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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만 수백 대? 게임 수집광의 보물 창고 리스트

수백 대의 게임기와 수만 개의 게임팩을 위해 창고를 마련했다? 레트로 게임기에 목숨 건 남자, ‘그 남자의 가젯’ 레트로 각종아재 편.

혁신을 이끈 ‘패밀리 컴퓨터’ 후속 모델 ‘슈퍼 패미컴’. 1990년에 발매됐고, 16비트 리코 5A22 CPU를 탑재한 그래픽으로 동시대 게임기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지인이 특별히 커스터마이징한 것으로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다.

레트로 각종아재

집에 보관하던 수백 대의 게임기와 수만 개의 게임팩을 둘 곳이 없어 구로구에 창고를 마련했다. 리모델링을 하고 보니 멀끔한 공간을 그냥 두기 아쉬워 레트로 게임 애호가들과 취미를 공유하고자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라는 이름의 게임 가게를 오픈했다. 레트로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다채롭게 리뷰하는 유튜버 채널도 운영 중이다.

수집 계기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당시 ‘현대 컴보이’나 ‘재믹스’ 같은 게임기는 부잣집 친구들의 전유물이었기에 오락실에 가거나 친구에게 게임기를 빌려 가지고 놀았다. 대신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LSI(Large Scale Integration) 게임기나 종이로 된 보드게임, 만화책 등을 조금씩 사 모았다. 그러다 1997년경 외국에 1년 정도 나갔다 돌아오니 어머니가 약 8년간 모은 물건을 모두 팔아버린 거다. 그 많은 수집품을 겨우 밀가루 두 포대와 바꿨다고. 그때부터 한이 맺혀 더 집착적으로 게임기와 게임팩을 모으기 시작했다.

레트로 게임의 매력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고 기기를 모으는 사람들의 마음은 거의 비슷할 거다. 어릴 때 너무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한 데서 오는 결핍.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그때 못했던 아쉬움을 푸는 거다. 나만의 추억, 갖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수집 욕구가 된 셈이다. 그래서 실제로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사놓고 바라보는 걸 즐기는 것에 가깝다. 안 버리고 30년 가까이 모으다 보니 뿌듯함도 크다. 게임기와 게임팩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구매하고, 월 500만 원 정도는 수집에 투자한다. 현세대 기기는 나오면 사고, 사고 싶은 레트로 기기는 오랜 세월 수집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국내외 지인에게 수소문해 들여온다.

수집 관련 에피소드
몇 년 전 ‘스노우 브라더스’라는 게임팩을 지인에게 100만 원 정도에 팔았다. 그런데 그게 지금 400만 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다시 구하려니 아까워서 못 사겠더라. 불과 2년 전 지인에게 35만 원에 판 ‘파이어 엠블램’이라는 게임도 매물을 구하다가 70만 원을 주고 겨우 샀다. 단종된 물건이다 보니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번은 미국에 가서 게임을 사온 적도 있다. 오락실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SNK사의 ‘네오지오’ 가정용 모델이었다. 판매자가 파손을 우려해 우편으로는 절대 못 보내겠다고 해서 직접 찾아간 것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갖고 싶은 물건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관리 방법
모든 게임기와 게임팩은 6개월 주기로 열어 한 번씩 닦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습이다. 여름에는 춥다 싶을 정도로 에어컨을 켜고, 겨울에도 습도가 올라가면 에어컨을 켠다. 덕분에 “오래된 제품을 어떻게 이렇게 새것처럼 잘 관리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위시 리스트
웬만한 레트로 게임기는 다 모았는데 ‘졸리게임’이라는, 종이로 만든 보드게임 시리즈를 구하고 싶다. 어릴 때 친구들과 주사위를 던지며 재밌게 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종이라 보존이 어려워서인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복각으로 나온 제품을 보긴 했어도 당시 원본의 맛을 따라갈 수 없어서 아쉽다.

