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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수면, 다른 풍경. 세상 끝에 떠 있는 인피니티 풀

WHERE THE WATER ENDS

DESERT ROCK

사막의 영겁을 담은 수면, 데저트 록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북쪽으로 500km, 홍해 연안에 세워지고 있는 리조트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산을 택한 곳이 데저트 록이다. 협곡 사이 와디(마른 계곡)를 통과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이 리조트는 고대 나바테아 문명이 바위를 깎아 도시를 세운 방식 그대로 암반 산괴를 파내 객실을 들였다. 인피니티 풀의 설계 방식도 지형을 따른다. 계곡 바닥에 위치한 와디 빌라의 풀은 수면이 사막 지면과 같은 높이에서 시작해 모래언덕으로 이어지고, 암벽 중턱에 매달린 마운틴 케이브 스위트와 크레바이스 빌라의 풀은 절벽 끝에서 허공을 향해 있다. 같은 리조트 안에서 어떤 풀은 대지와 맞닿고, 어떤 풀은 수십 미터 상공에 떠 있는 셈이다. 일교차가 15℃를 넘나드는사막 기후 속에서 데저트 록의 인피니티 풀은 더위와 추위로부터 완벽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40℃를 웃도는 한낮에는 시원하면서 고요한 순간을, 일몰 후에는 열기를 머금은 풀이 온기를 붙들어 따스하게 품어준다. 인공조명이 닿지 않는 사막의 밤하늘엔 총총하고, 해가 뜨면 수억 년간 풍화가 빚어낸 지층의 단면이 풀 가장자리에서부터 붉게 깨어난다.

SHEBARA RESORT

진주 속 바다, 셰바라 리조트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위치한 타부크주 해안에서 24km 떨어진 무인도 셰바라섬에는 바다에서 진주가 빚어지는 형상의 셰바라 리조트가 자리한다. 이 리조트는 거울처럼 연마한 스테인리스스틸 구형 빌라 38채를 산호초 위에 한 줄로 세워놓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진주 목걸이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형상이다. 각 구체는 팔 하나로 공을 받쳐 들듯 한쪽에서만 지탱하는 외팔보 구조로 허공에 띄웠는데, 이는 미학이 아닌 생태를 위한 계산이다. 기둥이 해저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자연 산호초와 50m 이상 거리를 둠으로써 리조트 아래 석호 생태계를 보호한다. 침실에서 곧장 이어지는 인피니티 풀의 수면은 홍해와 눈높이를 맞췄다. 인피니티 풀의 수면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거울 같은 구체의 표면이 다시금풍경을 반사해 물이 물을 비추는 무한의 착시를 완성한다. 풀 안에는 원형 다이닝 테이블이 수면 바로 아래 잠겨 있어 아침 식사가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태양광발전과 담수화 시설로 수온은 계절과 무관하게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다. 셰바라 풀은 바다와 건축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GUNDARI

그리스의 조용한 여름 바다, 군다리 산토리니와 밀로스 사이, 배로만 닿을 수 있는 섬 폴레간드로스는 오래전부터 그리스 사람들이 호젓한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 섬이다. 이곳 남동쪽 절벽 위에 군다리 리조트가 있다. 27개의 스위트와 빌라 전 객실이 개인 인피니티 풀을 갖췄으며, 햇살이 풀의 수온을 데워 키클라데스의 기후 자체가 리조트의 설비 역할을 한다. 건축설계 또한 주변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절벽의 등고선을 따라 낮게 지은 건물은 현장에서 캐낸 돌과 밀짚, 원목으로 마감해 섬의 지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물에 몸을 담그면 절벽 아래 에게해로 곧장 미끄러지는 듯한 감각이 밀려오는데 서쪽으로는 밀로스, 동쪽으로는 산토리니 풍경이 펼쳐진다. 해 질 무렵 수면을 통째로 물들이며 두 섬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을 조망하는 것 또한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파로 붐비는 산토리니의 일몰과 달리, 이 장면의 관객은 오직한 팀뿐이다. 문명의 소음 대신 바람과 파도만 남은 섬에서 군다리의 인피니티 풀은 에게해를 가장 사적으로 소유하는 방법이다.

