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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레볼루션

32년 경력의 ‘나이키 베테랑’ 엘리엇 힐이 나이키로 돌아왔다. 과연 그는 나이키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나이키 50년 역사를 이어갈 다섯 번째 최고경영자가 발표됐다. 32년 경력의 나이키 베테랑 엘리엇 힐이다. 4년 전 은퇴한 그가 서둘러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는 목적은 분명하다. 추락하는 골리앗의 신뢰와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 최대 숙제는 그간 엉킨 파트너 관계를 바로잡고 나이키의 뿌리, 즉 혁신의 자세로 돌아가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 나이키는 위기에 놓인 것이 명백하다. 지난 6월 말 팬데믹을 제외하고 14년 만에 가장 완만한 연간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매출 감소 경고와 함께 주식 가치가 20% 이상 하락하며 기업공개 이후 최악의 거래일을 맞았다. 지난달 발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나이키가 이토록 부진한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스포츠웨어업계의 새롭고 민첩한 경쟁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점유 중인 점, 둘째 팬데믹 기간 소비자 직판 사업 확장 및 디지털 영업 전환 실패, 셋째 클래식 프랜차이즈 아이템에 대한 과의존과 혁신 부족이다. 2020년 베인앤코와 이베이를 지휘한 존 도나호가 네 번째 나이키 CEO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엘리엇 힐이 나이키를 떠난 해다. 두 사람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고, 4년 만에 그 장면이 다시 연출된 셈이다. 존 도나호는 컨설팅 중심의 수익 경영 스타일로 직영 매장, 앱과 웹을 통한 고객 직판 전략을 강행했다. 그리하여 오랜 도소매 파트너와 관계가 끊어졌고, 엔데믹 이후 지역 스포츠 커뮤니티와 일반 고객은 자연히 멀어졌다. 나이키가 포기한 소매점 선반에는 호카, 온 러닝, 브룩스 등 퍼포먼스 슈즈가 들어섰고, 같은 기간 룰루레몬·알로·아다놀라 같은 애슬레저 브랜드가 부상했다. 이들은 품질 연구, 기능 실험, 지역 커뮤니티 전략 후원 등 나이키가 잊은 스포츠 브랜드의 본래 비전과 가치를 열띠게 추구했고, 과대광고가 먹히지 않는 SNS 시대를 흔들었다. 한편 전통적 라이벌 아디다스는 도매 전략 강화의 길 위에서 삼바와 가젤 등 클래식 슈즈에 대한 셀럽의 지지와 함께 문화적 연결에 성공했고, 뉴발란스 역시 스타 디렉터 영입과 브랜드 협업 강화로 기세를 올렸다. 반면 나이키는 포스·조던·덩크 등 올드 시그너처 상품 의존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시장 균형을 잃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

지금 나이키에 필요한 건 역동적 시장 변화를 인정하고 한정판이나 컬러 게임 너머 포트폴리오 혁신으로 새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놓쳐버린 브랜드의 핵심 타깃을 재정의하고, 러닝과 농구 등 주요 스포츠 부문에서 프로 경기용만이 아닌 일상 커뮤니티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품과 이벤트를 재정비해 시너지를 노리는 일이다. 무엇보다 오랜 유통 파트너와 유대 관계를 회복하고, 흐트러진 조직 문화를 재건하는 일이 급선무이자 새 수장 엘리엇 힐의 미션이다. 엘리엇 힐은 1988년 나이키에 입사한 뒤 소비자 & 마켓 플레이스 사업부 사장으로 일하며 브랜드 세일즈와 마케팅을 총괄했다. 나이키의 전성기를 통과하며 성장과 진화의 DNA를 아로새긴 인물이다. 팀워크,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우선시했던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이런 엘리엇 힐의 선임은 나이키가 뿌리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귀중한 브랜드 역사를 돌아보자. 나이키 전신 블루 리본 스포츠는 1970년대 중반 사업 확장을 위해 소매 계약 체결에 진심을 다했다. 설득 무기는 획기적 신제품 개발이었고, 은행의 모진 압박 속에서도 유통 파트너를 늘려가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어렵고 복잡한 때일수록 기본이 정도고, 초심이 힘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진우(스눕피)
패션에 관해 글을 쓰는 블로거. 다양한 패션 커머스와 협업하고 웹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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