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진동으로 공간을 짓다’ 궁극의 리스닝 룸
뜻밖의 장소에 등장한 리스닝 룸, 고요와 진동으로 공간을 짓다.

OJAS LISTENING ROOM at USM MODULAR FURNITURE
뉴욕 소호 USM 쇼룸 한편이 청음실로 변모했다.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오자스 창립자 데본 턴불이 주도한 ‘오자스 리스닝 룸’이다. 턴불은 USM의 모듈 선반을 무대 삼아 소리를 건축 재료로 다루며 자신만의 사운드 건축물을 세웠다. 무대 중심에는 클립쉬와 협업한 맞춤형 오자스 스피커 시스템(Klipsch × OJAS KO-R1)이 자리한다. 브루탈리스트 미학으로 빚은 박스형 스피커는 대형 우퍼 2개와 혼 트위터, 원형 포트를 탑재해 압도적이면서 정교한 사운드를 낸다. 은은한 네온빛을 품은 진공관 앰프는 아날로그 감성을 시각적으로 증폭하고, 턴테이블은 USM 가구 위에서 오브제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이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힘은 크바드라트 어쿠스틱스(덴마크의 흡음・차음 패브릭 시스템 전문 브랜드)였다. 턴불은 음향 전문가 이선 보르도와 협업해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반사음을 제어하는 소재를 엄선, 최적의 청음 환경을 조성했다. 벽면에는 트랙 레일을 설치하고, 소프트 셀 브로드라인으로 마감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마감 디테일 또한 치밀하다. 특수 섬유 패널과 커튼, 벨벳・울 혼방으로 마감한 좌석은 공간의 질감을 더하는 동시에 잔향을 다듬는다. 이제 USM 소호 쇼룸은 가구를 전시하는 곳을 넘어 음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 ADD 28-30 Greene St., New York
- PROGRAM 매달 토요일에 한 번,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최대 두 좌석을 예약할 수 있다.
SPEC SHEET
스피커 클립쉬×오자스 KO-R1 박스형
파워 앰프 PSE2A3 모노블록
프리 앰프/포노 진공관・FET 하이브리드 포노 프리앰프
턴테이블 오자스 맞춤형 턴테이블
흡음·음향 솔루션 크바드라트 어쿠스틱스


VOCE at TRINENNALE MUSEUM
1933년 건축가 조반니 무치오가 설계한 팔라초 델라르테. 현재 밀라노 트리엔날레 뮤지엄이 자리한 이 건물에는 현대적 예배당을 표방한 청음실이 있다. 역사적 건축물이 ‘소리의 대성당’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330m2 규모의 이 공간 중심에는 분산형 스피커 시스템이 자리한다. 음향 전문가 조르지오 디 살보와 엔지니어 루치오 비신티니, 패널 제조사 크나우프가 함께 설계한 이 장치는 스피커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벽과 천장에 고르게 퍼지도록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덕분에 청취자는 어느 위치에 있든 동일한 밀도와 깊이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벽을 따라 세운 높이 2.2m의 기둥은 방음・흡음 패널로, 소리가 퍼지고 머무는 방식을 직조하는 구조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16km에 달하는 케이블이 깔려 있어 음향이 공간 전체에 균질하면서 입체적으로 흐른다. 조명과 가구 또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리에 맞춰 호흡하는 장치다. 아노니마 루치가 설계한 LED는 사운드에 맞춰 빛을 리듬처럼 점멸하고, 필립 말루인이 디자인한 녹색 모듈형 좌석은 공연, 리스닝 세션, 토크 등 다양한 이벤트에 맞춰 유연하게 변모한다. 보체를 이루는 모든 요소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소리와 울림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살아 움직인다.
- ADD Viale Emilio Alemagna 6, 20121 Milan
- PROGRAM 매주 콘서트, DJ 세트,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라이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SPEC SHEET
스피커 커스텀 사운드 월-분산형 스피커 시스템(DMS)
위성 스피커 공간 주변에 배치된 8개의 라우드스피커
파워 앰프 커스텀 시스템 구성
흡음·음향 솔루션 크나우프


