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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올 가을/겨울 세밀함이 돋보이는 신제품 10

디테일이 두드러지는 2024 F/W 시즌 신제품의 면면.

DIOR MEN

페니 로퍼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구분하지만, 몇 시즌 전부터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며 요동치는 트렌드 아이템이 되었다. 이 현상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된다. 디올은 하이브리드라는 수식을 붙여야 할 것 같은, 익숙하지만 생경한 페니 로퍼를 선보였다. 동전을 꽂는 구멍을 생략한 발등의 밴드와 스니커즈에서 차용한 듯한 아웃솔을 고무 소재로 제작하고, 바닥에는 디올 오블리크 패턴을 새겨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 섬세한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FENDI MEN

브랜드의 상징적 아이템은 끈임없는 변이와 변주를 거친다. 골조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 전에 없던 시도를 거듭해 꼭대기의 위치에서 변함없이 군림하는 것이다. 피카부 백은 2009년 출시 이후 다양한 소재의 접목, 경계 없는 협업, 이색적 디테일, 크기의 변천 등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만큼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2024 F/W 시즌에 등장한 피카부 백의 새 얼굴 역시 무릎을 탁 치게 한다. 회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물론, 뒤틀린 듯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핸들 그리고 동일한 소재로 만든 가방 전면의 잠금쇠와 가죽 틈새로 보이는 장식까지. 어느덧 14주년을 맞이한 피카부 백이 여전히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실감케 한다.

BERLUTI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이탈리아어가 있다. 어려운 일을 담담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되게 해내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벨루티는 바로 이 지점을 브랜드의 모토로 새긴다. 그래서인지 무얼 만들든 자연스럽게, 벨루티다움이 묻어난다. 보트 슈즈, 부츠, 옥스퍼드 슈즈의 디테일이 한데 뭉친 이 신발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요소가 뒤섞였음에도 조악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원래 있던 장르처럼 천연하다. 벨루티에 으레 기대하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태도, 능란한 얼굴, 절제된 균형이 담긴 슈즈다.

MONTBLANC

만년필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잠시 잊고 살 때도 있지만, 사실 몽블랑의 장기 중 하나는 가죽 다루는 솜씨다. 특유의 별 모양 엠블럼이 붙은 그 가죽 제품은 남자에게 성공의 징표 같은 역할도 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의 카드 지갑조차 그렇다. 새로 출시한 카드 지갑 역시 간결한 자신감이 넘친다. 선연한 다홍색과 검은색 선의 조화는 경쾌하면서 고급스럽고, 위와 옆으로 확장하는 내부 수납공간은 직관적이라 쓰임이 좋다.

PRADA

안경 쓴 사람을 낮잡아 부르던 ‘안경잡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안경 하나로 세련됨의 정도를 파악할 정도로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요즘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컬렉션의 액세서리 중 하나로 안경을 빠뜨리지 않는 이유다. 프라다에서도 F/W 시즌을 맞아 새로운 안경을 선보였다. 얼마 전 괴짜 스타일의 유행을 업고 메가 히트를 친 미우미우 리가드 안경의 사촌뻘로 보이는 이 안경은 간결한 직사각 레오퍼드 패턴 프레임이 매력이다. 옆모습을 보면 프라다의 트라이앵글 로고를 형태만 차용하고 그 부분에도 렌즈를 끼워 요즘 유행하는 고글 형태처럼 만들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GIVENCHY

럭셔리 브랜드는 보통 기능보다 심미적 측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방시 부츠는 그 반대다. 누가 봐도 의심의 여지 없는, ‘진짜 등산화’를 만들었다.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입체적 슈레이스, 발바닥부터 발목까지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전체적 형태, 절대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철 있는 아웃솔, 방수 가능한 고무 갑피, 땀이 차지 않을 메시 내피, 뒤축의 끈고리까지. 전문적 아웃도어 브랜드의 신발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결정적으로 기능화라고 하기에 넘치게 예쁜 외관은 고프코어 룩을 완성하는 키 아이템이 되어줄 테다.

LOUIS VUITTON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링, 카무플라주, 진주, 크리스털, 트위드 등 퍼렐 윌리엄스는 확고한 아이템을 활용해 과시적이지만 오만하지 않은, 위트 있는 스타일을 펼쳐 보인다. 그는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룩부터 사소한 액세서리까지 자신만의 결을 녹여냈다. 진주와 튀르쿠아즈 비즈, 메탈 체인, 퍼렐의 표식인 LV 러버스 로고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집된 체인 벨트 겸 백 참(그 외에 어떠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해도 문제없다)이 그 증거다.

HERMÈS

에르메스 스카프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에르메스가 그들의 첫 번째 고객이라 여기는 말에 관한 것이다. 때로는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만화적 상상을 불어넣기도 한다. 실크와 캐시미어를 혼방한 부드러운 소재 위에 올린 새로운 말의 이야기는 디자이너 자크 외델의 그림을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각기 다른 옷을 입은 말의 열 가지 스타일을 점과 선, 도형으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VALENTINO GARAVANI

앞서 지방시의 부츠를 소개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기능과 심미적 측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방시가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운동화는 심미성에 비중을 둔 경우다. 티끌 하나 없는 흰색 가죽과 짙은 파란색 페이턴트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신발 끈을 넣는 아일릿의 대부분을 보이지 않게 숨겨 깔끔하게 정돈했다. 발렌티노의 결정적 상징인 스터드 디테일이 도열한 미드솔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인트다.

MAISON MARGIELA

아방가르드, 해체주의와 같은 단어가 늘 따르는 마르지엘라에서 실용을 강조한 제품은 한정판처럼 귀하다. 그래서 이번 신제품이 더 반갑고 새롭다.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은 나일론 소재, 물건이 빠질 염려 없는 세로로 긴 형태, 메시 소재 가방 밑면, 탈착 가능한 숄더 스트랩, 명함을 수납할 수 있는 가죽 슬롯 등 여러 기준의 실용성을 모두 품었다. 빠지면 섭섭할 스티치 장식과 버클에 새긴 숫자 로고까지. 액세서리 라인을 뜻하는 숫자 11번에 깨알 같은 표시도 놓치지 않았다.

에디터 홍혜선 사진 정석헌 어시스턴트 류도원, 이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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