ONE & ONLY ONE ZA’ABEEL

도시 위를 부유하는 법, 원앤온리 원 자빌 두바이의 랜드마크 경쟁은 높이 싸움이었다. 원앤온리 원 자빌은 그 경쟁 방식을 수평으로 틀었다. 두 타워를 지상 100m에서 잇는 구조물 ‘더 링’은 한쪽 끝이 지지대 없이 67m 넘게 허공으로 뻗어 있어 2024년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캔틸레버 건물’이다. 그 지붕 위에 120m 길이의 인피니티 풀 ‘타파사케’가 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높은 공중에 매달린 풀로, 발밑에는 6차선 도로의 차량 행렬이, 시선 끝에는 부르즈 할리파와 두바이 프레임이 파노라마로 걸린다. 하늘에 해변을 만들자는 발상으로 탄생한 덕분에 지평선 끝 사막까지 조망할 수 있다. 사막의 열기가 꺾이고 도시의 조명이 켜지면, 타파사케 풀 클럽의 수면은 스카이라인 전체를 반사하는 검은 거울이 된다. 지상으로부터 100m 위에서 헤엄치는 이 초현실적 경험은 두바이 스카이라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방법이다.

MANDAI RAINFOREST RESORT BY BANYAN TREE

정글의 눈높이에서 즐기기,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싱가포르 기반의 반얀트리가 30여 년 만에 처음 자국에 세운 리조트이자 창립 100호점인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는 도심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만다이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자리한다. 건물 전체를 덮은 열대 덩굴이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물을 삼켜, 끝내 건축물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 만다이 레인 포레스트 리조트의 설계 의도다. 열대우림은 높이에 따라 여러 층으로 나뉜다.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숲바닥부터 잎이 지붕을 이루는 캐노피, 그 위로 솟은 거목의 꼭대기까지 각 층은 저마다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인다.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리조트는 숲 바닥의 어둑한 흙에서 탁 트인 하늘까지 열대우림의 수직 구조를 담았다. 옥상 정원의 루프톱 인피니티 풀에서는 길게 뻗은 수면 너머로 어퍼 셀레타르 저수지와 정글 캐노피가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한편, 트리하우스 투숙객 전용 풀은 3층 높이의 거대한 새 둥지 형상이다. 목재 프레임을 짜 올린 이 구조물 안에서 동쪽을 향하면 정글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마주할 수 있다. 또 적도의 기후는 이 풀의 변수이자 매력이다. 스콜이 몰려오면 번개 경보등이 켜지며 풀이 비워지지만, 비가 그치면 정글의 초록이 더욱 짙어진다. 이른 아침 저수지의 물안개가 걷히는 시간, 원숭이 울음과 새소리를 배경 삼아 수면 위를 미끄러지다 보면 싱가포르의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HOTEL HUBERTUS

알프스 위를 나는 듯한 수영, 호텔 후베르투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돌로미테산맥의 올랑 마을에 자리한 호텔 후베르투스는 1960년대 작은 여관에서 출발해 3대가 이어온 가족 경영 호텔이다. 이곳이 인피니티 풀의 역사에서 하나의 좌표가 된 것은 2016년, 건물 밖으로 17m 돌출시킨 25m 길이의 스카이 풀을 올리면서다. 지상 12m 높이에 뜬 이 인피니티 풀은 낙엽송 통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데, 이는 주변 침엽수림의 나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풀 전면은 비스듬한 유리 벽으로 마감해 물과 산 사이의 시각적 단절을 없앴고, 바닥 한가운데에는 유리창을 냈다. 수영을 즐기다 바닥을 보는 순간 목초지가 펼쳐지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사람이 하늘에서 헤엄치는 듯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풀을 채운 물은 돌로미테산맥에서 끌어온 알프스 샘물로, 겨울에 그 진가가 드러난다. 영하의 공기와 연중 33。 C를 유지하는 수면의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수증기 속에서 눈 덮인 백운암(돌로마이트) 봉우리들이 시야 너머로 떠오르는 것. 인피니티 풀 대부분이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노린다면, 후베르투스 풀은 그 무한을 발아래에 둔다. 풀 끝을 향해 헤엄쳐갈수록 산 위를 걷는 듯한 스릴이 팽창하고, 그 긴장감이야말로 궁극의 인피니티 풀 경험을 선사한다.

에디터 강승엽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