Series X|S, 차세대 하드웨어) 덕분에 가능한 세밀한 세계 운영이에요.

© Warhorse Studios

현실의 보헤미아를 이런 가상의 세계에 재현하는 이유는요?

우리는 늘 ‘판타지 없는 판타지’를 원했습니다. 마법이나 괴물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신앙, 권력의 균형이 서사의 중심이죠. 그게 오히려 더 잔혹하고, 더 아름답습니다. 진짜 역사가 만들어낸 긴장감은 어떤 마법보다 강하니까요.

전작보다 커진 공간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가 주변 인물의 관계나 도시 질서, 심지어 교회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누군가를 구하면 다른 인물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살인을 저지르면 도시 경비대가 당신을 추적합니다. 예전에는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결과가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가 게임의 중심이 되었죠.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NPC의 행동과 사회의 균형을 바꿉니다.

한 문장으로, 이 세계는 어떤 곳입니까?

‘살아 있는 세계는, 당신이 바라볼 때 비로소 숨 쉰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그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실험대입니다.

VALOR MORTIS

자료 제공: © One More Level

라도스와프 라투스니크(Radoslaw Ratusznik)는 폴란드 크라쿠프를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사 ‘원 모어 레벨(One More Level)’ 공동 설립자이자 게임 디렉터다. 2019년 출시된 ‘고스트러너(Ghostrunner)’와 2023년 후속작 ‘고스트러너 2(Ghostrunner 2)’를 통해 1인칭 액션 슬래셔 장르의 새 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역사 속 전장인가요, 아니면 악몽인가요?

둘 다입니다. 나폴레옹 시대 유럽이 배경이지만, 전쟁 역사보다 잔혹합니다. 전장은 인간이 남긴 상처 위에 세워졌고, 그 위를 괴물들이 걷습니다. 그들의 피에는 ‘네프토글로빈(Nephtoglobin)’이라는 오염된 물질이 흐르죠. 그 피로 물든 흙이 이 게임에 새로운 공기를 전합니다.

공기를 설계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우린 시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을 다룹니다. 빛의 각도, 진흙의 점도, 총성과 비 냄새까지 계산했죠. 플레이어가 이 땅을 걸을 때 “여기서 숨 쉴 수 있을까?”라는 공포감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전작 ‘고스트러너’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속도가 주는 스릴’을 버렸습니다. 이번엔 정적인 긴장감이 주를 이룹니다. 움직임이 느려진 대신 감각은 더 예리해졌죠. 멈춰 있을 때조차 공기가 울립니다.

© One More Level

전투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나요?

플레이어는 되살아난 나폴레옹 군대 소속 병사 ‘윌리엄(William)’이 됩니다. 한 손엔 검, 한 손엔 권총을 들고 있죠. 패링의 순간, 금속이 부딪히며 짧은 슬로모션이 펼쳐집니다. 탄약은 적고, 여유는 없습니다. 하나의 실수가 곧 소멸로 이어집니다.

네프토글로빈이라는 물질이 매우 흥미롭네요.

그것은 전장을 오염시킨 피이자 힘입니다. 사용할수록 강해지지만, 동시에 타락합니다. 불을 지피면 적을 태우지만, 그 열이 당신의 체력과 이성을 갉아먹죠. 우린 이 균형을 ‘자기 부식형 전투’라고 부릅니다.

세계의 구조는 메트로이드바니아(Metroidvania,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며, 능력을 얻을 때마다 닫혀 있던 길이 열리는 구조) 스타일이라던데요?

그렇습니다. 길은 한 번에 열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능력을 얻을 때마다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폐허 아래엔 또 다른 지하 통로가 있죠. 표현하자면,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에 가깝습니다.

© One More Level

설계자인 당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결국 자신이 만든 전쟁 속에서 괴물이 됩니다. ‘발러 모르티스’는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타락의 기록이에요. 플레이어는 싸우는동안 조금씩 부패합니다. 그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게임의 재미가 점점 배가됩니다.

지금 보니 보스를 쓰러뜨릴 때 나오는 ‘Abomination Eradicated(추악한 존재가 사라졌다)’라는 문구도 이색적입니다.

그건 단순한 승리의 알림이 아닙니다. 전투는 끝나도 전장은 계속되죠. 이 게임은 그다음 장을 늘 열어둡니다.

마지막으로, 전장을 떠나는 플레이어에게 건넬 말이 있다면요?

지금은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지역이 있고, 그곳에서 벌어질 일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죠. 다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우리가 만드는 게 ‘또 하나의 전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장’이라는 점이죠. 2026년, 불빛이 다시 켜질 때 이 전장은 완성된 모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에디터 박찬 일러스트 카니(KANI)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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