DARSENA LISTENING SUITE at IL SERENO HOTEL
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의 코모 호수에 문을 연 일 세르노는 단 40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5성급 호텔이다. 지난 8월, 약 204m2 규모의 다르세나 리스닝 스위트를 공개하며 호텔 경험의 새 장을 열었다. 이 객실은 호텔 설립자이자 오디오 애호가인 루이스 콘트레라스의 개인적 열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2021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접한 빈티지 릴-투-릴 데크 레복스 B77에 매료된 후 음악에 몰입하며 휴식할 수 있는 방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시의 황홀한 감정을 호텔에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루이스와 안젤리카 콘트레라스 부부는 호텔 전반에 걸쳐 디자인하는 스페인 건축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와 다시 손잡았다. 일본 도쿄의 재즈 키사(재즈 바이닐 청취에 특화된 카페)에서 영감받은 이 공간은 월넛 가구와 스피커로 호텔 특유의 미드센추리 모던 감각을 잇는다. 길이 50피트(약 15m)에 달하는 맞춤 자카드 패브릭 벽은 음향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시각적 포인트가 된다. 스위트의 중심이 되는 사운드 시스템은 어떨까. 콘트레라스는 장인적 올드 스쿨 시스템이나 빈티지 기기를 고려했지만, 호텔 내 관리상 제약이 따른다는 이유로 클래식 기기의 리이슈 모델을 선택해 프리미엄 사운드와 안정적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 결과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 복원한 레복스 B77, 카날레토 월넛으로 제작한 200kg 넘는 스피커가 자리한다. 여기에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서 500장이 넘는 LP를 채워 넣었는데, 도이치 그라모폰 박스 세트, 데이비드 보위의 초반반, 제네시스 음반까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든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황홀한 사운드에 침잠하는 낭만, 이 스위트룸이 실현해줄 것이다.
- ADD Via Torrazza, 10, 22020 Torno
- PROGRAM 1박 약 870만 원 수준이며, 투숙 전 원하는 앨범을 요청할 수 있다.



SPEC SHEET
스피커 클립쉬 라 스칼라 II(대형 혼 스피커)
파워 앰프 매킨토시 MC275 진공관 앰프
프리 앰프 매킨토시 C22 프리앰프
턴테이블 토렌스 1601
릴-투-릴 데크 레복스 B77(복원 모델)

L’ATELIER SONORE at VALENTINO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매디슨 애비뉴 부티크의 메자닌 층을 사운드와 사색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5월 처음 공개한 라틀리에 소노르다. 이 프로젝트는 밀라노 기반의 문화 플랫폼 테라 포르마(설립자 루제로 피에트로마르키)와 협업했다. 사운드 디자이너 조르지오 디 살보는 이곳만을 위한 맞춤형 사운드스케이프를 설계했고, 건축가 프란체스코 루피아는 공간의 구성과 구조적 뼈대를 완성했다. 사운드・건축・패션을 잇는 이 청음실은 맞춤형 사운드 시스템, 수제 콘솔, 그리고 벨벳 모듈형 좌석,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실내 사방은 드레이프 커튼으로 감싸고, 바닥엔 카펫을 깔아 포근한 울림을 만든다. 정면에는 2개의 대형 혼 스피커가 우뚝 서 있고, 그 사이에 목공예 감각을 살린 콘솔이 놓여 있다. 낮게 설계한 벨벳 좌석은 스피커와 시선을 맞추며 청취자가 온몸으로 음악을 맞닥뜨리도록 유도한다. 스피커, 콘솔, 좌석은 정교한 베니어 패치워크로 마감해 발렌티노 아틀리에의 장인정신을 드러낸다. 초기 아방가르드 리스닝 살롱을 재해석한 듯한 장면이다. 피에트로마르키는 이 공간을 이렇게 설명한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공간,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장소, 청취가 하나의 의식이 되는 곳을 상상했습니다.”
- ADD 654 Madison Avenue, New York
- PROGRAM 현재 비정기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SPEC SHEET
스피커 목제 캐비닛+혼+우퍼 구조의 대형 커스텀 스피커
턴테이블 토렌스 1600
흡음·음향 솔루션 드레이프 커튼, 벨벳 소재 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