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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순간

전통과 혁신의 융합. 제107회를 맞은 피티 우오모 탐방기.

지난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107번째 피티 우오모(Pitti Uomo)가 열렸다. 피렌체는 전 세계에서 모인 790개 브랜드와 약 2만 명의 방문객으로 북적이며 용광로처럼 뜨겁게 성황을 이뤘다. 밀라노, 파리 패션 위크와 또 다른 매력의 피티 우오모는 신선한 경험이었고, 낯선 환경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비행기에 오를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것은 각양각색의 슈트를 입은 멋쟁이들과의 조우였다. 격식 있는 남성복 중심의 페어지만, 클래식한 슈트 차림부터 캐주얼한 스타일링까지 거리 곳곳에서 다채로운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시티 재킷과 볼캡으로 경쾌한 스타일을 연출하거나 몸에 꼭 맞는 슈트 대신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듯한 실루엣을 택하고, 여기에 케이프나 미니백을 매치해 위트를 더한 모습까지.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패션의 변주를 목격했다. 이번 시즌 피티 우오모는 ‘불’을 주제로, ‘열정’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브랜드 최초로 데님 소재 테일러링 재킷을 선보이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유연한 실루엣을 추구하는 KNT는 편안하면서 세련된 니트 슈트를 통해 클래식 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바버는 체크 패턴 안감을 겉으로 드러내는 변주를 가미했고, 챔피언은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MM6 메종 마르지엘라와 셋추의 쇼는 이번 시즌 피티 우오모의 대미를 장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뜨거운 불씨는 오는 6월, 108번째 피티 우오모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을 주제로 한국 브랜드의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는 지금,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흐름이 더욱 기대된다.

THIS IS HARDCORE
MM6 MAISON MARGIELA

2006년 가을 쇼 이후 19년 만에 피티 우오모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돌아온 MM6 메종 마르지엘라는 피렌체의 한 정원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온실은 한 폭의 그림처럼 고풍스럽고 낭만적이었다. 마치 비밀스러운 파티에 초대된 듯 설레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쇼장 한편에는 캣워크가 마련됐고, 반대편에는 칵테일과 맥주, 정갈한 핑거 푸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전형적인 런웨이 쇼 형식을 벗어난 만큼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쇼가 시작되자, 펄프(Pulp)의 1998년 트랙 ‘This is Hardcore’가 강렬한 비트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모델들이 경쾌하게 걸어 나왔다. 이번 컬렉션은 전설적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재즈 선율처럼 자유롭고 관능적인 무드가 컬렉션 전반에 녹아있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시그너처 실루엣이던 ‘파고다 숄더’를 재해석한 재킷, 낡고 해진 듯한 디테일의 트렌치코트와 카 코트, 그리고 유광과 무광 텍스처를 섞어 완성한 테일러링이 돋보였다. 한편, 거대한 라펠이 강조된 코트에는 하이톱 스니커즈를, 맥 코트에는 바이커 장갑을 매치하는 등 모터사이클 기어에서 영감받은 아이템이 마르지엘라의 시그너처 스타일링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소재, 패턴, 실루엣의 끊임없는 변주와 함께 과감한 디자인 속에서도 마르지엘라 특유의 실험적 감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쇼가 끝난 후 모델들은 런웨이를 벗어나 관객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파티를 즐겼다. 그렇게 피렌체의 밤은 점점 깊어갔다.

A MILD FIRST SETCHU

패션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자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LVMH 프라이즈. 2023년 최종 우승자 셋추 디자이너 구와타 사토시가 이번 피티 우오모에서 브랜드의 첫 번째 쇼를 선보였다. 무대는 피렌체 국립도서관. 18세기 초부터 자리해온 이곳은 그 자체로 압도적 웅장함을 자랑했다. 클래식과 모던,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쇼가 시작되자, 고요한 도서관을 가득 채우던 클래식한 현악기의 선율이 수그러들었다. 이윽고 발소리만 들리는 정적 속에서 셋추의 첫 번째 룩이 런웨이 위 베일을 벗었다. 우아한 연미복에 타탄체크 팬츠를 입은 모델이 걸어 나왔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한순간에 교차하는 듯했다. 셋추 특유의 미학은 실루엣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재킷과 팬츠, 클래식한 셔츠 위로 오리가미(종이접기)와 기모노 제작 방식을 적용해 구조적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데님 셋업에는 기모노 허리띠를 매치해 독창적 스타일을 연출했다. 100m 거리에서도 단번에 셋추 룩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테일러링, 절제된 해체주의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쇼가 끝나고 무대 위 구와타의 뒷모습에서 모든 걸 쏟아낸 듯 안도감이 느껴졌다. 패션쇼라는 무대를 따라 그가 느낀 낯설고도 묘한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여운을 남겼다.

에디터 허지은 사진 피티 우오모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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