세가에서 나온 마크 III 기기 전용 골드 카트리지, 메가 드라이브와 슈퍼 패미컴 게임 소프트웨어 등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속 희소 수집품.
세가에서 나온 마크 III 기기 전용 골드 카트리지, 메가 드라이브와 슈퍼 패미컴 게임 소프트웨어 등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속 희소 수집품.

입문자에게 한마디
처음부터 고가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특히 게임기는 즉흥적으로 사기보다 정말 사고싶은, 마음 깊이 원하는 걸 사야 한다. 가끔 레트로 장터(고전 레트로 게임기를 사고파는 프리마켓 행사)에 오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둘러보고 나서도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한다. 미리 뭘 살지 정해두지 않고 막연히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만 해서 그런 거다. 게임팩의 경우도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면 먼저 알팩(포장이나 설명서가 없는 단품 게임팩)을 사보고, 그게 너무 좋으면 곽팩(모든 구성품이 있는 게임팩)을 사길 추천한다.

본인에게 레트로 게임이란
추억이자 타임머신. 레트로 장터에 가면 종종 아들을 데려온 아빠가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예전에 했던 게임이라고 알려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역시 레트로 게임기를 만질 때 그 시절의 나로 유일하게 돌아가는 기분이다. 가게에 와서 즐거워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돈을 생각하면 못 했을 일이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 행복할 따름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수집하기 시작한 포켓몬스터 시리즈.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_
포켓몬 센터 도쿄 이전을 기념해 추첨 판매한 ‘닌텐도 DS Lite 피카츄 에디션’, 포켓몬스터 극장판 4기 공개에 맞춰 나온 ‘GBA 세레비 에디션’, 입체감 있는 표면이 특징인 ‘뉴 닌텐도 2DS XL 피카츄 에디션’, 4세대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 게임 발매를 기념해 나온 ‘닌텐도 DS Lite 디아루가 펄기아 에디션’, 한정 수량으로 발매한 ‘닌텐도 3DS XL 피카츄 옐로우’, 콤팩트한 크기로 역대 한정판 중 큰 인기를 끈 ‘GBA SP 피카츄 에디션’.

컬렉터의 톱 5 레트로 게임팩

포켓몬스터 금
포켓몬스터 시리즈 최초로 나온 한글판. 생산량이 적어 ‘금카츄’라 불린다. 포켓몬스터 2세대 게임 소프트웨어로 칠색조와 루기아가 등장하고, 총 251마리 포켓몬이 나온다.
꿈의 대륙
저작권 개념이 희박할 당시 ‘꿈대륙 어드벤처’라는 일본 게임을 새한상사 재미나에서 복제한 게임팩이다. 재믹스, 삼성 겜보이에서 구동할 수 있다.
패미컴 미니 GBA 제2차 슈퍼로봇대전 & 기동전사 Z건담 핫스크램블
제2차 슈퍼로봇대전과 기동전사 Z건담 핫스크램블 게임을 출시하면서 게임팩 안에 있던 응모권을 통해 당첨된 2000명에게만 제공한 비매품.
슈퍼보이 3
‘꿈의 대륙’처럼 ‘슈퍼마리오 3’를 이식한 재미나의 복제 게임팩. 슈퍼마리오가 요시가 아닌 해마를 타고 나오는 점이 독특해 해외에서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컬렉터의 톱 3 레트로 게임기

위부터 _
삼성 겜보이
1989년 삼성전자에서 세가 마스터 시스템을 면허 생산한 제품. 원가 절감을 위해 FM 음원 대신 PSG 음원을 내장했지만, ‘삼성’ 브랜드가 붙어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게임보이
닌텐도 최초의 ‘게임 & 워치’를 잇는 초기 모델이자 ‘휴대용 게임기’ 하면 떠오르는 대표 제품. 백라이트 액정을 탑재하지 않아 형광등 아래서 게임하던 기억이 난다.

스페이스 호크 50
한 가지 게임만 플레이할 수 있는 LSI 게임기. 독특한 외형과 보다 많이 저장된 패턴으로 움직임이 다양해 인기를 끌었다. 적군의 기체를 물리치며 싸우는 게임이다.

에디터 김지수 사진 정석헌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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